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6일 (목)

고기 씹기 힘들다고요?…일본은 ‘이것’으로 노쇠 징후 바로 알아차렸다

[Vital Again] Pre-시리즈 ④ 구강 프레일티(oral frailty)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6개월 전에 비해 단단한 음식을 먹기 어려워졌습니까?”

요즘 고기 씹기가 힘들어서 죽이나 빵 위주로 먹게 된다면? 일본은 이것을 ‘구강 노쇠’라고 부르며 전신 노쇠의 첫 신호로 본다.

음식을 씹는 힘이 약해지면, 이는 프레일티에 대한 중요한 위험 신호다. 곧 몸 전체가 무너질 것이라는 예고이기 때문.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일본 정부가 내건 ‘기본 체크리스트’ 25문항 중 구강 기능 부문은 3문항뿐이다. 하지만 이들 3문항은 폐렴, 영양실조, 사망률과의 연관성이 생각보다 깊다. 그런 탓에 일본 치과의사회는 “씹는 힘이 약한 노인은 5년 후 요개호(要介護, 요양 필요) 위험이 약 2배 이상 높다”고 했다.

한국은 어떨까? 2024년 12월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지만, “내 씹는 힘이 정상인가”를 측정하는 전국 표준조차 없다. 치과는 충치·치주염 치료에만 집중할 뿐, ‘구강 노쇠’ 개념 자체가 생소하다. 그래서 코메디닷컴은 [Vital Again] Pre-시리즈, 네 번째 순서로 일본 기본 체크리스트의 ‘구강 기능’ 영역을 살펴본다.

씹기·삼키기· 분비, 3가지가 모두 중요하다

일본 기본체크리스트 구강 부문은 3문항으로 구성돼 있다.

그중 2개 이상이 해당되면 ‘구강기능 저하’ 판정이 나온다. 일본 후생노동성 기준으로는 ‘치과 방문 및 케어가 필요한 위험 신호’로 해석된다.

왜 단단한 음식을 예로 들었을까? 고기, 오징어, 견과류 같은 음식을 씹으려면 어금니가 튼튼해야 하고, 턱 근육(교근)이 강해야 한다. 치아가 빠지거나 치주 질환으로 씹을 때 통증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부드러운 음식만 찾게 된다.

문제는 악순환이다. 단단한 음식을 기피하면 → 부드러운 탄수화물(죽, 빵) 위주로 먹게 되고 → 단백질 섭취가 줄어들며 → 근육량이 감소하고 → 노쇠가 진행된다. 도쿄대 이이지마 카츠야(飯島勝矢) 교수는 “씹는 힘 저하는 영양 노쇠로 직행하는 고속도로”라고 했다.

사레 걸리는 것은 폐렴 직행 티켓?

두 번째 질문은 ‘사레’다. 물이나 국물을 마시다가 사레들린 적 있는가?

나이가 들면 후두개(epiglottis) 반사가 둔화된다. 음식물을 삼킬 때 기도를 막아주는 덮개가 제때 닫히지 않는 것이다. 그 결과 음식물이 기도로 넘어가는 ‘흡인(吸引, aspiration)’이 발생한다. 한국 노인 사망 원인에 늘 상위권에 꼽히는 폐렴, 그 중에서도 흡인성 폐렴(aspiration pneumonia)은 주요 원인의 하나다. 특히 사레가 걸리면 24~48시간 내 발병할 수 있고, 입원하면 활동량이 급격히 줄어 프레일티가 더 빨라진다.

분당서울대병원 김광일 교수(노인병내과)는 저서 『늙어도 늙지 않는 법』에서 “사레가 잦으면 반드시 삼킴 평가를 받아야 한다. 흡인성 폐렴은 프레일티의 급가속 페달”이라고 경고했었다.

입이 마르면 면역도 마른다

세 번째 질문은 ‘구강 건조증(xerostomia)’이다. 아침에 일어나면 입안이 바싹 마르는가?

침(타액)의 역할은 생각보다 크다. 소화 효소(아밀라아제)를 분비해 탄수화물을 분해한다. 구강 내 면역(IgA 항체) 기능을 활성화해 세균 번식을 막는다. 충치를 예방하고, 음식물을 부드럽게 만들어 씹거나 삼키는 것을 돕는다.

