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간병에서 일상생활 케어로…돌봄서비스 시장 넓어진다

2024년 돌봄서비스시장 트렌드 변화 짚어보니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돌봄서비스 매칭플랫폼들을 중심으로 돌봄서비스가 기존의 환자 간병에서 일상생활 돌봄으로까지 점점 더 다양해지고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돌봄서비스가 본질적으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기존의 환자 중심에서 차츰 일상생활 전반으로 그 범위를 넓히고 있어서다. 병원 동행 서비스는 물론, 가사 지원, 복약 관리, 심지어 여행 동행까지 등장하며 돌봄의 개념이 새롭게 정의되고 있는 것.

이와 관련, 돌봄서비스 매칭플랫폼을 운영하는 케어네이션㈜(대표 김견원, 서대건)은 20일 “이전까지는 주로 ‘아픈 사람’을 위한 서비스로 한정되었다면 이제는 일상생활이 자유로운 노인들 대상으로 하는 다양한 돌봄 서비스가 출현하고 있다”고 했다. 핵가족화와 맞벌이 가구 증가로 가족 내 돌봄의 여력이 줄어든 현실을 반영하는 것.

반면, 소비자 선택 폭은 넓어진다. 구매력 있는 베이비 부머(baby boomers) 세대까지 60대 이상 노령층에 본격 합류한 상태에서 소비자 맞춤형 서비스들로 다양해지고 있는 셈이다.

돌봄 시장에서 남성인력 수요가 커지고 있는 것도 한 특징. 남성 노인들이 같은 성별의 케어기버(care giver)를 선호하는 경향과 관련이 있다. 특히 목욕이나 화장실 이용 등 사적인 돌봄 상황에서 이런 선호가 두드러진다.

남성 케어기버의 존재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관련업계에선 “젊은 남성들일수록 전통적인 성(性)역할에서 벗어나 다양한 직종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면서 “돌봄 직종에 대한 이러한 인식 변화로 돌봄서비스시장에서 남성들 참여도 늘어나게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 다음, 필요할 때 단기로 이용하는 '시간제' 간병 수요가 늘고 있는 것도 2024년 트렌드 변화의 하나다. 다양한 니즈를 가진 고객들이 각자 필요에 따라 돌봄 서비스를 이용하기 때문.

한국 돌봄 시장의 가능성과 도전

한국 돌봄 시장은 일본과 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젊다. 일본은 2000년 개호(介護)을 도입하며 고령화 문제를 체계적으로 대처해왔다. 미국은 프리미엄 맞춤형 서비스를 중심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이들의 장점을 결합할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왔다. 그런 점에서 한국 돌봄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은 디지털화다.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효율성과 접근성을 높이겠다는 것.

아직 오프라인 기반의 돌봄 서비스 비중이 압도적이긴 하나, 온라인 기반의 디지털 플랫폼 비중이 어느 다른 나라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것은 그래서다.

전문업체들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시장 혁신의 견인차들이다. 그중 70% 이상 압도적 시장 점유율을 보여온 케어네이션㈜의 경우, '역경매 입찰제'와 '앱통장' 등의 혁신적 서비스들도 잇따라 내놓고 있다. 돌봄 시장의 비효율성을 얼마나 낮출 수 있을 것이냐를 두고 주목을 받고 있다.

돌봄 인력난과 비용 상승의 그림자

한국 돌봄서비스 시장은 미래 성장의 잠재력과 함께 그림자도 짙다. 심각한 인력난과 점차 높아가는 간병비 문제가 대표적.

한국은행에 따르면, 돌봄 노동력 부족은 2022년 19만 명에서 2042년 최대 155만 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는 간병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하루 평균 간병비는 8만~16만 원 수준. 한 달 기준으로는 평균 370만 원에 이른다. 고령 가구 중위소득의 1.7배로, 상당한 경제적 부담을 의미한다.

“우리보다 10년 이상 앞서 있다”는 일본은 이미 '개호(介護) 난민'이라는 문제에 직면하며 고령화 사회 돌봄의 한계를 체감하고 있다. 개호가 필요하지만 받을 수 없는 상태의 사람들이 그만큼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게다가 2024년에는 도산한 개호 사업자가 172곳을 기록했다. 인력난에 운영비 증가까지 겹치며 연쇄 도산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 개호보험이 시작된 2000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외국인 노동자 활용, 디지털 전환(DX), 심지어 개호로봇까지 등장시켜 이러한 시장 어려움을 이겨내려 애쓰고 있으나 역부족인 셈이다.

우리나라 역시 다르지 않다. 관련업계에선 “우리나라도 돌봄 인력의 부족과 의료비용 증가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고령친화산업의 발전까지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또한, 무분별한 서비스 출시와 표준화 부족도 여전히 시장의 과제로 남아 있다. 특히, 업체별 운영 정책의 차이는 시장의 성장 과정에서 커다란 소비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2025년, 돌봄 시장의 대전환

어쨌든 2025년, 새해는 한국 돌봄 시장이 디지털 혁신과 지역사회 기반 통합 돌봄 체계로 대전환을 맞이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2023년 7월부터 경남 김해시 등 전국 12곳에서 시작한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본계획) 시범사업은 그런 변화의 기폭제다. 75세 이상 노인이 그동안 거주해오던 지역에서 그대로 남아 건강하고 독립적인 삶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원한다.

주거 환경 개선, 간호사 방문진료, 돌봄 서비스 통합 지원 등 지역사회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가 포함된다. 이는 고령화 사회에서 지속 가능한 돌봄 모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2026년부턴 이 커뮤니티 케어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런 흐름에 맞춰 간병서비스에 방문요양서비스를 연계하려는 움직임도 나온다. 병원에서 지역으로, 다시 환자 거주공간으로 공백 없이 돌봄이 이어지도록 하자는 것. 예를 들어 케어네이션 같은 경우, "오프라인 센터 기반으로만 이용이 가능했던 방문요양서비스를 지역 구분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디지털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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