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과 탁구가 중·장년층에 인기다. 실내 스포츠인 만큼 날씨에 구애받지 않고, 상대적으로 부상 위험이 적다는 게 장점이다.
초보 딱지를 떼면서 랠리가 길어진다. 스매시한 셔틀콕이 코트 반대쪽 모서리에 꽂히고, 드라이브가 먹히기 시작한다. “이제, 좀 친다”는 주변 칭찬에 하루 3~4시간씩 코트에 머문다.

하지만 이때가 가장 위험하다. 기술 욕심에다 승부욕은 불붙지만, 스매시나 드라이브 때 몸통 회전 대신 팔 힘으로만 때리거나 손목을 꺾어 스피드를 만들려고 한다. 폼은 고수 흉내를 내지만, 실제론 관절을 갈아 넣는 스윙을 하고 있는 셈이다.
게다가 퇴근 직후 바로 코트로 달려와 워밍업도 없이 시작하고, 마지막 게임 끝나자마자 샤워하고 귀가한다. 어깨, 팔꿈치, 손목 주변 작은 근육들은 준비도 안 된 채 풀가동된다.
부산 더탄탄병원 임극필 병원장(정형외과)은 “동호인들이 가장 잘 다치는 단계가 바로 이 ‘초·중급 올라가는 구간’”이라며 “실력은 늘었지만 근육과 힘줄은 그 강도를 버틸 준비가 아직 안 된 상태여서 과사용 손상이 폭발적으로 늘어난다”고 했다.

랠리, 드라이브 잘 될 때, 바로 그때가 위험하다
특히 40대 이후엔 어깨 회전근개에 이미 노화가 시작된 상태다. 스매시, 하이 클리어, 드라이브 등 팔을 강하게 쓰는 동작을 반복하면 회전근개 힘줄이 반복적으로 눌리고 쓸린다.
‘회전근개 파열’이 오면 팔을 들 때 어깨에 찌릿한 통증이 느껴지고, 밤에 쑤셔서 잠을 깬다. 옆으로 돌아눕기도 힘들어진다. 진행되면 라켓을 들어 올리는 것조차 힘들어질 수 있다.
‘어깨 충돌증후군’도 흔하다. 팔을 60~120도 사이로 올릴 때 유난히 통증이 심하고, 특정 각도에서 어깨 힘줄이나 점액낭이 뼈에 걸리거나 끼이는 것. 머리 위에서 내리찍는 스매시 공격 좋아하는 이들에 많이 생긴다.
어깨가 불편해지면 차츰 손목에 더 의존하게 된다. 손목을 꺾어 스피드를 만들려는 습관이 굳으면 작은 관절에 부담이 집중된다. 이때 나타나는 게 ‘손목 건초염’과 ‘TFCC(삼각섬유연골복합체) 손상’이다.
손목 건초염은 엄지 쪽 손목 바깥에 많이 생긴다. 포핸드, 백핸드 전환이나 연속 드라이브 때 통증이 심해지고, 나중엔 병뚜껑을 따거나 수건을 짤 때도 욱신거린다.
TFCC가 손상되면 손목 새끼손가락 쪽이 콕콕 쑤신다. 라켓을 꽉 쥐고 비틀 때, 문고리를 돌릴 때 통증이 심해진다.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손목 전체의 불안정과 만성 통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팔꿈치에서는 테니스엘보(외측 상과염)와 골프엘보(내측 상과염)가 동반된다. 물건을 들거나 수건을 짜는 동작만으로도 통증이 나타나면 이미 만성화 단계다.
이럴 때 병원을 찾아라
많은 동호인들이 초기 증상을 단순 근육통으로 여기고 파스로 버틴다. 하지만 다음 상황이라면 이미 병이 생겼다는 신호다.
운동을 줄이거나 쉬었는데도 1~2주 이상 통증이 지속될 때, 통증 때문에 잠을 자주 깨거나 옷을 입고 벗을 때 유난히 아플 때다. 또한, 특정 각도에서 ‘뚝’ 소리와 함께 힘이 빠질 때도 그렇다.
임극필 병원장은 “이 단계에서 정확히 진단하면 상당수는 비(非)수술 치료만으로도 충분히 호전된다”고 강조한다. 특히 초기엔 운동량 조절, 냉찜질, 소염제, 물리치료만으로도 좋아질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재활운동을 병행하거나, 충격파치료나 주사치료를 받기도 한다.
다만 파열 범위가 크거나 비(非)수술 치료에도 불구하고 통증이 지속되면 관절내시경 수술이 고려된다. 이럴 땐, 정형외과 중에서도 상지(어깨·팔) 전문의를 찾는 게 유리하다.
부상 줄이고, 라켓 오래 잡으려면
배드민턴과 탁구는 훌륭한 생활체육이다. 다만 랠리가 이어지고 스매시가 잘 들어가기 시작하는 ‘위험한 황금기’에, 폼만 고수처럼 따라 하기보다 몸의 준비 상태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 기술은 천천히 올리더라도, 관절의 체력과 회복 여력을 함께 키워 나가는 것, 바로 그것이 라켓을 오래 잡는 비결이다.

도움말: 부산 더탄탄병원 임극필 병원장(정형외과). 부산대병원에서 정형외과를 수련하고, 의학석사를 받았다. 가톨릭관동대 조교수를 지냈다. 어깨, 팔을 주로 보고 스포츠재활치료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