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비만학회가 4일 ‘세계 비만의 날’을 맞아 “비만 치료제에 대한 의료보험 적용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건보 적용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해 이른바 ‘설탕세’를 도입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날 대한비만학회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미화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 ‘비만 환자의 미충족 의료 수요 반영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고 이같은 내용을 논의했다.
대한비만학회에 따르면 다양한 국제 연구와 보고서가 비만을 단순한 습관 문제가 아니라 만성 재발성 질환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국내의 정책과 제도는 여전히 ‘예방’ 중심에 머물러 있는 상황이다. 특히 이미 질병 단계에 이른 비만 환자에 대해서는 현재의 예방 정책이 충분한 치료 접근성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비만을 치료해야 할 질병으로 규정하고, 예방·진단·치료를 연속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대한비만학회의 주장이다.
위고비·마운자로, 보험 적용 가능할까?
대한비만학회 대외협력정책위원회 간사로 활동 중인 이준혁 노원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미국과 영국, 일본 등 해외 주요국은 이미 공적 의료보험을 비만치료제에 적용하는 적극적 개입을 시행했다”며 “이같은 정책은 단순한 약제비 지원을 넘어, 환자들의 치료 순응도를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국가 의료비 절감에 기여하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은 메디케어·메디케이드 등 주요 의료보험을 통해 심혈관질환 합병증이 있는 고위험군 비만 환자의 비만치료제를 지원하고 있다. 영국 역시 국민건강서비스(NHS)를 통해 체질량지수(BMI) 35kg/m²이상의 고도비만 환자에게 최신 치료제를 우선 적용하는 ‘단계적 도입’ 전략을 취했다.
한국과 의료보험 체계가 유사한 일본은 2024년 2월부터 비만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있으나, BMI 구간별로 기준을 엄격하게 설정해 오남용을 방지하고 있다.

일본에서 BMI 35kg/m² 이상의 환자는 고혈압·지질이상증·2형당뇨병 중 1개 이상을 앓고 있으면 보험 적용이 가능하지만, 27kg/m² 이상의 환자는 여기에 추가적인 비만 관련 건강장애를 가지고 있어야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그마저도 대학병원이나 대형 의료기관에서 전문의 처방을 받은 환자에 한해 최대 68주까지만 지원하고 있다.
이 교수는 “이들 국가의 사례를 참고하면 국내에서도 단계별 접근전략이 필요하다”며 “고위험군을 우선으로 보장하고 전문의 처방을 엄격하게 통제한다면 한국형 비만병 관리 체계의 도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설탕세로 보험료 충당하자”
이같은 지원을 위한 구체적인 재원 확보 방안도 제시됐다. 박정환 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대한비만학회 정책이사)는 소위 ‘설탕세’와 초가공식품에 대한 ‘건강증진 목적세’를 도입해 비만치료제 건보 적용을 위한 재원을 확보하자고 제안했다.
담배에 부과한 세금이 흡연 억제와 건강증진 재원 확보라는 이중 효과를 달성한 훌륭한 사례라는 것이 박 교수의 설명이다.
박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는 당 함유 음료와 고당 식품에 대한 과세를 강력히 권고하고 있다. 설탕세를 도입한 여러 국가에서 당 함유 음료 소비 감소, 제품의 당 함량 재조정, 비만 관련 질환 부담 완화 등 긍적적 효과가 보고됐다”며 “국내에서도 설탕세로 발생한 세수를 비만 치료와 관리에 목적 예산으로 연계한다면 예방과 치료를 포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 패널로 참여한 이은주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사무관은 “학회와 의료계 입장에 충분히 공감하며, 비만치료제 급여화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다”면서도 “비만치료제는 아직까지 제조사 측에서 급여 전환을 신청한 사례가 없다보니, 신청 이후 기존 약제와의 형평성·비용효과성·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