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강검진 데이터와 혈액검사 결과만으로도 프레일티(Frailty, 노쇠)가 현재 얼마나 와 있고,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 바로 알려주는 AI 모델이 개발됐다. 컨설팅 및 IT 솔루션 기업인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NRI)에서다.
우리의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보다 10년 이상 빠른 '단카이(団塊)‘세대'가 모두 75세 이상 ’후기 고령자‘에 진입하며 국가 의료비가 폭증하는, 일본 '2025년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이 될지 주목된다.
75세의 벽, ‘2025년 문제’라는 시한폭탄 앞에 선 일본
현재 일본 사회를 관통하는 가장 공포스러운 키워드는 ‘2025년 문제’다. 1947~1949년, 전후 3년 사이에 태어난 약 800만 명의 단카이 세대가 모두 75세를 넘기는 시점. 이제 일본 국민 5명 중 1명이 후기 고령자다.
통계적으로 75세는 의료비와 요양비, 간병비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임계점’으로 통한다. 1인당 의료비만 75세 미만보다 약 4배가 높아진다. 이들 75세 이상이 쓰는 의료비가 전체의 40%는 넘어서는 것. 이는 건보재정의 단순한 적자를 넘어 ’시스템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위협하는 수준에 이르게 된다.
일본 정부는 이로 인한 사회보장비 파탄을 막기 위해 ‘요개호(要介護, 누군가의 수발이 필요한 상태)’ 전 단계인 ‘프레일티(노쇠)’ 관리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의료비 폭탄 시기를 늦추고, 시스템을 지키기 위한 최후의 방어선.
AI의 예언: “걷기 20분 추가하면, 노쇠 위험 25%p 뚝”
이러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노무라종합연구소(NRI)가 와카야마(和歌山)현립의대와 손잡고 혁신적인 ‘프레일티 예측 AI 모델’을 내놓았다. 이 모델의 핵심은 단순한 진단이 아닌 ‘가시화’와 ‘개입’에 있다.
먼저, 일반적인 기계학습을 넘어선 Auto-ML(자동기계학습) 기술을 적용했다. 혈액검사와 문진표 등 방대한 데이터 속에서 노쇠와 관련된 미세한 전조 증상을 AI가 스스로 찾아내 예측 정확도를 극대화하는 것.
또 하나의 큰 특징은 시뮬레이션 기능이다. “지금처럼 운동하지 않으면 3년 뒤 노쇠 위험도가 40% 상승하지만, 매일 20분씩 걷기를 추가하면 위험도가 15%로 낮아진다”는 식의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한다. 막연한 공포가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행동 변화‘ 동기를 제공하는 것이다.
병원이 된 스마트폰, 사회 시스템을 바꾸다
이번 모델은 일본의 디지털 행정 시스템인 ‘마이넘버 카드(마이나포털)’와 연계될 것으로 전망된다. 개인이 자신의 검진 데이터를 AI에 제공하면, 스마트폰으로 실시간 노쇠 관리를 받는 시대가 열리는 셈이다.
사회 시스템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NRI는 이를 단순 의료용 서비스 모델을 넘어 기업의 ‘건강 경영’ 솔루션으로도 확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용 복지서비스로도 활용하도록 하겠다는 것. 직원이 건강하게 늙어가는 것이 기업의 생산성 유지와 직결된다는 판단에서다.
남의 일이 아니다…10년 뒤 우리가 마주할 ‘2035년 문제’ 예고편
일본의 단카이 세대가 겪는 이 진통은 약 10년 뒤 한국이 맞닥뜨릴 미래의 복사판이다. 그 촉발제는 베이비부머 세대(약 700만 명)의 노령화다. 이들의 맏형, 큰 누나, 1955년생은 이미 71세다. 이제 그 동생들도 줄줄이 70대에 접어든다.
이에 일본이 AI를 통해 의료비 폭증의 파고를 어떻게 넘어서는지 지켜보는 것은, 곧 한국의 사회적 비용을 줄일 소중한 데이터가 된다. 노화와 함께 시작되는 프레일티를 예측하고 생활 습관을 교정하는 이 작은 시도가 거대한 인구 구조의 재앙을 막는 ‘디지털 방파제’로 작동 가능할지 주목하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