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정체 탈구 환자들은 ‘재수술 비용’과 ‘전문의 부족’이라는 고통 외에도 또 하나의 고통에 마주한다. 절망적인 순간은 의사에게서 “기존의 다초점 렌즈(인공수정체)는 재사용이 어렵고, 단(單)초점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말을 들을 때다.
그러면 다시 돋보기를 써야 한다. 고액을 들여 얻었던 ‘노안 교정’의 꿈이 물거품 되는 순간이다.
원칙적 폐기…비싼 돈 들인 다초점 렌즈 버려야 하는 이유
첫 백내장 수술 때는 수정체를 감싸는 얇은 주머니(수정체낭) 안에 렌즈를 넣기 때문에 위치가 안정적이다. 하지만 탈구가 일어났다는 것은 이 주머니가 손상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렌즈를 눈 속 벽(공막)에 직접 고정하는 대안을 선택해야 하는데, 그래도 수정체낭에서처럼 렌즈가 한 자리에 안정적으로 고정되어 있기 쉽지 않다.
다초점 렌즈는 미세한 위치 변화가 있을 경우 제 기능을 발휘하기 어렵다. 원거리와 근거리를 모두 선명하게 보려면 렌즈가 망막의 정확한 위치에 고정되어야 하는데, 공막 고정술로는 이런 정교함을 구현하기 쉽지 않아서다.
안경이 제자리에 있지 않고, 좌우 또는 위아래로 삐딱하게 자리잡으면 사물을 제대로 보기 힘든 것과 같은 이치다. 게다가 기존에 삽입된 렌즈를 재사용하는 것은 임상적으로도 매우 어렵다.
반면, 단초점 렌즈는 위치가 미세하게 달라져도 보는 데는 큰 차이가 없다. 재수술을 할 때, 대부분 의사들이 단초점 렌즈를 권장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렌즈 재사용이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렌즈 형태다. 예전에 나왔던 대부분의 다초점 렌즈는 1피스(일체형) 형태로 제작됐었다. 렌즈 본체와 지지부가 한 몸이란 얘기다.
반면, 공막 고정술에 적합한 렌즈는 3피스(삼체형) 형태다. 동그란 광학부에 굵은 실 같은 다리(haptic) 2개가 더 붙어 있는 구조로, 이 다리로 공막에 단단히 고정할 수 있다.
투명도 저하에 사용연한까지…재사용 가로막는 기술적 한계들
다른 이유도 있다. 사용연한에 따른 투명도 문제다. 7~8년 사용한 렌즈는 미세하게나마 투명도가 떨어지고, 탈구 전후 과정에서 수정체 표면에 상처가 나는 등 이미 손상돼 있는 가능성이 크다.
결국 환자는 고가의 다초점 렌즈를 버리지 않고 더 쓰고 싶지만, 수술의 안전성과 시력의 질을 위해선 기존 렌즈를 제거하고 새로운 3피스 단초점 렌즈로 교체하는 것이 일반적인 원칙인 셈이다.
공막 고정술 두 가지, 야마네 vs. 카나브라바…어느 것이 나을까?
공막 고정술을 한다면,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야마네(Yamane) 방식과 카나브라바(Canabrava) 방식이다. 야마네는 공막에 터널을 뚫어 렌즈를 넣고 지지대를 태워 고정(C-loop 모양)하는 반면, 카나브라바는 렌즈 지지대를 공막 내부에 매몰해 고정(S-loop 모양)한다.
그래서 주로 쓰는 렌즈 형태도 다르다. 부산 수정안과 박선호 진료원장(망막 전문의)은 야마네 방식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수술 방식이 비교적 간단하고, 수술 시간이 적게 걸려 의사도, 환자도 덜 부담스럽다는 장점이 있어요. 하지만 3피스 렌즈가 유리해 렌즈 선택에 제약이 있습니다. 게다가 시간이 오래 흐르면 기울어짐이 다시 생길 수 있죠.”
그에 비해 카나브라바 방식엔 다리(지지대)가 4개인 특수 렌즈를 주로 쓴다. 박 원장은 “다리(지지대)가 4개여서 렌즈를 더 안정적으로 고정할 수 있고, 야마네 방식에 비해 사용할 수 있는 렌즈 종류가 많다”고 했다. 하지만 “야마네 방식에 비해 수술이 복잡하고 시간이 조금 더 오래 걸린다”는 단점도 있다. 흔히 알려진 것처럼, 사용하던 다초점 렌즈를 모두 다 재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박 원장은 “둘 다 10년도 되지 않았고, 장단점이 있어 어느 한쪽이 우월하다고 할 수는 없다”고 했다. 어떤 방식을 선택하든, 환자가 맞닥뜨리는 현실은 거의 비슷한 셈이다.
희망의 문은 좁다
그렇다면 다초점 렌즈를 지킬 방법은 정말 없는가? 임상 현장에서는 환자가 고가의 다초점 렌즈를 포기하지 않으려는 의지가 강할 경우, 숙련된 의사의 판단 하에 제한적인 시도가 이루어지기도 한다.
일부 유능한 전문의들은 렌즈의 상태를 면밀히 파악한 후 재고정이 가능한 술기를 시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일반적인 경우가 아니다. 성공 여부는 오롯이 집도의의 섬세한 숙련도와 렌즈의 상태, 환자의 눈 상태에 달려있다. 대다수 환자에게 이런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결국 환자는 기술적 난이도와 비용 부담을 모두 감수하고도 희박한 재사용 가능성에 기대거나, 아니면 현실을 인정하고 시력의 후퇴를 받아들여야 한다. 재수술 환자들에겐 “흔쾌하지 않은” 선택지만 남아있는 셈이다.
[백내장 수술의 그늘]
① 1000만원 수술비 ‘헛돈’ 위기(https://kormedi.com/2770205/)
② 재수술비에 우는 환자들(https://kormedi.com/2772616/)
③ ‘숙련의’ 찾는 험난한 여정(https://kormedi.com/27726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