그런데, 침 분비가 줄어든다면? 이유는 다양하다. 고혈압약·항우울제 등 약물 부작용, 탈수, 당뇨병, 구강 호흡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아산병원 이은주 교수(노년내과)가 이끄는 ‘약물조화클리닉’에서는 “하루 7종류 이상 약을 먹는 노인 중 60%가 구강 건조 증상을 호소했다”면서 “약물을 줄이면 침 분비가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일본 NHK “파타카라 체조로 침샘 활성화”

2025년 3월, 일본 NHK 「사용설명서쇼」는 구강 노쇠 대책을 소개했다. 핵심은 ‘파타카라 체조’였다.

여기서 ‘파타카라(パタカラ)’는 일본어 발음 연습이다. ‘파’는 입술 근육 운동, ‘타’는 혀끝 근육 운동, ‘카’는 혀 뿌리 근육 운동, ‘라’는 혀 전체 근육 운동이라는 것이다.

하루 3회, 각 음절을 10번씩 크게 발음하면 턱·혀·입술 근육이 강화되고 침샘이 자극된다. 예를 들면 ‘파’를 10번 되풀이 발음해보는 것이다. 이걸 해보니, 2개월 후 참가자들의 씹는 힘과 침 분비량이 뚜렷하게 늘었다.

일본 치과의사회는 전국 치과에 ‘씹기 훈련용 껌’과 ‘침 분비 마사지법’ 포스터를 배포했다. 여기에다 6개월마다 정기 검진 시 반드시 ‘구강 노쇠 평가’를 하도록 권고했다.

한국 상황은 많이 다르다

우리는 어떨까? 2016년부터 65세 이상 노인에게 틀니 건강보험이 적용됐다. 하지만 이것은 이미 치아를 잃은 사람을 위한 '사후 치료'일 뿐이다. 정작 노쇠 예방의 골든타임인 ‘전(前) 단계’, 즉 ‘요즘 고기 씹기가 좀 힘든데’라고 느끼는 시점에는 아무도 개입하지 않는다.

동네 치과에서 “혹시 씹는 힘 평가해주실 수 있나요?”라고 물으면 “그런 건 안 합니다. 충치 있으면 치료하세요”라는 답이 돌아온다. 구강 노쇠 개념 자체가 없는 것이다.

보건소는 어떨까? ‘구강보건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칫솔질 교육, 불소 도포 정도만 한다. “6개월 전보다 씹기 어려워졌나요?”라고 묻는 곳은 전국 258개 보건소 중 손에 꼽을 정도다. 결국 한국의 60, 70대는 ‘내 씹는 힘이 정상인가, 위험한가’를 알 방법이 없다. 자신이 구강 노쇠 단계에 들어섰는지조차 모른다.

‘나는 괜찮을까?’…고기 한 점으로 30초 체크

다시 일본의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6개월 전에 비해 단단한 음식을 먹기 어려워졌습니까?”

만약 요즘 삼겹살 대신 죽, 오징어 대신 빵을 선택하게 된다면? 물 마시다가 사레들리는 게 잦아진다면? 아침에 일어나 보니 입이 바싹 말라 있다면?

그것이 바로 신호다. 일본 1200만 명이 이 3개 질문으로 자신의 구강 기능을 확인했다. 2개 이상 ‘예’가 나오면 즉시 치과 검진을 받았다.

당신도 지금 고기 한 점을 씹어보라. 10번 씹어서 삼킬 수 있는가? 턱이 아프지는 않은가?

일본이 20년간 증명했듯 구강 기능은 흘려버리기 쉽지만, 건강에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영역의 하나다. 그래서 동네 치과는 치아만 치료하는 곳이 아니라, 프레일티를 예방하는 곳이기도 해야 한다.

다음 [Vital Again] Pre-시리즈 ⑤에선 일본 기본 체크리스트의 다섯 번째 영역 ‘폐쇄성(사회적 고립)’을 다룬다. “일주일에 한 번은 외출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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