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광암의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은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혈뇨다. 하지만 붉은색을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색맹 환자는 이 중요한 경고 신호를 알아채지 못한 채 방치해 사망 위험이 훨씬 더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탠퍼드대 연구팀은 약 2억 7500만 건의 환자 데이터가 담긴 연구 플랫폼 트리넷엑스(TriNetX)의 데이터를 정밀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색맹을 동반한 방광암 환자는 정상 시력을 가진 환자보다 20년 동안 사망률이 52%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방광암 환자의 80~90%가 초기 증상으로 통증 없는 혈뇨를 겪지만, 붉은색을 구분하기 어려운 색맹 환자들이 이 경고 신호를 알아채지 못한 채 방치하면서 진단과 치료가 늦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존 연구 결과를 보면 정상 시력자는 99%의 정확도로 혈액을 식별했으나 색맹 환자의 식별 정확도는 70%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대장암의 경우에는 색맹 유무에 따른 생존율 차이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대장암 환자의 약 3분의 2는 복통을 느끼고 50% 이상은 배변 습관의 변화를 느끼는 등 혈변 외에도 다양한 초기 증상을 경험하기 때문이다. 또한 45세부터 권장되는 대장암 정기 검진이 보편화되면서 시각적 확인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점도 원인으로 꼽힌다.
색맹은 망막의 원추세포가 특정 파장의 빛을 제대로 감지하지 못해 발생한다. 가장 흔한 형태는 빨간색과 녹색을 구분하기 어려운 적록 색맹이다. 색맹은 ‘색각 이상’의 일종이다. 색각 이상에는 특정 색을 아예 구별하지 못하는 색맹과 색을 구별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색약이 포함된다.
색맹은 주로 X염색체에 있는 열성 유전자에 의해 유전된다. 남성은 X염색체가 하나뿐이라 유전자를 가지면 바로 색맹이 된다. 반면 X염색체가 두 개인 여성은 하나만 가지면 색맹 보인자가 되고 두 개를 모두 가져야 색맹이 된다. 이 때문에 남성은 12명 중 1명이 색맹인 데 비해, 여성은 200명 중 1명이 색맹인 데 그친다.
방광암도 남성 발생률이 여성보다 약 4배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색맹이 있는 남성일수록 암의 조기 발견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연구팀은 의료진이 암 진단 과정에서 환자의 색맹 여부를 고려해야 하며, 색맹 환자들은 정기적인 소변 검사를 받거나 가족의 도움을 받아 혈뇨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Evaluating the association of color blindness and cancer mortality)는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 헬스(Nature Health)》에 실렸고 미국과학진흥회가 운영하는 포털 ‘유레카얼럿’에 소개됐다.
[자주 묻는 질문]
Q1. 색맹 환자에게 방광암이 특히 더 위험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1. 방광암의 1차 경고 신호는 통증 없는 ‘혈뇨’입니다. 하지만 붉은색을 식별하기 어려운 적록색맹 환자들은 소변 속의 붉은 빛을 인지하지 못하고 방치할 위험이 높습니다. 이런 이유로 진단과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되면서 색맹 환자의 방광암 사망 위험이 일반 환자보다 52%나 높게 나타났습니다.
Q2. 대장암의 경우에는 색맹이 진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나요?
A2. 네, 그렇습니다. 대장암은 혈변 외에도 복통이나 배변 습관의 변화 등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전조 증상이 다양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정기적인 대장암 검진이 보편화돼 시각적 정보에만 의존하지 않고 암을 조기에 발견할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습니다.
Q3. 색맹 환자가 방광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요?
A3. 육안으로 소변 색을 확인하는 것에만 의존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매년 정기 건강검진 시 소변 검사로 혈뇨 여부를 반드시 체크해야 합니다. 본인이 색맹임을 알고 있다면, 소변 색이 평소와 조금이라도 다르다고 느껴질 때 즉시 전문의를 찾아 정밀 검사를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