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엘리트 러너의 착지법과 발 구조의 비밀

[백우진의 심신 탐구]

질주하는 러너의 한 순간. 발의 어느 부분부터 땅에 닿을까? 사진=게티이미지

사람 발에는 활이 있다. 발바닥활이다. ‘발바닥 아치’라고도 불린다. 사람 발은 다른 영장류에 비해 발바닥활이 발달했다. 침팬지 발은 평발에 가깝다.

발바닥 아치는 두 방향으로 쌓아올려졌다. 하나는 발뒤꿈치에서 발가락 쪽으로 세로 방향이고, 다른 하나는 발등의 가로 방향이다. 흔히 세로 방향 아치가 주로 얘기된다.

인체의 다른 특징이 아킬레스건이다. 사람의 아킬레스건은 여느 영장류보다 길고 굵다.

발바닥활과 아킬레스건이 장착된 까닭

인체는 달리기에 적합한 특징을 여럿 갖게 됐다. 발바닥활과 아킬레스건도 달리기를 돕는다.

발바닥활은 우리가 뛸 때 착지 충격을 받아내면서 충격의 일부를 반발력으로 되돌려준다. 그럼으로써 부상 위험을 줄이면서 달리기 효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아킬레스건은 착지할 때 신장된다. 신장된 아킬레스건은 줄어드는 방향으로 발에 작용하고, 그 힘은 발이 지면을 차는 동작을 지원한다. 침팬지와 오랑우탄은 두 발로 뛰지 못하는데, 그 이유에는 두 부위가 사람과 다르다는 점도 있다.

발을 100% 활용하는 착지법은 무엇일까? 두 아치와 아킬레스건을 모두 가동하는 것이다.

세로 아치를 펴려면 뒤꿈치로는 안 된다. 발앞(발앞꿈치)으로 디뎌야 한다. 가로 아치를 활용하는 데에는 발앞의 전체나 안쪽보다 ‘발날’ 착지가 더 효율적이다. 발날은 사전에 아직 오르지 않았는데, 손날에 대응하는 부분이다. 이 글에서는 발앞과 새끼발가락 사이를 가리킨다. 발날로 착지하면 발바닥활의 세로와 가로가 모두 쓰인다. 발앞의 일부인 발날로 착지하면 아킬레스건이 신장된다. 발뒤꿈치로 착지할 경우 아킬레스건은 늘어나지 않는다.

궁사는 팔로 활의 양쪽 끝을 당겨서 탄력을 장착한다. 러너는 체중으로 발의 한쪽을 눌러서 완충하며 탄력을 얻는다. 발의 가로 세로 아치와 아킬레스건을 동시에 활용하는 ‘한쪽’이 발날이다. 발날부터 디디면 두 아치와 아킬레스건이 동시에 힘을 받는다.

완충하며 반발력 얻고, 무릎 충격 줄이는 착지법

발바닥활과 아킬레스건이 완충을 잘 하면 착지 충격이 무릎 위로는 거의 올라가지 않는다. 달리기 하면 가장 많이 연상되는 무릎 부상 위험이 크게 줄어든다.

발날 착지법은 2012년 8월 방송된 다큐멘터리에서 공유됐다. 베를린마라톤에서 세 차례 우승한 에티오피아의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 같은 세계 정상급 선수들이 이렇게 발을 디디는 것으로 느린 화면에서 드러났다(출처: KBS, 미러클 보디 제3편 ‘마라토너 한계를 넘어서’)

마라토너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가 착지한 순간. 사진=KBS 다큐멘터리 '미라클 보디 제3편' 캡처

새끼발가락 가까운 부분부터 디디고 엄지로 옮겨간다

엘리트 마라토너 중 대다수는, 신발을 신고 달려도, 발날부터 착지하는 모습이 뚜렷하게 보인다. 느린 동영상을 보면, 그들은 발날 부분으로 착지한 뒤 새끼발가락 부분부터 발가락을 차례로 디디면서 체중을 안쪽으로 이동시킨다. 마지막에 체중이 실린 엄지발가락으로 킥 동작을 해서 추진력을 더한다. 

한 육상 선수가 착지하는 동작을 연속으로 살펴봤다. 사진=유튜브 영상 'Forefoot Running is NOT Toe Running' 캡처

필자는 2011년 여름 처음에 맨발로 아스팔트 길을 달리면서 발앞 전체로 착지했다. 까치발을 들었을 때 바닥에 닿은 발 부분, 영어로는 ball of foot부터 디뎠다. 그렇게 달리면 종아리와 발목이 받는 부담이 컸다. 하프 거리까지는 큰 무리가 없지만 풀코스를 그런 착지법으로 완주하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탐구한 끝에 알게된 것이 엘리트 러너들의 발날 착지였다.

시속 20㎞ 이상의 속도로 2시간 남짓을 질주하는 세계 최상급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이 착지법을 쓴다면, 이를 최적의 착지법으로 인정해도 좋지 않을까? 이 착지법이 주는 완충과 탄력 외에 필자가 생각하는 효과가 근육 피로 경감이다. 착지 충격이 크고 반복될수록 다리 근육이 받는 충격과 피로가 누적된다. 운동 수행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발날 착지로 충격의 상당 부분이 발에서 흡수되면 다리 근육에 피로가 덜 쌓인다. 장거리 완주가 수월해진다.

신이 (또는 자연의 진화가) 인간에게 잘 뛰라고 장착해준 것이 발바닥활과 아킬레스건이다. 그리스 신화의 아킬레스처럼 잘 달리는 데 필요한 기본이 발날 착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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