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이 저절로 피 범벅"...21세女 다치지도 않았는데 출혈, 무슨 일?

이탈리아 21세 여성...피부도 혈액도 모두 정상인데 얼굴과 손바닥에서 출혈 '혈한증' 진단

21세 여성의 이마(A)와 눈 아랫부분(B)에서 출혈이 발생했다. (C) 출혈 부위의 조직학적 분석은 정상 피부임을 보여줬다.헤마톡실린-에오신 염색, 확대 × 20)[캐나다의학협회저널 캡쳐]
이탈리아에 사는 21세 여성이 얼굴과 손바닥에서 피를 흘리며 병원을 찾았다. 그런데 이 여성의 얼굴과 손뿐만 아니라 몸에 아무런 상처가 없어 의사들은 당황했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사연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어느 날 상처나 긁힌 자국이 없는데도 얼굴과 손바닥에서 가끔 피가 흘렀다. 출혈은 1~5분 정도 지속됐다. 더욱 놀라운 것은 운동하거나 잠을 잘 때도 피가 절로 났고 감정적으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출혈 증상이 더 심해 보였다.

이러한 상황으로 여성은 우울증과 공황 발작을 겪었고 절로 피가 나오는 것에 부끄러움을 느껴 사회적으로 고립된 상태였다. 그래서 결국 병원을 찾은 것이다.

의사들은 여성이 “얼굴에서 피가 묻은 액체가 흘러나온다”고 말한 것에 주목했다. 현미경으로 분비물을 확인하니 적혈구가 보인 것이다. 혈액이 나온 이상 아픈 척 하거나 색깔이 있는 땀이 나오는 질환은 아니었다.

이와 유사한 증상으로 포르피린증(PorphPyria)은 헤모글로빈의 중요한 성분인 포르피린을 생성하는 과정에서 이상이 생기는 유전성 질환으로 땀이 붉은색 또는 보라색일 수 있다. 또 하이퍼히드로시스(Hyperhidrosis)는 땀을 많이 흘리는 질환으로 땀이 피부의 특정 물질에 반응해 색깔이 변할 수 있다.

결국 의사들은 여성에게 혈한증(血汗症) 진단을 내렸다. 이 병은 ‘피땀’이 상처 없는 피부를 통해 저절로 배출되는 희귀병이다. 여성의 혈액은 정상이었고 피부도 현미경 분석 결과 정상이었다.

여성은 심장 및 혈액 순환 질환에 주로 사용되는 프로프라놀롤을 매일 복용하라는 처방을 받았다. 그럼에도 출혈량은 눈에 띄게 줄었지만 완전히 멈추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에 의사들은 손상되지 않은 피부를 통한 출혈 가능성에 대해 다양한 이론을 제시했다. 일부 의사는 혈액 응고에 영향을 미치는 전신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고 밝혔고, 투쟁-도피 시스템의 과도한 활성화가 원인이라는 의사도 있었다.

이 사례는 ‘캐나다 의학협회 저널(Canadian Medical Association Journal)’에 실렸다.

    김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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