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월요일인 10월 19일 놀라운 소식이 전 세계를 강타했다. 북한의 김정은(42) 국무위원장이 ‘뇌출혈’로 쓰러져 급히 중국 베이징으로 옮겼지만 회복하지 못하고 현지 병원에서 숨졌으며 시신이 평양으로 운구됐다는 내용이다. 사실이라면 한반도는 물론 전 세계의 정세를 뒤흔들 수 있는 매머드급 뉴스가 될 수 있었다.
문제는 이 충격적인 내용이 사실은 미처 확인되지 않은 ‘소문’ 수준이었다는 점이다. 신빙성을 담보해줄 관련 사진이나 의무기록은 물론, 목격자나 관계자의 코멘트, 심지어 당시 베이징의 병원에 응급 헬기가 착륙했다든지, 평양 비행장에서 북한의 비행장 근처에서 예정에 없는 항공기가 긴급 이륙했다든지 하는 정황도 제시되지 않았다.
근거도 정황도 없는 ‘소문’ 수준의 김정은 사망설
국가정보학이나 군사학에서는 통상 신뢰성이나 정확성에 대한 평가과 분석을 마친 것을 ‘정보(Intelligence)’로, 확인이나 분석을 마치지 않은 것은 ‘미확인 첩보(Unevaluated Information)’ 또는 ‘원시 첩보(Raw Intelligence)’ 등으로 나눈다. 이날 퍼진 김정은 관련 소문은 확인은 물론, 근거도 없었다. 그야말로 소문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런데도 이 소문은 대중의 구미를 자극했는지 소셜미디어(SNS)를 중심으로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졌다. 선정적인 내용을 싣기로 유명한 영국 대중지 ‘더 선’, 미국의 보수 성향 일간지 ‘뉴욕 포스트’, 그리고 인도의 비즈니스 중심 영문 일간지인 이코노믹 타임스 등 인쇄 매체 20일자에도 실렸다.
그러자 국내외 수많은 미디어가 이를 다루기 시작했다. 국내 언론에도 이들 외신을 인용한 기사가 등장했다. 일부에선 북한 최고위층의 궁중 암투나 미래 권력 승계 구도 등에 대한 섣부른 예측에 나서기도 했다. 각종 정보와 소문에 예민한 증권가에도 소문이 확산됐다. 북한 정보나 내부 사정에 밝은 사람들에게는 소문의 진위와 북한의 미래 전망을 묻는 전화와 문자가 빗발쳤다.
외신들은 이 소문의 최초 출처가 미국으로 망명해 활동 중인 중국 정치활동가 셰완쥔(謝萬軍)이 SNS인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이라고 전했다. 1989년 천안문 시위 당시 활동했던 학생 운동가 출신으로 1999년 러시아를 거쳐 미국으로 망명한 사람이다.
셰완쥔은 19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중국어로 “전해지기로, 김정은과 시진핑이 같은 병에 걸렸다. 김정은은 죽었고 시진핑은 죽음이 아직 멀었을까”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이 글에서 “전해지기로 조선 최고지도자 김정은이 갑작스레 뇌출혈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으나 조선의 의료 조선이 낙후되어 제때 구조 능력이 없어 중국에 협조를 요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썼다.
그러면서 “베이징협화병원이 즉시 의료전문가를 조선으로 파견해 구조에 참가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선의 수술 장비가 의료장비가 너무 낙후되고 김정은의 병세가 너무 심각해 김정은을 베이징협화병원으로 이송해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하지만 구조 골든타임을 놓쳐…(중략)…김정은은 베이징협화병원에서 사망했다”는 주장을 펼쳤다. 김정은의 시신은 북한으로 비밀리에 운구됐고 북한은 이를 숨기고 있다는 내용이 뒤를 이었다. 제시된 근거는 ‘전해지기로’라는 말 외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황당한 중국군 9000명 북한 파병설까지

더욱 기가 막힌 대목은 여기에 김정은 사망 뒤 북한의 권력을 딸인 주애 대신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장이 장악했으며, 주애의 승계를 지원하기 위해 9000명의 중국 인민해방군이 북한으로 파병됐다는 주장까지 보탰다는 점이다. 9000명이나 되는 대규모 중국 병력이 북한에 파병됐다면 위성 감시나 신호 정보, 인적 정보의 감시망에서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북한은 2012년 당시 김정은의 지시로 대중국 견제와 국경 경비를 목적으로 제12군단을 창설해 북·중 국경 지대에 배치했다. 유사시 중국 인민해방군의 진입을 막기 위해 자강도의 백두산 서쪽 지역에 북에서 남으로 제42장갑보병여단(삼수군), 제43스키경보병여단(갑산군), 제41산악보병여단(김형권군)을 배치했으며 군단 예하 화력지원부대로 제934방사포병여단을 운용한다. 이들이 중국 인민해방군 9000명의 진입을 보고만 있을 리가 없기 때문에 충돌이 불가피하다.
