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03일 (목)
기획ㆍ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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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 실천하는 어린이병원 모델
‘아이는 작은 어른이 아니다’ 실천하는 어린이병원 모델
“새벽에 다섯 살배기 아이가 배가 아프다고 데굴데굴 뒹굴어 혹시나 하고 검색했는데 동네 병원에 응급실이 열려 있다니…! 새벽 4시에 의사 간호사 X레이 선생님 모두 대기하고 있어 놀랐고, 의료진이 모두 너무 친절해서 감동받았어요.”  “다른 곳으로 이사할까 찾아보다가 아이가 자라기 전에 이 병원이 없는 곳을 생각할 수 없어 이사 계획을 접었어요.”  ‘우리아이들병원’을 온라인에서 검색하면 이 같은 부모의 생생한 감사와 감동의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우리아이들병원은 13년 전 명문대 교수직이 보장된 젊은 의사가 “서울에서 소아과병원 열면 곧 망한다”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설립, 날마다 환자와 부모의 눈물을 닦아주고 있는 병원이다. 우리아이들병원 백정현 원장(오른쪽)이 삼일절 대체공휴일인 2일 어린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사진=최승식 전문기자 우리아이들병원은 2013년 개원하면서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치료하고, 아이가 성장하는 것을 함께 하는 병원으로 입소문이 났다. 세밀한 것에도 신경 써 아기의 정맥을 찾아서 주사하는 전문 간호사 시스템을 뒀고, 아이의 낙상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온돌형 병실을 운영하고 있다. 병원에 사고 위험이 있는 에스컬레이터가 없는 대신, 아픈 아이와 검사하러 오는 아이의 진료 층을 구분했다. 아이들을 위한 도서실, 미술실, 게임방 등도 운영하고 있다. 정성관 우리아이들의료재단 이사장은 “어린이 전문병원 설립을 결심한 것은 공중보건의 근무 때”였다고 소개했다. 당시 그는 3년 동안 인구 5만 명의 강원도 철원에서 유일한 소아과 의사로 근무하며 휴일도 없이 많게는 하루 100명씩 진료했다.  “환자 대부분이 군인 가족이고 민간인통제선 마을에서 택시를 타고 오는데 어떻게 돌려보내겠어요? 하루는 네 살배기 소아암 환자가 심각한 폐렴 증세로 병원에 왔어요. 기관지에 튜브를 꽂고 서울 대형 대학병원에 갔지만 ‘중환자실에 병상이 없다’고 연거푸 퇴짜를 맞고 되돌아왔지요. 병원을 설득해 결국 1인실에서 사흘 반을 밤낮없이 돌봐 위기를 넘기면서 1차 동네 의원과 3차 대학병원 사이에서 어린이 환자를 담당할 ‘허리’ 역할의 2차 병원이 꼭 필요하다는 확신이 섰습니다.” -정 이사장은 전공의 때 수많은 환자를 보면서 1년 때 소아콩팥 전공으로 석사, 3년 때 박사 학위를 받았고 4년차 때 우수 전공의로 뽑혀 미국 국립보건원 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H NIAID∙National Institute of Allergy and Infectious Diseases)로 연수 갈 정도로 대학에서 육성하는 인재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교수직이 보장됐을 건데… “교수님들이 걱정을 많이 해 주셨다. ‘수익성이 낮은 소아과 특성상 임대료가 비싼 서울에선 3개월 만에 망할 것’이라며 만류한 것이다. 한 스승님은 6개월 안에 성공하지 못하면 학교로 돌아오라고 따뜻하게 말했다.” 당시 서울시 중림동의 소화아동병원, 구의동에 방지거병원이 있었지만 둘 다 위태위태했다. 앞 병원은 지금 의원으로 축소됐고, 뒤는 ‘백화점식 병원’으로 변신했다가 경영난을 이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정 이사장은 뜻을 같이 한 동료 의사 6명과 밤새워 토론하며 병원의 청사진을 그렸다.  정 이사장과 남성우, 이진철, 김민상, 손수예 등 개원 멤버는 구로역 바로 옆에 주차장을 갖춘 15층 신축 건물 중 4개 층이 병원이 들어서기 딱 좋다는 결론을 냈다. 정 이사장은 은행 창구에서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던 순간이 눈에 밟힌다고 했다. 마침내 2013년 4월 서울 구로동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7명, 임직원 40여 명 규모로 우리아이들병원을 개원했다. 2층은 오로지 아픈 아이, 3층은 영유아 건강검진과 백신 접종 등을 받으러 오는 아이를 위한 공간으로 구분하는 등 새 개념의 병원 디자인을 도입했다.  그래픽=윤상선 기자 철저히 환자 중심으로 설계된 시스템과 365일 진료 원칙은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일부 보호자가 2차 병원의 의미를 잘 몰라서 “왜 검사만 실컷 하고 큰 병원에 가게 하냐?”고 항의하기도 했지만, 2차 병원의 존재 이유는 컸다. 환자 보호자 사이에서 이 병원의 본질과 장점이 입소문 나면서 개원 한 달 만에 하루 환자 300명을 넘어섰고, 많게는 1000명 이상이 몰렸다. 구로구뿐 아니라 경기 부천, 광명, 인천 등지에서도 환자가 찾아오며 2014년 입원 병동을 확장했고 2018년에는 서울 북서부에 60병상 규모의 성북우리아이들병원을 열었다. 두 병원은 2020년 보건복지부로부터 국내 최초로 ‘소아청소년 전문병원’으로 지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