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18일 (토)

제2 개성병원, 남북 경색에 숨통 틔울 트리거 될까?

국회에서 열린 ‘개성공단 재개 전망과 남북 의료 협력방안 모색’ 세미나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개성공단은 한때(2004~2016년) 남북 화해, 협력의 상징이었다. 여러 기업들이 여기에 공장을 열었고, 수많은 남북 동포들이 모여 일을 했다. 공단 안에 있던 남북협력병원에선 남북 근로자 35만명(누계)이 무료 진료를 받았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오랜 냉각기를 거치는 사이, 개성공단은 지도 위의 이름으로만 남아 있다. “곧 다시 열릴 것”이라는 기대도 잠깐, 지금은 그런 사실조차 희미하다.

그러다 2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성공단과 남북 의료협력을 한자리에 올려놓은 세미나가 열렸다. 개성공단 시절 ‘개성 남북협력병원’(2005~2012)을 운영했던 국제의료봉사단체 (재)그린닥터스와 개성병원추진위원회가 새로운 진용으로 꾸민 자리.

사진=(재)그린닥터스재단

“정치는 막혀도 의료는 흘러야”

이 자리에는 이학영 국회부의장, 김남중 통일부 차관,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 정근 그린닥터스 이사장(온병원그룹 원장) 등 정치·안보·의료계 인사 30여 명이 참석했다.

그린닥터스 정근 이사장은 “의료는 정치적 대립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잇는 가장 마지막 통로”라며 “개성공단이 다시 열리면 남북이 함께 짓는 현대식 ‘개성종합병원’ 모델을 추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 2005년 1월부터 2012년 말까지 8년간 남북협력병원을 운영했던 주역.

정근 (재)그린닥터스 이사장(오른쪽)과 임세영 전 북한 개성병원장(왼쪽). 사진=(재)그린닥터스

윤석열 정부 내내 남북화해 성격의 모임은 씨가 말랐던 터라 이날 세미나는 국회에서도 주목을 끌었다. “국회에서 이런 세미나가 다시 열린 것 자체가 새로운 시대, 새로운 흐름이 시작됐다는 신호”라는 평가도 나왔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이학영 국회부의장은 “개성공단 전면 폐쇄가 많은 이들에게 충격과 상처를 남겼지만 그 상처를 치유하는 첫 단추를 의료협력에서 찾자는 오늘 세미나는 그래서 의미가 크다”고 했고, 김남중 통일부 차관도 “개성공단은 남북 평화공존의 가능성을 가장 구체적으로 보여준 사업이었다”며 “남북관계가 여의치 않아도, 보건의료라는 인도적 분야에서 평화공존의 길을 모색하는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사장은 이런 의료협력의 ‘전략적 가치’를 짚었다. 그는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지금, 개성공단 재개와 의료협력은 가장 현실적이고 실행력 있는 협력 경로”라며 “의료는 국제 제재 환경에서도 비교적 자유로운 인도적 분야이자, 남북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재개, “두 번째 기회? 아니면 마지막 기회”

국가안보전략연구원 김일기 평화공존전략센터장은 발제를 통해 개성공단을 “남북이 윈윈(win-win)한 대표 경협 모델이자, 남북관계 파고 속에서 최후의 보루가 됐던 공간”으로 정의했다. 특히 미국과 한국 정부가 대북 협상 재개에 신중한 긍정 신호를 보내는 최근 흐름을 짚으며, 지금 시점을 “개성공단 재개의 두 번째이자, 어쩌면 마지막 기회”라고 평가했다.

다만 “유엔 안보리 제재 속에서 기존 방식의 경제협력은 한계가 뚜렷하다”며 “보건·의료 협력처럼 인도성과 공공성이 강한 분야에서부터 작은 물꼬를 트는 것이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제안했다.

“감염병 공동 대응, 의료 인프라 확충, 의료인력 교류가 그런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개성공단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병원과 보건소, 연수센터가 결합된 ‘남북 의료 허브’로 재설계하자”는 구상도 내놓았다.

“북한이 지금 원하는 것은 첨단 의료기기와 정밀진단 설비”

이어진 토론 세션에서는 외교·보건·언론·법률 전문가들이 보다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제시했다.

질병관리청 홍정익 감염병정책국장은 “장기간 교류 단절로 남북의 토착 감염병 양상이 상당히 달라졌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인적교류가 재개될 경우, 상호 감염병 유입에 대비하는 체계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한평 전 부산MBC 국장은 개성공단 중단 이후 “사업의 지속성 설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북한 의료 실태를 면밀히 분석한 뒤 지역 맞춤형 지원과 북한 내 거점병원 설립을 병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신유리 국민대 북한법제연구센터 연구위원은 “북한이 실제로 원하는 협력은 백신·영양제 지원 수준을 넘어 첨단 의료기기와 정밀진단 설비 같은 고사양 인프라에 가깝다”며 “문제는 이 영역이 유엔 제재 품목과 겹친다는 점”이라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 개성병원 재가동 논의 역시 북한의 변화된 보건정책과 수요를 얼마나 정확히 읽어내느냐가 관건”이라 강조했다.

한편, 그린닥터스 핵심 관계자는 이번 세미나 개최 배경에 대해 “남북관계 해빙에 대한 기대가 꿈틀대는 지금, 일단 의료를 앞세워 작은 틈이라도 내보자는 분위기”라며 “정부도 의료단체의 역할을 주목하고 있어, 그린닥터스가 ‘트리거’(trigger, 물꼬를 트는 촉발제) 역할을 자임하고 나선 것”이라고 전했다.

댓글 0
댓글 쓰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