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이가 들면 눈도 함께 늙는다. 80세 이상 노인 3명 중 1명이 겪는다는 '노인성 황반변성'은 노화로 인해 시력의 중심을 담당하는 황반에 이상이 생겨 발생하는 질환으로, 실명까지 이를 수 있다. 특히 환자 대다수를 차지하는 건성 황반변성은 현재까지도 마땅한 치료법이 없어 많은 환자들이 속수무책으로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희망스러운 소식이 전해졌다. 핀란드 알토대 연구팀은 최근 약물 주입 없이 인체의 자가 회복 시스템을 활성화하는 방식으로 황반변성의 진행을 막는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치료법은 2026년 봄 본격적인 임상시험에 돌입할 예정이며, 이르면 3년 안에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황반변성의 원인인 '드루젠(Drusen)'에 주목했다. 드루젠은 노화에 따라 눈 속에 쌓이는 단백질 노폐물 덩어리로, 시세포에 영양을 공급하는 조직을 손상시켜 황반변성을 유발하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이 개발한 치료법은 근적외선 레이저를 활용한다. 드루젠이 쌓인 안저 조직의 온도를 레이저로 45도 미만까지 정밀하게 높이는 방식이다. 우리 몸은 이러한 열자극을 외부 스트레스로 인식하고, 스스로를 보호하고 복구하기 위한 '자가 회복 시스템'을 가동하게 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두 가지 핵심적인 생체 반응이 일어난다.
첫 번째는 손상된 단백질을 수리하는 '열충격단백질(Heat shock proteins)' 생성이다. 이 단백질은 손상된 단백질을 원래 구조로 되돌리는 역할을 한다. 만약 복구가 불가능할 경우, 손상된 단백질은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재활용된다.
두 번째는 세포가 스스로 노폐물을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자가포식(Autophagy)' 작용의 활성화다.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오스미 요시노리 교수가 메커니즘을 밝혀낸 이 과정은 인체가 손상된 세포를 분해하고 제거하는 시스템이다. 열충격이 발생하면 이러한 자가포식 작용이 활성화되어 드루젠과 같은 노폐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우리 몸이 가진 본연의 청소 및 복구 시스템 활성화를 통해 황반변성의 근본 원인인 드루젠을 스스로 제거할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한다.
다만 레이저 사용 때 온도가 45도 이상으로 올라가면 조직을 손상시킬 위험이 있다. 이에 연구팀은 실시간 온도 모니터링 기술을 결합해 조직 손상 위험 없이 안전하게 치료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세계적인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연구를 이끈 아리 코스켈라이넨 교수는 "열 자극을 통해 열충격단백질 생성뿐만 아니라, 세포의 폐기물 처리 시스템인 자가포식까지 활성화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고 설명했다. 이 기술은 쥐와 돼지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확인했다.
연구팀은 치료법의 상용화를 위해 '마쿨레이저(Maculaser)'라는 회사를 설립했으며, 2026년 봄 핀란드에서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다.
코스켈라이넨 교수는 "매우 긍정적으로 전망할 때 3년 안에 병원에서 이 치료법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궁극적으로는 동네 안과에서도 쉽게 받을 수 있는 보편적인 치료법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