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육=단백질=건강식’을 믿는 이들은 퍽퍽한 닭가슴살이나 단백질 보충제를 열심히 먹고 마신다. 하지만 지난 칼럼들에서도 반복해 얘기한 것처럼 근육은 단백질 많이 먹는다고 저절로 생기지 않는다. 장기간의 꾸준한 근력 운동이 없으면 근육은 절대 커지지 않는다.

근육 합성을 위해 단백질 많이 먹어야 한다는 소문과 달리, 우리 몸이 하루 단백질 권장량(RDA)인 0.8g/kg/day을 섭취한 후 '추가로' 근력 운동으로 증가할 근육을 위해 필요한 단백질은 하루 2~3g 정도면 충분하다. 하루 20~30g씩 단백질을 더 먹는 건 몸을 상하게 할 뿐이다.
근육 생성을 위해 단백질 많이 먹으라는 권고 뒤엔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사실이 또 하나 있다. 근육에 과부하(무게)를 주어 근육의 수축 이완을 반복하는 근력 운동을 잘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단백질’이 아니라 ‘칼로리’, 즉 에너지다.
인간의 활동에 가장 좋은 에너지원은 탄수화물로부터 얻는 ‘포도당’이다. 근육을 키우려면 근육 내 저장된 포도당인 글리코겐(glycogen)을 소비하면서 장시간 운동을 해야 하는 것이지, 에너지원이 아닌 단백질을 많이 섭취하는 것은 운동 능력 향상에는 하나도 도움이 안 된다.
운동 선수들이 시합 전에 탄수화물을 집중적으로 먹는 이유
체력의 한계에 도전하는 마라톤 선수들은 시합 3~4일 전부터 단백질이 아닌 탄수화물 섭취를 대폭 늘려 ‘카보로딩’(Carbohydrate Loading), 즉 탄수화물을 몸에 잔뜩 적재한다. 운동에 필요한 에너지원은 단백질이 아니라 포도당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자동차와 비교하면, ‘연료탱크’인 간과 근육에 ‘휘발유’인 탄수화물을 꽉 채워놓는 과정이다. 연료탱크가 가득 차면 차가 오래가듯이, 글리코겐(탄수화물 저장 형태)이 많으면 운동을 오래 할 수 있다. 운동 후에도 탄수화물 섭취를 충분히 해야 회복이 빨라진다 (*아래 그림: 왼쪽은 휴식할 때 근육 안의 포도당을 이용해 글리코겐이 합성되는 과정. 오른쪽은 운동할 때 글리코겐이 분해되면서 포도당을 유리하고 에너지(ATP)를 생산해 근육이 수축하는 과정) [1, 2].

