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주 부산에서 열린 대한예방의학회 ‘2025 가을학술대회’(22~24일, 부산 윈덤그랜드호텔)는 ‘AI 전환의 시대, 공중보건과 예방의학’을 주제로 내걸었다. 그러면서 ‘AI–초고령사회–의료’를 한 흐름으로 엮었다.
학회가 말하는 ‘치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의 전환’이 구호를 넘어 실행으로 이어지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홍영습 학회 이사장(동아대 의대)에게 한국 예방의학의 현재와 미래를 물었다. 이 자리엔 이원영(중앙대), 정재훈(고려대), 강동윤(울산대) 교수가 함께 했다.

이번 학술대회,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습니까?
세 가지를 한 자리에 놓았습니다. 기술(AI)과 인구(초고령사회), 그리고 현장(지역·공공·필수의료). 이를 통해 병원 치료 이후가 아니라 ‘치료 이전 단계’에서 건강 문제를 다루는 구조로 갈 수 있도록, 예방 중심 전환의 실행 경로를 제시하려 했어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는 보건소라는 공중 보건 인프라가 촘촘합니다. 이 네트워크가 예방 전환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어요.
AI는 예방의학을 어떻게 바꿀까요?
의료에도 AI는 정말 빠르게 들어와 있어요. 예방의학 분야에서도 개인 예방이나 집단 예방을 위해 AI를 밀도 있게 활용하기 시작했고, 역학 연구자들이나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현장에도 적용할 겁니다. 그렇게 AI는 감염병 감시, 행동 예측, 맞춤형 알림, 위험군 조기경보 등 전 영역에서 ‘예방의 지능화’를 가능하게 만듭니다. 다만 국민 건강을 위해 효과를 높이면서도 접근성 격차로 인한 건강 불평등이나 AI 사용의 결과에 대한 윤리적 문제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그러자면 세 가지 정도의 원칙은 필요할 겁니다. 공익 우선성, 데이터 윤리·투명성, 표준화된 검증체계 같은….
어느새 초(超)고령사회로 진입해버렸습니다. 그러면 예방 과제도 우선순위가 달라지지 않나요?
가장 시급한 게 노인 쇠약입니다. 초고령사회에서 이 문제는 의료만으로 좁혀보면 답이 없어요. 병원에 오기 전 단계에서부터 신체 기능 저하 속도를 늦추는,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죠. 그래야 사회 전체의 의료비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 아닙니까? 해법의 핵심은 ‘지역 단위’입니다. 보건소–지자체–지역병원–커뮤니티가 데이터를 공유하고 같은 지표로 성과를 재면, 좋은 모델이 나오고, 이는 전국으로 퍼질 수 있습니다. 보건소를 허브로 한 ‘지역 건강생태계’를 만드는 것이죠. 보건소 조직을 중심으로 한 일차보건의료 네트워크를 확장해 나가는 게 중요합니다.
다들 ‘예방’의 중요성은 말하지만, 왜 늘 뒷전일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적절한 보상체계가 없기 때문이죠. ‘예방적 진료’는 건강보험에서 사실상 공백 상태입니다. 특히 일차의료 수준의 지속적 예방 코칭, 상담, 행동개입이 수가에 반영돼 있지 않아요. 의사가 아무리 예방활동을 해도 수가로 인정받기 어려우니, 자연스럽게 치료만 남습니다. 예방 행위의 가치가 제도적으로 인정되는 순간, 의료의 방향은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다만 누가, 어떤 기준으로 할 것인지에 대한 전문성이나 검증 기준도 함께 설계해야 합니다. 간단해 보이지만,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예방형 원격 코칭’은 제도권 진입이 가능합니까?
상대적으로 저항은 낮고, 효과는 클 겁니다. 건강보험 인센티브, 보건소 매개 커뮤니티 코칭, 비대면 데이터–대면 서비스 연계 플랫폼이 삼각 축(軸)입니다. 공공, 민영 보험자가 참여하면 시범사업을 넘어 제도화 가능성까지 커지겠죠. 국민이 ‘치료 후 관리’가 아니라 ‘건강 유지 관리’를 일상화하도록 만드는 게 목표죠.
지역·필수·공공의료는 어떻게 엮어야 현장에서 제대로 돌아가게 되나요?
어려운 문제이긴 한데, 계층적 분담보다는 기능적 연합이 낫지 않을까요? 광역은 컨트롤타워, 기초는 생활권 건강지원센터, 보건소는 네트워크 허브, 지역병원은 의료적 중개·후방지원을 맡는 식으로…. 이런 구조는 법령만으론 굴러가진 않습니다. 데이터·성과 공유 프로토콜이 있어야 합니다.
산업 재해 예방도 국가적 관심사가 됐습니다.
산업 현장에서의 사망도 사망이지만, 고령자 노동, 야간 교대, 플랫폼 노동의 낙상·수면장애·열·한랭 스트레스 등도 중요하게 보고 있어요. 산업 현장을 뛰어넘는, 생활 기반의 근로자 건강관리 체계입니다. 근로자를 지역사회의 일원으로 관리한다는 관점 전환이 필요한거죠.
‘예방은 중요하지만, 구체적으로 손에 잡히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래서 작지만 구체적인 성과가 중요합니다. 집단 데이터를 근거로 보호 요인을 발굴하고, 국민이 이해할 언어로 이슈 메이킹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정책도, 재정도, 자원도, 사람도 움직입니다. 학회도 공공·산업·시민사회 협력 플랫폼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젊은 연구자들은 어떤 커리어를 그려 나갈 수 있을까요?
일단, 예방의학의 무대가 점점 넓어지고 있어요. 데이터 기반 건강정책 설계자, AI·디지털헬스 전략가, 지역 건강생태계 리더로의 역할 확장입니다. 학회는 국제교류–현장연구–공공진출 경로를 키우고 있습니다. 동시에 한계도 있어요. 예방의학 전문의 배출이 연간 몇 명 수준에 불과해, 자칫하면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예방을 나라가 중시한다면 인력·교육에 대한 투자가 선행돼야 하지 않을까요?
마지막으로, 한국형 ‘예방 패러다임’의 방향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 하는 ‘기대수명’에 앞서 얼마나 오래 건강하게 사느냐 하는 ‘건강수명’으로 사회적 시선이 옮아가고 있어요. 거기에다 AI 전환의 시대가 됐잖아요? 그러면 AI 같은 혁신기술 발전과 함께 예방 패러다임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겁니다. 다만 그 전에 예방 수가, 검증 표준, 데이터 윤리, 지역 실행 모델 등 핵심 요소들을 갖추어야 하겠죠. 지금이 골든타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