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1월 1일부터 중국에서 콘돔과 피임약, 피임기구 등 피임용품에 13%의 부가가치세(VAT)가 부과된다. 반면 아이 돌봄 서비스와 결혼 관련 서비스는 부가가치세 면제 대상에 포함됐다. 중국 정부의 이번 세제 개편은 출산율 하락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고 풀이된다.
영국 B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지난해 말 발표된 전면적인 세제 개편의 일환이다. 중국은 1990년대 초반부터 유지해온 각종 세금 면제 제도를 손질하며, 저출산과 고령화 대응을 정책의 전면에 내세웠다. 육아휴직 확대와 현금 지원 정책도 함께 추진되고 있다.
출생아 수 10년 새 반 토막
공식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인구는 3년 연속 줄었고, 2024년 출생아 수는 954만 명이 그쳤다. 이는 자녀 수 제한을 완화하기 시작한 약 10년 전과 비교해 절반 수준이다.
중국 정부는 젊은 세대의 결혼과 출산을 유도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번에 시행되는 피임용품에 대한 과세 조치는 오히려 논란을 키우고 있는 모습이다. 온라인에서는 “가격이 오르기 전에 평생 쓸 콘돔을 사두겠다”는 반응부터 “콘돔 가격과 아이를 키우는 비용은 비교 대상이 아니다”라는 비판까지 이어졌다.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중국 베이징의 유와인구연구소가 2024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은 양육에 드는 비용 부담이 세계 최고 수준인 나라 중 하나로 평가됐다. 경쟁적인 교육 환경에서 발생하는 사교육비 부담과 여성에게 집중되는 돌봄 책임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혔다.
중국 시안에 거주하는 한 여성은 “가격이 오르면 학생이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원치 않는 임신이나 성병 감염 증가가 '이 정책의 가장 위험한 결과'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출산율 영향은 제한적”…정부 개입 역효과 우려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평가는 엇갈린다. 미국 위스콘신대 매디슨 캠퍼스의 인구학자 위 후시안은 콘돔에 대한 과세가 출산율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발상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부동산 침체와 국가 부채 증가 속에서 “가능한 모든 영역에서 세수를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의 부가가치세 수입은 지난해 약 1조 달러로, 전체 세수의 약 40%를 차지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헨리에타 레빈은 콘돔 과세가 낮은 출산율을 끌어올리려는 정책 기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조치라고 평했다. 다만 출산 장려 정책과 보조금의 상당 부분을 재정 여력이 부족한 지방정부가 집행해야 한다는 점은 실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책 방식 자체에 대한 거부감도 문제로 지적됐다. 최근 일부 지역에서는 여성들이 지방 당국으로부터 생리 주기나 출산 계획을 묻는 전화를 받았다는 보도가 나왔다. 윈난성 보건당국은 임산부 파악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사생활 침해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레빈은 “정부가 개인적인 선택에 지나치게 개입한다고 느끼는 순간, 정책은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며 “중국 당국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모든 사안에 개입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 점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혼·출산 기피, 중국만의 문제 아냐
출산율 하락은 중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 역시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2024년 0.75명으로 전년(0.72명) 대비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1명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결혼과 출산을 미루거나 아예 포기하는 흐름도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높은 주거비와 불안정한 고용, 과도한 양육·교육 부담, 여성에게 집중된 돌봄 책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여러 연구 역시 양육 부담이 여성에게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는 점과 결혼과 연애 자체가 줄어드는 사회적 변화 등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기적인 금전 지원이나 제도 조정만으로는 출산율 반등을 이끌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