이 소식은 ‘가짜 뉴스’로 밝혀지는 분위기다. 김정은이 19일 부인 이설주, 딸 주애와 함께 평양에서 열린 ‘전국 피복·신발 전시회-2026’를 참관했다는 소식이 여러 장의 사진과 함께 20일자 북한 관영매체에 실렸다.
골든타임 길지 않은 뇌출혈 환자 평양-베이징 이송 주장, 비상식적

이번 소동은 건강·의학 지식과 상식과 관련해 아쉬움을 남긴다. 약간의 의학적 상식과 북한의 최고위층 의료 체계, 그리고 김 씨 일가의 역대 사망 원인 등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만 알았으면 사망 소식을 단정적으로 보도하기 어렵다.
특히 의학 상식과 정보, 지식을 바탕으로 볼 때 의심할 부분이 몇 가지 있다. 첫째, 뇌출혈로 쓰러진 김정은을 평양에서 베이징으로 이송했다고 주장한 부분이다. 골든타임이 2~3시간에 불과한 뇌출혈 환자를 평양에서 비행시간이 2시간이 넘는 베이징으로 이송했다는 대목은 의학적으로 비논리적이고 어불성설이다. 게다가 북한에는 1960년대 소련이 개발한 일류신 Il-62 기종의 김정은 전용기인 참매-1호가 있지만 구형이라 긴급 이송에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북한에 VIP 이송할 에어 앰뷸런스 존재하나?
항공편으로 응급 환자를 이송하려면 ‘에어 앰뷸런스’나 ‘닥터 헬기(응급전용헬기)’가 필요하다. 각종 응급 처치와 지속적인 생체 징후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기내를 ‘하늘을 나는 중환자실’로 개조하고 각종 전문의료 장비를 갖춘 의료용 항공기다. 이송 도중 환자 상태를 관찰하고 보살피며 처치할 수 있는 각종 장비도 필수적이다.
우선 심전도, 혈압, 맥박, 산소포화도 등을 측정하는 다기능 환자감시장치와 고정식·이동식 산소공급장치, 휴대용 인공호흡기, 기도확보 및 삽관 장비, 전동식 흡인기 등이 필요하다. 여기에 심실제세동기와 자동흉부압박장비, 수액과 약물을 주입하는 정맥주입기, 기도 관리 키트, 이동식 혈액검사기, 그리고 각종 응급의약품을 갖춰야 한다. 게다가 환자 이송에 필요한 항공용 충격흡수 들것, 척추고정판, 경추고정장비도 구비해야 한다. 북한에 이런 장비를 갖춘 환자 이송용 항공기가 있다는 정보는 아직 입수되지 않았다.
중국 의사, 평양 파견설도 응급상황에선 황당
둘째, 북한의 의료 여건이 미약해 중국에서 의사들을 평양으로 급파했다는 대목도 의구심을 부른다. 촌각을 다투는 뇌출혈 환자를 진료하기 위해 중국 의사들을 비행 거리가 2시간이나 되는 평양으로 보냈다는 것은 의료 상식상 말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의사들을 소집하고 비행기를 수배한 뒤 장비와 의약품을 꾸려 출발하는 시간을 따져보면 뇌출혈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다 날리고도 남을 정도다.
베이징협화병원(北京協和醫院)이 의료 분야 중국 최고 권위의 최상위 병원인 건 맞다. 국제 진료센터를 두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상시 출동, 그것도 해외 출장에 대비하고 있다는 근거는 찾아볼 수 없다. 참고로 이 대학병원의 관련 의대인 베이징협화의학원은 외국인 유학생을 받지 않는다.
이처럼 보건의료적 근거를 볼 때 김정은의 뇌출혈 사망설, 베이징 이송설은 처음부터 가능성이 크지 않았던 셈이다. 게다가 사망설을 처음 주장한 셰완쥔은 평소에도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 사망설이나, 시주석과 똑 닮은 ‘대역’ 수십 명이 있어 공식석상에 수시로 가짜를 내보낸다는 황당한 주장을 해왔기 때문에 신뢰하기 어려운 인물이기도 하다.
흡연·음주는 뇌출혈 주요 원인…김정은 사망설에 혹한 이유 중 하나
그런데도 일시적으로 사망설에 혹한 여러 이유 중에는 김정은 위원장의 체형과 생활 습관이 뇌출혈 고위험군에 속한다는 점과 뇌출혈이 대한민국 보건 통계상 한국인에게 흔한 질환의 하나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뇌출혈 위험군은 과도한 흡연자와 과음자가 포함되기 때문이다. 김정은은 공식석상에서 흡연하는 모습을 자주 보였으며, 북한 정권은 최고위층이 아니면 접하기 힘든 와인과 샴페인, 코냑과 위스키를 지속해서 들여왔다.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이나 당뇨·고지질증 기저질환 환자, 고령층이나 뇌동맥류나 뇌혈관 기형 등 혈관 구조 이상자, 항응고제·항혈소판제 복용자도 고위험군이지만 김정은의 의무 기록은 극비 사안이라 알려진 게 아직은 없다.
이처럼 김정은 사망설을 둘러싼 보도는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의학 정보와 상식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해준 것은 분명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