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언제나 응급환자가 될 수 있다. 이런 경우 빨리 병원에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대학병원이라고 하더라도 해당 전문의가 부재하거나 이미 너무 많은 환자로 인하여 추가적인 환자를 수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119 구급차는 대학병원 응급실에 전화를 해서 환자에 대하여 대략적으로 설명을 하고 환자를 이송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관례이다. 그렇다면 병원응급실에 근무하는 의사가 119와 전화를 통해 방금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환자가 있었고 응급실이 포화상태라고 하면서 환자를 받지 못한다고 하였는데 확인한 결과 약 당장 심폐소생술을 하는 환자는 없었지만 응급실은 포화상태인 것이 확인되었다면 진료거부의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는가? 최근 이에 대한 판결이 나와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A 병원에서 편도선 제거 수술을 받은 4세 남아 B는 퇴원 다음날부터 심한 통증과 탈수 증상으로 인근병원에 입원한 상태로 퇴원 약 5일 후 새벽에 수술한 편도 부위가 터져 출혈로 인한 호흡곤란 함께 의식을 잃었다. 이에 119 구급차는 심폐소생술을 하면서 A 병원 소아 응급실로 연락했다. 그러나 A 병원 의사 C는 방금 심폐소생술을 시행한 환자가 있었고 응급실이 포화상태라고 하면서 다른 병원으로 가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결국 119 구급대는 구급차로 약 20분 정도 떨어진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어 치료를 받았지만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5개월 후 사망했다. 조사결과 A 병원 응급실은 포화 상태였지만 남아 B의 치료를 기피할 만큼 위중한 환자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A병원 의사 C를 응급환자 진료거부로 기소했다.
법원은 ‘당시 소아응급실에 피해자보다 더 위급하거나 의학적으로 누가 더 위급한 환자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환자가 있지 않았고, 소아응급실이 포화상태임을 감안하더라도 내실 환자들의 증상, 진단명, 치료내용 등에 비추어 피해자에 대한 응급의료를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하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응급의료 요청을 거부하거나 기피하였다는 이유로 유죄로 판단하였다. 다만 해당의사는 응급의료를 명시적으로 거부하였던 것은 아니고, 당시 소아응급실 일반병상이 포화상태로 업무강도가 상당히 높은 상황이었던 것으로 보아 벌금형을 선고하였다. (울산지방법원 2025. 10. 27.선고 2023고단2543판결)
이 사건에서 당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고 있지 않았음에도 하고 있는 것처럼 거짓으로 말한 의사C의 행위는 의문의 여지없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잘못을 한 의사를 비난하기는 쉽다. 하지만 이러한 사건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지 못하면 유사한 사건이 재발할 가능성이 높다.
중증응급환자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수용할 병상과 함께 많은 숙련된 의사들과 의료진의 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판결문을 보면 당시 A 병원의 응급의료센터의 소아응급실은 9개의 병상으로 운영되고 있었던 반면 (사건과 관련이 있는 소아중환자실은 수용인원이 얼마나 되고 환자가 얼마나 입원해 있는지 판결문에 나오지 않았다) 당직근무를 서던 의사는 전공의로서 병동 당직 1명, 소아 중환자실 당직 1명, 응급실 당직 1명 총 3명에 불과하였다. 이에 비해서 당일 00:00~02:02경 소아응급실에 재실하여 있는 환자 수는 16명이었다. 그 중 4명이 새벽 01:58 분 이전에 소아응급실에서 퇴실하였는데 1명이 심정지 환자로 소아응급실로 실려와 소아중환자실로 전실된 상태였다. 물론 당시 재실하였던 환자들의 상당수는 경증환자였지만 당시 사건 발생시각이 새벽임을 고려하면 사고 당일 더 많은 환자들이 해당 응급실을 방문하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참고로 A 병원은 해당 지역응급의료를 총괄하는 국립대학부속 상급종합병원으로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되어 소아응급실도 운영함에도 불구하고 야간에 수련과정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1명 밖에 근무하고 있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러한 사고가 나지 않았을 것을 기대하였다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다. 또한 재원 환자 16명 중에서 중환에 해당하는 환자가 1명인 사실도 놀랍다.
2024년 의정갈등으로 인한 전공의 집단사직은 수련과정의 전공의들에게 우리나라 의료체계가 너무 많이 의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하였다. 그리고 이 사건은 심각하게 전공의에게 의지하는 응급의료에 대한 전반적인 개혁과 투자를 하루 바삐 실행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이와 함께 지역을 대표하는 권역응급의료센터에 너무 많은 경증 환자들이 몰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함께 고민을 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글=박창범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