간혹 “채식을 하니 힘이 없다”는 분이 있다. 과일과 채소는 영양분이 풍부해 건강을 유지하고 살 빼는 다이어트에는 좋지만, 에너지 즉 칼로리는 부족하기에 채식하시는 분들은 반드시 칼로리가 풍부한 전분(Starch, 식물에서 에너지를 저장하기 위해 수많은 포도당을 연결한 복합 탄수화물. ‘녹말’이라고도 한다) 식품인 통곡물,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채식만 해선 힘이 없다”는 얘기에 숨은 진실은
“힘을 내어” 근력 운동으로 근육을 키우기 위해서는 ‘단백질은 조금 포함되고, 탄수화물이 많은 식품’을 섭취하면서 운동하는 게 좋다. 한국인들이 주식으로 삼고 있는 쌀(현미)에는 충분한 탄수화물이 있고, 근육의 부피를 키울 수 있는 정도의 단백질도 들어 있어 근력 운동에 좋은 식품이다.
반면에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생선, 계란 등 동물성 식품에는 단백질이 불필요하게 많이 들어있고, 포도당을 만들 수 있는 탄수화물은 거의 없어 근력 운동에는 오히려 불리한 식품이다.
각종 목적의 마케팅에 의한, 잘못된 과학 정보로 인해 사람들은 “탄수화물은 적(敵)이고, 단백질은 친구다”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다.
탄수화물이 “건강의 적”이라는 것처럼 어리석고, 비과학적인 선전은 없다. 왜냐하면 탄수화물은 단백질, 지방과 더불어 우리 몸에 꼭 필요한 3대 영양소 중 하나로, 오랜 세월 인류의 식사를 구성해 온 모든 곡식, 채소, 과일, 콩 등의 식물성 식품이 탄수화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공장을 돌리는 에너지로 전기를 사용하듯이, 우리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는 포도당이고, 그 포도당은 탄수화물 식품에서 나온다. 물론 탄수화물이 부족할 땐 지방과 단백질도 에너지원이 될 수는 있지만, 지방은 분해되면서 ‘케톤’이라는 산성 물질이 나와 몸에 부담을 주고, 단백질은 분해되면서 독성물질인 암모니아가 나와 몸에 해롭다.
탄수화물 공급이 중지되는 단식이나 기아 등 비상사태가 아닌 경우, 평상시 에너지를 공급하는 고에너지 분자인 ATP(adenosine triphosphate, 아데노신 삼인산)를 세포 내 미토콘드리아에서 생산해 내는 데는 포도당만 한 재료가 없다. 그 이유는, 단백질이나 지방과는 달리 대사 과정에서 물과 이산화탄소 이외에 다른 부산물을 남기지 않아 몸에 해가 없는, 깨끗한 청정 에너지원이기 때문이다 [3].
탄수화물은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누어진다. 단순 탄수화물(단당류, 이당류)과 복합 탄수화물(다당류)이다. 단순 탄수화물에는 포도당, 과당, 유당 등이 있는데 흡수가 빨라 혈당 수치를 신속히 올리기에 에너지 공급이 급하게 필요할 때 유용하다.
그에 반해 복합 탄수화물은 통곡물, 감자, 고구마, 콩류에 들어있는 전분(starch)으로 소화하는 데 시간이 걸려 혈당 수치가 서서히 오르나, 각종 비타민이나 미네랄 등이 많이 들어있어 인체의 건강 유지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4].
따라서 건강한 우리 몸은 단백질보다 탄수화물을 훨씬 더 많이 필요로 한다. 요즘에는 밥 안 먹고 단백질 보충제를 먹는 사람도 있다 하니, 잘못된 정보로 인한 폐단에 기가 찰 노릇이다.
우리 몸이 진짜 필요로 하는 것은 단백질일까? 탄수화물일까?
물론 단백질은 우리 몸에 아주 중요한 영양소지만, 과하면 해롭다는 걸 알아야 한다. 단백질은 ‘다다익선(多多益善)’이 아니라 ‘과유불급(過猶不及)’이다.
“한국인은 밥심으로 산다”는 말이 있다. 틀린 말이 아니다. 근력 운동에도 밥 잘 먹는 것이 필수적이다. 근육을 키우는 방법은 단 하나, 밥 잘 먹고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다. 그 외 다른 방법은 없다.
현재와 같은 ‘단백질 권하는 사회’에서 필자가 쓰는 이런 정보는 환영받지 못한다. 여러 가지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학적 진실을 처음 듣는 분들은 충격이 클 것이다. 자신이 알고 있던 단백질에 대한 지식과 상반되기에 인정하기도 힘들 것이다. 이런 걸 ‘불편한 진실’이라 말한다.
모든 진실은 세 가지 과정을 거친다고들 한다. 첫째 조롱, 둘째 격렬한 반대, 셋째 수용. 처음엔 “얼토당토 않다”고 조롱당하다 이내 심한 반대에도 부딪힌다. 그러다 결국엔 자명한 사실로 받아들여진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어느 단계에 있을까?
송무호 의학박사·정형외과 전문의

참고문헌
1. B Murray, C Rosenbloom. Fundamentals of glycogen metabolism for coaches and athletes, Nutrition Reviews 2018;76(4):243–259.
2. LM Burke, JA Hawley, SH Wong, AE Jeukendrup. Carbohydrates for training and competition. Journal of Sports Sciences 2013;29(sup1):S17- S27.
3. M Dashty. A quick look at biochemistry: carbohydrate metabolism. Clinical biochemistry 2013;46(15):1339-1352.
4. JL Slavin. Carbohydrates, dietary fiber, and resistant starch in white vegetables: links to health outcomes. Advances in Nutrition 2013;4(3):351S-5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