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백신은 대부분 주사기로 어깨 근육에 주입한다. 인도 제약회사 자이더스 카딜라가 개발한 ‘자이코브-디’는 미세한 고압의 유체흐름을 이용해 피부 바로 아래 조직에 고속 분사하는 ‘트로피스’라는 주사시스템으로 주입된다. 바늘 주사보다 통증은 덜하지만 팔다리를 거쳐 면역체계에 전달되는 점은 같다.
이와 달리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할 때 교두보를 마련하는 코와 입의 점막조직에 살포되는 비강 백신이 주목받고 있다고 미국의 뉴욕타임스(NYT)가 2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비강백신이 각광받는 이유는 오미크론의 등장과 관련이 깊다. 지금까지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은 오미크론에 감염될 경우 위중증은 막아줄 수 있어도 감염 자체를 원천 차단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면역력이 6개월 이상 지속되기 힘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정기적 백신 접종이 불가피해졌는데 비강 백신은 주사 백신에 비해 투약도 쉽고, 통증도 덜하며, 코로나바이러스가 침투할 최전방에서부터 방어막을 칠 수 있다는 점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비강 백신은 점막 백신으로도 불린다. 코와 입, 목구멍의 점막 표면에 오래 지속되는 항체를 바로 형성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NYT는 기존 주사 백신이 성문이 뚫린 뒤 침략자를 물리치는 것이라면 비강 백신은 침략자가 성문에 발을 디디지 못하게 보초를 세우는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NYT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전세계에서 비강 백신을 개발 중인 제약사는 최소 12곳이 넘는다. 이중 3상 임상시험에 들어간 곳도 있는데 인도 제약업체 바라트 바이오테크사가 그 선두주자로 꼽힌다. 비활성화 코로나19 백신인 ‘코박신(COVAXIN)’ 개발사인 바라트가 개발 중인 비강 백신은 지난 1월 이미 2회 접종을 받은 사람들 대상으로 한 부스터 샷을 대신할 3상 시험의 승인을 받았다.
바라트 바이오텍의 크리슈나 엘라 회장은 "비강 백신은 대규모 면역 캠페인을 용이하게 해주며 그래서 전염예방에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캐나다 토론토대의 제니퍼 고머만 교수(면역학)는 비강 백신이 “코로나19에 취약한 사람들을 계속 격리시키고 그들의 항체수치를 인위적으로 높게 유지하기 위해 되풀이해 부스터 샷을 맞출 순 없는 노릇”이라며 “사람 대 사람 감염을 실질적으로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비강 백신은 쥐, 족제비, 햄스터, 원숭이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 코로나바이러스로부터 이들 동물들을 지켜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1월말 생물학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바이오아카이브(bioRxiv)’에 발표된 미국 예일대 연구진의 논문은 부스터로서 비강백신의 유용성을 강력히 뒷받침하고 있다.
연구진은 부스터 샷을 대신해 비강 백신을 분사했을 때 코와 목에 면역기억세포와 항체를 유도하고 초기 예방접종으로부터 보호를 강화했다고 보고했다. 연구 책임자인 이와사키 아키코 예일대 교수는 “우리의 접근법은 비강 백신을 주요 예방백신으로 채택하자는 것이 아니라 부스터 역할을 맡기자는 것“이라며 ”이 경우 이미 형성된 기존 면역력을 다시 상승시켜주는 효과가 뚜렷하다”이고 밝혔다. 이번 연구를 검토한 고머만 교수는 “비강 백신은 광범위한 코로나바이러스 변이에 대해서도 탄력성 있게 대응할 가능성을 보여줬기에 더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현재의 코로나19 주사 백신은 바이러스가 체내에 들어왔을 때 면역세포가 출동해 이를 제압할 수 있도록 훈련시킨다. 이들 백신은 또 면역글로불린G(IgG)라는 항체를 생산한다. 문제는 혈액을 타고 돌아다니는 IgG 중 소수만이 콧구멍과 목구멍의 점막조직으로 이동하며 그나마 빠르게 활동력이 떨어진다는 데 있다.
이와 달리 비강 백신은 면역글로불린A(IgA)라는 항체를 생산하는데 이 항체는 콧구멍과 목구멍 같은 점막면에 특화된 항체이다. 그래서 활동력이 더 오래 지속된다. 스프레이로 분사되는 비강 백신은 단순히 코와 입, 목구멍의 점막 뿐 아니라 기도와 폐 조직 전체까지 IgA항체로 코팅을 해준다.
1월초 의학논문 사전공개 사이트 ‘메드아카이브(medRxiv)’에 발표된 고머만 교수 연구진의 논문에 따르면 주사 백신을 2차까지 접종완료한 사람들 중에 IgA항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약 30%밖에 되지 않았다. 2차접종을 마치고 한 달 내에 IgA항체 수치가 낮게 나온 사람들은 돌파감염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았다. 반면 IgG항체 수치는 결과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진의 일원이었던 미국 스탠포드대 마이클 탈 교수(면역학)는 “(백신이 투약되는) 위치가 관건이며 감염으로부터 보호를 위해 점막 면역이 정말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 코로나19에 걸려 면역력을 얻게 된 사람은 주사백신 접종자보다 점막 면역력이 더 강한 경향을 보인다. 탈 교수는 “코로나19에 감염됐던 사람들이 백신접종 완료자보다 델타 변이에 더 강한 면역력을 갖는 이유가 설명된다”면서 그러나 일부러 감염이 되어 면역력을 얻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에 “똑같이 점막 면역력을 강화해주는 비강 백신이 더 안전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비강 백신을 개발하는 것은 복잡하다. 혈액 속의 항체를 정량화하는 것보다 점막 항체를 일정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 아이칸의대의 플로리안 크래머 교수(면역학)는 비강 백신에 대해 “그 개발이 너무 어렵기 때문에 백신계에선 의붓자식 대접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호흡기 질환에 대해 승인된 비강 백신은 독감백신인 플루미스트(FluMist) 딱 한 종 뿐이다. 그나마 이 백신은 문제가 많았다. 비활성화된 독감바이러스를 이용하기에 독감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은 아이들에겐 효과가 좋았지만 성인들에겐 효력이 떨어졌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보조제라 불리는 추가성분을 가미했는데 비감 점막에 염증을 일으키거나 안면마비의 부작용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생겼다. 그래서 비강 백신 개발은 미국 외의 나라가 주도하고 있다고 크래머 교수는 설명했다.
이와사키 교수는 “코로나19 비강백신은 바이러스 단백질을 사용하기에 플루미스트와 접근방식이 매우 다르다”며 그러한 우려에 동의하지 않았다, 고머만 교수는 비강 백신의 면역력이 얼마나 강할지 또 얼마나 지속될지는 불확실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미국이 개발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역시 도박에 가까운 선택임을 상기시키며 “그런 이유로 개발에 나서지 않는 것은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