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07일 (화)

성장호르몬, 키만 키우나 했더니…“기억 만드는 데도 핵심 역할”

IBS 연구진, 생쥐 실험으로 규명…학습 순간 뇌서 급증해 신경세포 성숙시켜

성장호르몬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어 신체의 성장과 발달을 촉진하는 호르몬으로, 이번 연구에서 기억을 저장하는 신경세포를 성숙시키는 역할도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사진=AI생성

키를 크게 하고 신체 성장을 돕는 것으로만 알려졌던 성장호르몬이 뇌에서 기억을 만드는 데도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우리가 무언가를 배우는 바로 그 순간, 뇌 속에서 성장호르몬이 급격히 만들어지면서 기억을 저장하는 신경세포를 성숙시킨다는 것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기억 및 교세포 연구단 강봉균 단장 연구팀은 생쥐를 이용한 실험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규명했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벤시스(Science Advances)》에 20일 게재됐다.

연구팀은 생쥐에게 특정 환경을 위험한 상황으로 인식하도록 학습시킨 뒤, 학습 시점을 기준으로 서로 다른 시간대에 단백질 합성을 억제하는 약물을 투여했다. 그리고 같은 환경에 다시 노출했을 때 생쥐의 반응을 관찰해 기억 형성과 회상 능력을 비교했다.

실험 결과, 학습이 끝난 뒤에 단백질 합성을 막으면 기억 회상 능력이 유지됐지만, 학습이 이뤄지는 바로 그 순간과 직후에 단백질 합성을 차단하면 기억 회상 능력이 크게 떨어졌다. 기억저장 세포에서 신경세포 간 연결이 강화되는 시냅스 변화도 나타나지 않았다. 기억 형성을 위해서는 필요한 단백질이 학습 초기의 매우 짧은 시간 안에 합성돼야 한다는 뜻이다.

뇌는 특정 경험을 할 때 일부 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활성화해 그곳에 기억을 저장하는데, 과학자들은 이를 ‘기억저장 세포’라고 부른다. 이 세포가 기억을 제대로 저장하고 나중에 꺼내 쓰도록 하려면 구조와 기능이 바뀌는 ‘성숙’ 과정을 거쳐야 한다. 다만 이 성숙이 언제 시작되고 어떤 방법으로 조절되는지는 분명히 밝혀지지 않았었다.

연구팀은 학습 직후에 만들어지는 단백질 가운데 성장호르몬에 주목했다. 성장호르몬은 학습 직후 뇌의 해마에서 빠르게 증가했으며, 특히 학습 과정에서 활성화된 신경세포에서만 선택적으로 나타났다.

성장호르몬이 정말 기억 형성에 관여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추가 실험을 진행했다. 쥐의 성장호르몬 신호 전달을 방해하자, 기억저장 세포의 시냅스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고 기억 회상 행동도 감소했다.

반대로 단백질 합성이 억제돼 기억 형성이 저해된 상태에서 성장호르몬을 외부에서 주입하자 기억저장 세포의 변화가 일부 회복됐고, 학습 내용을 떠올리는 행동도 되살아났다.

강봉균 IBS 기억 및 교세포 연구단장. 사진=IBS

강봉균 단장은 “그동안 기억 형성 과정은 주로 신경전달물질과 시냅스 변화 중심으로 연구돼 왔다”라며, “이번 연구는 신체 성장 조절 인자로 알려진 성장호르몬이 기억저장 세포의 기능적 변화를 직접 조절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라고 밝혔다.

이번 발견은 치매나 기억력 감퇴 같은 뇌 질환 치료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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