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 동구의 봉생기념병원 지역사회관. 흰 가운의 의료진 대신 구수한 노랫가락과 경쾌한 건반 소리가 2일, 이곳 공간을 가득 채웠다. 전 세계 190개국 오지(奧地)를 누비며 강인한 생명력을 전파해온 도용복 (주)사라토가 회장. 그가 이번엔 지역 어르신들의 마음속 '고립된 오지'를 찾아 특별한 치료제를 배달했다.
"노래 한 토막, 우울한 기분 날리는 특효약"
골프용품 제조사 (주)사라토가를 경영하면서도 부산국제합창제 조직위원장까지 맡았던 '문화 전도사' 도용복 회장은 최근 이곳에 근사한 피아노 한 대를 기증했다. 하지만 그는 여기에만 머물지 않았다. 직접 건반 앞에 앉아 어르신들과 눈을 맞추며 '노래교실'의 1일 주치의로 변신했다.
도 회장은 "우리 기억 속에 오래 남아있는 민요 한 가락, 대중가요 한 토막이 점점 약해지는 마음의 근육을 다시 살려낸다"며 "이렇게 함께 목청껏 노래 부르다 보면 가슴 속 우울한 기분은 금방 날아가는 법"이라 했다. 그의 손끝에서 시작된 피아노 선율에 어르신들 박수 소리가 더해지자, 지역사회관은 금세 활력 넘치는 치유의 현장으로 변모했다.
오지 탐험가의 '생동감', 노년의 '노쇠'를 깨우다
이번 기증과 재능기부는 헬스케어 측면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순히 즐겁게 노는 시간을 넘어, 독거 어르신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사회적 고립'과 '노년기 우울증'을 예방하는 실질적인 '사회적 처방(Social Prescribing)'의 모델이기도 하기 때문.
특히 도 회장이 전 세계 험지에서 얻은 생생한 스토리와 음악을 결합한 '음악이 있는 세계 문화기행' 특강은 어르신들에게 다른 곳에선 들을 수 없는, 솔깃한 이야기거리이기도 했지만,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삶에 대한 의지와 생동감도 불어넣었다. (사)봉생문화재단(이사장 정의화•봉생기념병원 의료원장, 전 국회의장)과 (사)창공우암이 협력해 운영하는 이 프로그램은 문화와 헬스케어가 만나는 신개념 지역사회 돌봄 프로그램이 될 잠재력까지 보여준다.

병원과는 또 다른 '문화 처방전'… 정서 치유 아지트로
이에 봉생기념병원(이사장 김남희)은 이번 피아노 기증을 기점으로 지역사회관을 더욱 활발한 '문화 처방전' 발행 기지로 활용할 계획이다. 병원이 신체적 질병을 고치는 공간을 넘어, 지역 어르신들의 심리적 안정을 도모하고 삶의 활력을 되찾아주는 '멘탈 헬스케어' 발신지로 진화하겠다는 의지다.
정연학 봉생기념병원 행정원장도 3일 “도용복 회장의 피아노 기증은 악기라는 단순한 물품 기증을 넘어, 어르신들에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의 에너지를 선물한 것”이라며 “여기서 솟아나는 피아노 울림이 어르신들 외로움을 걷어내는 가장 따뜻하고 확실한 처방전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