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2일 (일)

휴가때 영국 숲길 걸었을 뿐인데…40대女, 임파선 붓고 온몸 통증, 왜?

단순 염증인 줄 알았는데 ‘야생토끼병’ 확진...국내선 1급감염병으로 관리/숲에서 걸릴 수 있는 감염병은?

옴몸이 쑤시고 아프면 각종 감염병을 의심해봐야 한다. 휴가 때 영국의 숲길을 걷다 진드기나 파리에 물린 40대 여성이 사타구니의 림프절이 심하게 붓고 온몸이 쑤시고 아파 병원을 찾았다. 이 환자는 야생토끼병에 걸린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숲길을 걸을 때나 풀밭에 앉을 때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는 등 감염병 예방에 신경을 써야 한다. 야외에는 쯔쯔가무시증, 야생토끼병 등 각종 감염병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포르투갈에 사는 40대 여성은 지난 여름 휴가 기간 중 영국을 여행하던 중 왼쪽 사타구니 부근에 심한 통증과 함께 멍울이 잡히는 증상을 겪었다. 환자는 단순한 피부 염증이나 임파선염으로 생각했다. 귀국 후 베아트리스 안젤로 병원을 찾아 1차 치료제로 항생제(독시사이클린)를 처방받았으나 상태는 나아지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오한과 발열 등 전신 증상이 나타났고, 사타구니의 림프절 부종은 더욱 악화해 걷기조차 힘들었다.

결국 상세한 정밀 검사를 진행한 결과, 이 환자의 몸에서는 감염병인 야생토끼병(Tularemia)균이 검출됐다. 조사 결과 이 환자는 여름철 영국 여행 중 숲길을 걷다 정체 모를 절지동물(진드기나 파리 등)에게 사타구니 부위를 물린 것으로 확인됐다. 야생토끼병은 주로 토끼 등 야생 동물이나 이에 기생하는 진드기, 사슴파리 등을 통해 사람에게 감염된다. 특히 매개 절지동물의 활동이 활발한 여름철에 감염 위험이 높다.

야생토끼병은 국내에서도 치명률이 높고 집단 발생 우려가 커서 음압 격리가 필요한 ‘1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해 엄격히 관리하고 있다. 소량의 균으로도 감염될 수 있어 생물 테러의 위험수단으로도 꼽히는 무서운 병이다.

이 여성 환자는 확진 후 즉시 입원해 치료를 시작했다. 의료진은 강력한 항생제인 젠타마이신으로 약물을 재조정했다. 입원 기간 동안 환자는 극심한 피로감과 통증을 호소했으나, 다행히 적절한 항생제 투여가 지속되면서 전신 증상이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약 2주간의 집중 치료 끝에 수치 상 안정을 찾았고 퇴원해 통원 치료를 받았다.

퇴원 후에도 의료진은 수개월간 추적 관찰했다. 다행히 재발이나 합병증 없이 임파선 부종이 완전히 가라앉았고,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됐다.

이 연구 결과(An uncommon case of tularemia in Portugal after an arthropod bite)는 최근 국제 학술지 《유럽 내과학 사례보고 저널(European Journal of Case Reports in Internal Medicine)》에 실렸다.

◇ 숲에서 걸릴 수 있는 주요 감염병= 이번 해외 사례인 야생토끼병 외에도 국내 숲과 풀밭에는 생명을 위협하는 다양한 감염병이 도사리고 있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가장 흔한 야외 감염병은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 발생하는 쯔쯔가무시증으로, 매년 약 4000~6000명의 환자가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쯔쯔가무시증은 치명률이 0.1~0.3% 수준으로 낮은 편이지만, 감염 시 고열과 오한 등 심한 몸살 증상을 겪는다.

가장 경계해야 할 감염병은 일명 ‘살인 진드기’로 불리는 작은소피참진드기가 매개하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이다. SFTS는 매년 200명 안팎의 환자가 발생하며 치명률이 약 18.5%나 된다. 아직 마땅한 치료제나 예방 백신이 없다. 특히 최근 기온 상승으로 진드기의 활동 시기가 빨라졌기 때문에 봄철부터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설치류를 통해 한타바이러스에 노출되면 감염되는 신증후군출혈열도 매년 300~500명의 확진자가 보고되는 주요 감염병이다. 등줄쥐 등의 배설물이 먼지와 섞여 호흡기로 흡입될 때 감염된다. 주로 야외 작업이 많은 군인이나 농민들에게서 많이 나타난다. 등줄쥐는 등 한가운데에 머리부터 꼬리 시작 부분까지 검은색 줄이 선명하게 그어져 있는 야생 쥐다.

과거 북미 지역 풍토병으로 여겨졌던 라임병도 최근 국내 토착화 경향을 보이며 연간 30~50건 수준으로 발생 사례가 늘고 있다. 라임병은 보렐리아균을 가진 진드기에 물려 감염된다. 초기에는 물린 부위를 중심으로 과녁 모양의 ‘이동성 홍반’이 나타난다.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관절염, 심장염, 신경계 장애 등 심각한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다.

전문가들은 숲이나 풀밭을 이용할 때 피부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라고 강조한다. 야외 활동 시에는 반드시 긴 소매 옷과 긴 바지를 착용하고 벌레 기피제를 뿌려야 한다. 귀가 후에는 즉시 샤워를 하고 입었던 옷을 벗어 따로 세탁하는 데 바람직하다.

[자주 묻는 질문]

Q1. 야생토끼병은 주로 어떻게 감염되나요?

A1. 주로 감염된 야생 토끼나 쥐 등 설치류를 직접 만지거나, 이들에게 기생하는 진드기, 사슴파리 같은 벌레에 물렸을 때 감염됩니다. 특히 매개 곤충이 활발한 여름철에 주의가 필요하며, 드물게 오염된 물을 마시거나 균이 섞인 먼지를 흡입하여 감염되기도 합니다.

Q2. 벌레에 물린 뒤 어떤 증상이 나타나면 의심해봐야 하나요?

A2. 물린 부위 주변에 궤양이 생기거나 인접한 림프절(겨드랑이, 사타구니 등)이 눈에 띄게 붓고 통증이 느껴진다면 의심해야 합니다. 고열, 오한, 두통과 같은 몸살 감기 증상이 나타나는 게 특징입니다.

Q3. 국내에서도 발생하는 병인가요?

A3. 야생토끼병은 국내에서 매우 드물지만 1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발생 즉시 신고해야 합니다. 해외여행 후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보건당국이나 의료기관에 알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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