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느 날 정신을 잃은 후 나이를 거꾸로 되돌린 듯한 착각 속에서 깨어난 한 여성의 사연이 전해졌다. 이 증상은 뇌종양 탓이었음이 병원 검사에서 드러났다.
영국 일간 미러 등 보도에 다르면 플리머스에 사는 글렌 릴리(현재 71세)는 4년 전 집에서 쓰러졌다 깨어났을 때 자신이 실제보다 26살 젊다고 착각했다. 당시 그는 자신이 67세가 아닌 41세라고 확신하며 성인이 된 아들들이 여전히 10대라고 믿었다.
가족에 의해 병원을 찾은 그는 정밀 검사를 받았고, 스캔 결과 뇌 안에 자몽 크기 종양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응급 수술을 받지 않으면 6개월 내 사망할 수 있다는 진단이 내려졌다.
릴리는 사실 2017년부터 이명과 어지럼증을 호소했지만, 당시 이비인후과 검진에서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소견만 받았다. 이후 뇌 속에서 종양은 공격적으로 성장하고 있었고 2021년 결국 쓰러져 대수술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11시간의 수술 끝에 그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으나, 청력 일부 상실, 시력 저하, 만성 두통 등 후유증이 남았다. 의료진은 저도(low grade) 뇌종양으로 분류했지만, 재발 가능성이 있어 방사선 치료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릴리는 현재 예상을 뛰어넘어 4년째 생존해 있으며,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는 뇌종양이 40세 미만 성인과 어린이에게서 가장 흔한 암 사망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브레인 튜머 리서치(Brain Tumour Research)’가 주관하는 ‘Walk of Hope’ 행사에 참여하고 있다. “나는 충분히 행복한 삶을 살았다. 이제는 젊은 환자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영국에서는 매년 약 1만2000명이 뇌종양 진단을 받고 있지만 국가 암 연구비 중 뇌종양에 배정되는 비율은 고작 1%에 불과하다. 이에 환자 단체와 연구자들은 다른 주요 암 연구 수준에 맞추기 위해 매년 3500만 파운드(한화 595억 원 정도) 규모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요구하고 있다.
국내 뇌종양, 전체 암의 0.7%…종양이 어디에 자리 잡느냐에 따라 증상 달라
뇌종양은 뇌나 중추신경계에 발생하는 종양으로, 악성뿐 아니라 양성이나 경계성 종양까지 포함한다. 대한뇌종양학회는 현재 국내에서 뇌종양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2만여 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앙암등록본부가 2024년에 발표한 최신 자료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에서 새롭게 진단된 암이 총 28만 2047건으로 집계된 가운데 뇌종양은 남녀를 합쳐 1976건으로 전체 암 발생의 약 0.7%를 차지했다.
뇌종양은 크기뿐 아니라 어디에 자리 잡느냐에 따라 나타나는 증상이 크게 달라진다. 대한뇌종양학회에 따르면 전두엽에 생기면 발작이나 성격 변화, 기억 장애가 두드러지고, 측두엽 종양은 언어 이해나 기억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 두정엽은 감각 이상이나 읽기·쓰기 장애를 일으킬 수 있으며, 후두엽은 시야 결손을 초래하기 쉽다. 소뇌나 뇌간에 발생한 종양은 보행장애, 어지럼증, 구토 같은 증상을 유발하고, 소뇌교각부 종양은 초기에는 청력 저하와 이명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뇌종양의 증상은 흔한 두통이나 어지럼증과 비슷하게 시작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신경학적 기능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증상이 반복되거나 점점 악화된다면 단순한 생활 질환으로 치부하지 말고 조기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