2026년 07월 13일 (월)

사소한 일에도 버럭 화 내는 여친, 알고보니 ‘남성형’ 우울증?

여성도 걸리는 '남성형 우울증', 일반 우울증보다 증상 더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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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노와 공격성, 위험한 행동으로 나타나는 남성형 우울증이 성별과 무관하게 여성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이티미지뱅크

평소보다 유독 초조해지거나 사소한 일에 버럭 화를 내고, 무모한 행동을 반복한다면 이를 단순한 성격 문제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이런 증상이 사실은 우울증의 한 형태일 수 있다.

최근 이른바 ‘남성형 우울증’이라고 불려온 증상이 여성에게도 동일하게 나타나며 일반적인 우울증보다 훨씬 심각한 정신 건강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독일 프리드리히 알렉산더대(FAU) 연구진은 이 같은 연구 결과를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팀은 우울증으로 입원한 환자 163명과 건강한 대조군 176명을 비교 분석했다. 남성형 우울증 여부는 ‘남성 우울증 위험 척도(MDRS-22)’로 측정했다. 이 척도는 약물 사용, 알코올 남용, 분노·공격성, 위험 감수, 감정 억제, 신체화 증상 등 6가지 영역을 평가한다.

분석 결과, 남성형 우울증 점수가 높은 환자일수록 전반적인 심리적 고통 수준이 더 높았다. 특히 신체화 증상(우울 증상이 몸의 고통으로 나타나는 증상), 분노와 적대감, 편집증적 사고, 정신병적 경향 등의 점수가 높아 일반 우울증 환자보다 급성 정신 문제를 겪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이라고 하면 흔히 무기력함과 슬픔, 눈물을 떠올린다. 하지만 남성형 우울증은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분노와 공격성, 약물이나 알코올 남용, 극한 스포츠나 난폭 운전 같은 위험한 행동, 감정 억제 등이 주된 특징이다. 감정을 내면으로 삭이는 대신 외부로 표출하는 방식 때문에 '외현적 우울증'으로도 불린다.

문제는 기존 우울증 진단 기준이 주로 슬픔, 무가치감, 신체적 피로 같은 내면화 증상에 초점을 맞춰왔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분노나 충동적 행동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들은 우울증으로 인식되지 못하고 지나칠 때가 많았다. 연구팀은 이러한 진단의 사각지대가 수많은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목되는 점은 남성형 우울증 증상이 성별과 무관하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통계적으로 여성도 남성과 거의 비슷한 비율로 분노, 공격성, 위험 감수 같은 외현적 우울 증상을 보였다.

연구팀은 ‘남성형’이라는 명칭 때문에 임상 현장에서 여성 환자의 이러한 증상들이 제대로 인식되지 못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또 남성형 우울증 점수가 높은 환자의 평균 연령은 36.4세로 점수가 낮은 환자(45.7세)보다 유의미하게 낮아 비교적 젊은 층에서 더 두드러지는 경향도 확인됐다.

연구팀은 “남성형 우울증이라는 용어가 특정 성별의 질환이 아니라 감정 억제·분노·공격성·위험 감수·약물 사용 등으로 나타나는 특정 행동 양식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이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입원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한계가 있다. 이런 증상을 가진 사람들은 도움을 구하지 않는 경향이 있어, 실제 지역사회에서의 문제 규모는 훨씬 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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