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몸에 힘을 주고 집중할수록 오히려 더 쉽게 휘청거릴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나이가 들거나 파킨슨병이 있는 경우, 작은 흔들림에도 뇌와 근육이 과하게 반응하면서 균형을 더 불안정하게 만드는 ‘역설적 현상’이 확인된 것이다.
미국 에모리대 생의공학 및 재활공학 분야의 레나 팅 교수팀은 노화와 파킨슨병이 균형 회복 과정에서의 신경-근육 반응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이뉴로(eNeuro)⟫에 최근 발표했다.
연구진은 균형이 무너질 때 인체가 보이는 반응을 단계적으로 분석했다. 기존 연구에서 건강한 젊은 성인을 대상으로 갑작스러운 균형 교란 상황을 유도하기 위해 발밑 지지면을 순간적으로 이동시키는 방식(일종의 ‘발밑을 빼는’ 자극)을 적용했다.
이때 초기에는 뇌간과 근육이 관여하는 빠르고 자동적인 반응이 나타났으며, 균형 교란 강도가 클 경우 뇌와 근육이 추가로 활성화되는 두 번째 반응이 뒤따르는 이중 반응 패턴이 확인됐다.
이번 연구에서는 동일한 실험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고령자 집단(파킨슨병 유무 포함)을 분석했다. 그 결과, 이들은 경미한 균형 교란에도 불구하고 젊은 성인에 비해 더 강한 뇌 반응과 증가된 근육 활성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이러한 현상을 ‘과활성’으로 정의했다.
팅 교수는 “이 집단에서는 균형을 회복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와 뇌의 개입이 요구된다”며 “균형 유지를 위해 더 높은 수준의 뇌 활동이 필요할수록, 실제 균형 회복 능력은 오히려 저하되는 역설적 양상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근육 작용 방식에서도 특징적인 차이가 관찰됐다. 고령자에서는 한 근육이 신체를 안정화하기 위해 수축할 때, 반대 작용을 하는 근육이 동시에 활성화되는 공동수축 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났다. 이로 인해 신체가 과도하게 경직되면서 움직임의 효율성이 떨어지고, 결과적으로 균형 수행 능력이 저하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연구진은 이러한 신경-근육 반응 패턴이 낙상 위험 평가 지표로 활용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특히 발밑 지지면을 순간적으로 변화시키는 실험 이후 나타나는 근육 활성 패턴만으로도 뇌 활동 증가 여부를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팅 교수는 “근육 반응을 통해 뇌의 과도한 활성 상태를 평가할 수 있다면, 낙상 위험이 높은 개인을 보다 정밀하게 선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