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0일 (금)

어릴 땐 남아, 이후엔 여아…‘이 진단’ 성별 격차 성인기에 사라져

어릴 땐 남성에서 더 높은 자폐 진단 비율, 청소년기 이후 여성 진단 급증…성인기엔 1대1 근접

자폐 진단의 성별 격차가 성장 과정에서 점차 줄어들어 성인기에 이르면 사실상 사라질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자폐스펙트럼장애(ASD)는 오랫동안 남성에게 훨씬 더 흔한 질환으로 인식돼 왔다. 실제로 지난 수십 년간 보고된 진단 통계에서는 남녀 비율이 약 4대 1로, 남성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 가운데 최근 대규모 인구 데이터를 장기간 추적한 연구에서 이러한 통념과 다른 양상이 확인됐다. 자폐 진단의 성별 격차가 성장 과정에서 점차 줄어들며, 성인기에 이르면 사실상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 연구진은 1985년부터 2022년 사이에 태어난 약 270만 명을 대상으로, 출생 시점부터 최대 37세까지 자폐 진단 여부를 추적 분석했다. 연구에는 스웨덴 국가 보건 등록 자료가 활용됐으며, 전체 추적 기간은 35년을 넘는다.

그 결과, 전체 대상자 가운데 2.8%에 해당하는 7만 8522명이 평균 14.3세에 자폐 진단을 받은 것으로 분석됐다. 연령대별 진단 양상을 보면, 아동기에는 남아의 진단률이 더 높았다. 남성은 10~14세 때 인구 10만 명당 645.5명으로 진단률이 정점을 찍었다. 반면 여성은 다소 늦은 15~19세에 10만 명당 602.6명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청소년기를 거치며 여성의 진단률이 빠르게 증가해, 20세 무렵에는 남녀 진단 비율이 1대 1에 가까워졌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어린 시절에는 남성이 자폐 진단을 더 많이 받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여성에서 뒤늦은 진단이 집중적으로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자폐의 실제 성별 발생 비율은 기존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비슷할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번 연구는 관찰연구로, 몇 가지 한계도 함께 지적됐다. 연구진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나 지적 장애처럼 자폐와 동반되는 다른 질환이 분석에 포함되지 않았으며, 부모의 정신 건강과 같은 유전·환경 요인도 통제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연구진은 대규모 인구에 대한 장기간 추적을 연구의 강점으로 꼽았다. 이를 통해 연령, 진단 시기, 출생 코호트라는 세 가지 시간 요인의 영향을 구분해 살펴볼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연구진은 “자폐의 남녀 진단 비율은 시간이 지날수록, 또 진단 시점 연령이 높아질수록 점차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다”며 “스웨덴에서는 성인기에 이르면 남녀 간 차이가 사실상 구별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여성이 남성보다 늦게 자폐 진단을 받는 이유를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결과는 최근 자폐 여성의 과소 진단 문제를 지적해 온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 연구와 함께 실린 논평에서 자폐 환자 지지 활동가 앤 캐리는 “현재의 진단 체계가 많은 여성을 어린 시절에 놓치고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폐 여성들이 적절한 진단을 받기 전까지 기분장애나 성격장애 등 다른 정신질환으로 오진될 가능성이 높고, 진단과  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상황에 놓이기 쉽다고 덧붙였다.

이 문제에 대해 대중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케이트 케일의 2023년 TED 강연이었다. 자신의 자폐를 10대 후반에 뒤늦게 진단받은 케일은 '가면 뒤: 여성과 소녀의 자폐(Behind the Mask: Autism for Women and Girls)' 강연에서 "어린 시절부터 자폐 아이의 특성을 종종 보였지만 17살이 돼서야 진단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신을 포함한 자폐 여아의 과소 진단 대해 그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가 있는 여아와 여성은 자신의 문제나 결함을 숨기는 능력 혹은 가면을 쓰는 능력이 남아와 남성에 비해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들려줬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어릴 때부터 사회적으로 좀 더 친절하고 공감 능력이 뛰어나기를 요구받기 때문에 가면을 쓰는 것처럼 실체를 숨기는 위장에 상대적으로 더 능숙하고, 그 결과 자신의 장애를 인정받기 어렵게 된다고 설명했다. 장애를 제때 진단받지 못하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고 문제가 더 커진 채 성인으로서 사회와 마주하게 된다.

연구진은 이번 분석이 자폐를 바라보는 성별 중심 인식을 재검토하고, 특히 여성에서의 조기 발견과 진단 접근성을 개선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영국의학저널(BMJ)》에 ‘Time trends in the male to female ratio for autism incidence: population based, prospectively collected, birth cohort study’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자주 묻는 질문]

Q1. 자폐는 실제로 남성에게 더 흔한 질환 아닌가요?
A. 어린 시절 진단 통계에서는 남성 비율이 높게 나타나지만, 이번 연구에 따르면 성장 과정에서 여성의 진단률이 빠르게 증가해 성인기에는 남녀 비율이 거의 같아질 수 있습니다. 이는 여성 자폐가 과소 진단돼 왔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Q2. 왜 여성은 자폐 진단을 더 늦게 받는 건가요?
A. 연구진은 여성의 경우 사회적·의사소통 기술이 상대적으로 두드러져 증상이 덜 눈에 띄거나, 기존 진단 기준이 남성 중심으로 설계돼 조기 발견이 어려웠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Q3. 이번 연구 결과가 갖는 의미는 무엇인가요?
A. 자폐를 남성 중심 질환으로 인식해 온 기존 관점을 재검토할 필요성을 보여주며, 특히 여성에서의 조기 발견과 진단 접근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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