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신 접종을 개인의 선택이 아닌 사회적 의무로 여기는 한국 특유의 분위기가 미접종자에 대한 공격성과 적대감을 키우는 동력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일본 오사카대 연구팀은 한국, 일본, 미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중국 등 8개국 성인 1만3000여 명을 대상으로 2023년 7월부터 2024년 4월까지 추적 조사를 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은 특히 조사 대상 8개국 중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는 사회적 규범이 미접종자에 대한 적대감으로 변하는 현상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등 조사 대상국(중국 제외)에서는 앞으로 백신을 추가로 접종하겠다는 의향이 50% 미만으로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한국에서는 2023년 7월 이후 3개월마다 접종 의향이 평균 3.6%씩 감소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일본 오사카대 연구팀 8개국 조사...한국·일본에서만 사회적 규범이 적대감으로 변질
한·일 양국에서는 백신 접종을 둘러싸고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나 사회적 분위기를 의식하는 ‘사회적 규범’이 백신을 접종하지 않는 사람에 대한 공격성과 적대감으로 변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서구권 국가와는 달리 이들 두 나라 국민은 백신 접종을 개인의 선택보다는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마땅한 도리’로 여기는 경향이 강하며, 이 규범을 따르지 않는 사람을 ‘우리’에서 벗어난 공동체 밖의 외부자로 인식해 더 강한 부정적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한 한국은 중국, 이탈리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3개국과 함께 백신 접종 찬성 집단 내의 결속력과 배타성이 매우 두드러진 국가 중 하나로 꼽혔다. 백신 접종 찬성론자들은 자신들과 의견이 같은 사람들에게는 강한 유대감을 느끼는 반면,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비과학적이라거나 공동체에 해를 끼친다는 식의 ‘낙인 찍기’ 성향이 다른 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에서 발견된 뜻밖의 사실 중 하나는 ‘처벌’의 역할이다. 백신 미접종자에 대한 과태료나 제재는 접종 의향을 높이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처벌이 존재할 때 접종 찬성파들이 미접종자에게 느끼는 개인적인 적대감은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연구팀은 이를 ‘공정성 문제의 해결’로 풀이했다. 공동체의 의무를 다하지 않는 이들에게 제도적 비용(처벌)이 부과됨으로써, 개인이 상대방에게 직접 품어야 했던 도덕적 비난이나 원한이 완화된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공중보건 메시지는 단순히 백신 접종을 권고하는 것을 넘어, 사회적 분열과 같은 장기적인 부작용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Impact of vaccination justifications on compliance and social polarization: A repeated cross-sectional study in eight countries)는 국제 학술지 《백신: X(Vaccine: X)》 2026년 1월호에 실렸다.
[자주 묻는 질문]Q1. 한국과 일본에서만 미접종자에 대한 적대감이 유독 강하게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1. 일본 오사카대 연구팀이 《백신: X(Vaccine: X)》 2026년 1월호에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이는 두 나라의 강한 ‘사회적 규범’ 문화 때문입니다. 서구권에서는 백신 접종을 개인의 건강권과 선택의 문제로 보는 경향이 강한 반면, 한국과 일본에서는 이를 공동체를 위한 ‘당연한 도리’로 인식합니다. 이 때문에 규범을 따르지 않는 사람을 단순히 의견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공동체의 결속을 해치는 외부자로 규정하게 되어 더 강한 공격성과 낙인찍기 현상이 나타납니다.
Q2. 미접종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처벌이 실제로 접종률을 높이는 효과가 있나요?
A2. 연구 결과, 처벌이나 제재가 사람들의 백신 접종 의향을 직접적으로 높이는 데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처벌은 예상치 못한 사회적 기능을 수행합니다.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미접종자에게 느끼는 ‘나만 손해 본다’는 식의 불공정함을 해소해 줌으로써, 집단 간의 사적인 원한이나 적대감을 완화하는 완충 작용을 한다는 것입니다. 즉, 처벌은 접종 독려보다는 사회적 갈등의 폭발을 막는 ‘공정성 관리’의 도구에 가깝습니다.
Q3. 시간이 갈수록 백신 접종 의향이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이며 어떤 대책이 필요한가요?
A3. 조사 결과 한국을 포함한 8개국에서 백신 접종 의향은 3개월마다 평균 3.6%씩 감소하고 있습니다. 이는 코로나19 비상사태가 종료되면서 감염에 대한 위기감이 낮아지고 백신 피로도가 쌓였기 때문입니다. 오사카대 연구팀은 앞으로의 공중보건 메시지가 단순히 ‘사회를 위해 맞으라’는 식의 도덕적 압박을 넘어서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강한 도덕적 메시지가 오히려 사회적 분열이라는 2차 부작용을 낳을 수 있는 만큼, 개인의 선택을 존중하면서도 공동체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정교한 갈등 관리 중심의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