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태의 종 이야기 (1) / 칼럼을 시작하며
종은 세계에 널리 분포되어 있으며 각각의 문명이나 나라에 따라서 그들의 종에는 뚜렷한 문화적인 차이가 내재되어 있다. 종을 둘러싼 신기한 전설도 많고, 자연 재해를 이기고자 하는 특별한 힘이나 역병이나 마법을 없애주는 영험이 있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다. 고대시대부터 사람들은 신들과 소통하거나 영혼이 된 조상이나 초자연의 말씀을 듣기위하여 종을 울렸고, 근대에는 인간과 인간과의 소통을 위하여 종을 만들었다. 이제는 기계 소리, 녹음한 멜로디에 자리를 내어 주었으나, 아직도 종소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평화롭고 인정이 넘쳤던 옛날에 대한 아련한 추억을 가슴깊이 지니고 있다.
우리가 어릴 때에는 어디서나 종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학창시절에는 자명종 소리로 잠에서 깨어나 하루를 시작하였고, 학교 수업시간은 교무실에서 치는 종소리로 시작하고 끝을 맺었으며, 이른 새벽에 은은하게 온 동네로 울려 펴지던 성당과 교회의 종소리는 신자가 아니더라도 모든 사람의 마음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길거리에는 따르릉 자전거 소리가 있었고 시골 외양간 황소의 워낭소리는 풍요로움의 상징이었다.

인터넷을 비롯한 디지털 세상으로의 변화는 나의 수집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고, 1990년대 후반 오랜 전통의 미국 종수집가협회(ABA, American Bell Association)에 가입하게 되었다. 거기에는 종에 미친 많은 아마추어 수집가들이 그들의 수집품을 소개하고 종에 대한 전문가적 설명을 해주고 있었다. 이 들도 처음에는 취미로 시작하였음이 분명하나, 서로 도와가며 만든 그들의 잡지나 책에 기록된 종에 대한 기록은 실로 깊고 방대하였다. 세상에 종에 미친 매니아, 일본말로 오다쿠라 불리우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도 경이로웠지만 그 할아버지 할머니 회원들이 종에 대한 역사와 지식을 기록한 전문서적들의 깊이와 이를 만든 그들의 열정에 정말 감동했기에 나도 배운 사람답게 무었을 제대로 알고 그 바탕 위에서 어떤 것을 수집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었다. 내가 수집하는 종들도 관광지에서 판매하는 기념품에서 벗어나 가끔은 품격있고 예술적인 종들도 찾아내기 시작하였다. 이후 외국에서 발행된 책과 인터넷 검색으로 많은 지식을 가질 수 있었고, 외국의 경매 사이트나 종 수집가들의 잡지를 통하여 새로운 수집품들을 확충해 나갔다.

마침내는 코리아메디케어가 귀중한 자리를 마련해주어, 세상 사람들의 삶이 묻어있는 종에 관한 이야기들을 소개하게 되었다. 소위 문학-역사-철학(文-史-哲)의 인문학에 일가견이 있는 사람도 아닌 의과대학병원에서 핵의학, 갑상선학을 전공하는 임상의사로서 세상의 이치와 인간사와 복합적으로 얽힌 종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가능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매일 눈으로 보고있는 내가 수집한 종들에 숨겨져 있는 사연들을 하나하나 기록해 보려 한다. 미숙한 글에 대한 해량이 있으시길 빌며, “우리의 삶과 종” 이야기를 시작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