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장은 혈액에서 노폐물과 남는 수분을 걸러내고, 몸에 필요한 단백질은 남긴다.
하지만 희귀질환인 'IgA 신병증'으로 신장의 여과 장치가 손상되면 단백질이 소변으로 새고, 병이 심해지면 노폐물도 제대로 배출하지 못한다. 일부 환자는 결국 투석이나 신장이식이 필요할 수 있다. 이런 질환에 새로운 치료 선택지가 생겼다.
영국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는 희귀질환 치료제 '울토미리스(Ultomiris·성분명 라불리주맙)'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원발성 IgA 신병증 치료에 가속승인을 받았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대상은 병이 진행할 위험이 있는 성인 환자다. 이 질환에 C5 보체 억제제가 승인된 것은 처음이다.
신장에 쌓인 면역물질이 염증 유발⋯원인 단백질 차단
IgA 신병증은 몸을 보호하는 항체의 일종인 면역글로불린A(IgA)가 비정상적으로 만들어져 신장에 쌓이면서 발생한다. 혈액을 걸러내는 미세한 혈관 덩어리인 사구체에 염증을 일으킨다. '원발성'은 다른 질환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별도의 원인 질환 없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지만 병이 진행하면 소변에 거품이 생기거나 피가 섞일 수 있다. 손발이 붓고 혈압이 높아지기도 한다.
이 병이 생기는 과정에는 '보체'라는 면역 단백질들이 관여한다. 보체는 평소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물리치는 데 도움을 주지만, 지나치게 활성화하면 정상 조직까지 손상시킬 수 있다.
울토미리스는 보체 가운데 C5라는 단백질의 작용을 차단해 신장의 염증 반응을 억제한다. 환자는 첫 투여 후 2주째부터 8주 간격으로 정맥주사를 맞는다.
34주 후 단백뇨 46.6% 감소⋯위약군은 5.6%
FDA는 국제 임상 3상 시험 'I CAN'의 중간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번 승인을 결정했다.
연구진은 소변 속 단백질과 크레아티닌의 비율을 측정해 치료 효과를 평가했다. 크레아티닌은 근육에서 생기는 노폐물로, 소변 속 단백질이 얼마나 나오는지 평가할 때 기준으로 삼는다.
치료 34주째 울토미리스 투여군의 단백뇨는 치료 전보다 46.6% 감소했다. 위약군은 5.6% 줄었다. 통계적으로 보정한 위약 대비 감소 효과는 43.4%였다.
단백뇨 감소는 치료 10주째부터 확인됐으며 34주까지 이어졌다.
단백뇨 줄었지만⋯신장 기능 보호 추가 확인 필요
FDA는 이번에 일반 승인 대신 '가속승인'을 적용했다. 가속승인은 중증질환 치료제의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검사 지표가 개선되면 장기적인 치료 효과를 모두 확인하기 전에 먼저 허가하는 제도다. 이후 추가 임상시험에서 실제 치료 효과를 입증해야 하며, 기대한 효과를 확인하지 못하면 승인이 철회될 수도 있다.
이번에는 단백뇨 감소 효과를 인정받았다. 다만 울토미리스가 실제로 신장 기능 저하를 늦추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연구진은 치료 106주째 신장 기능 변화를 평가할 예정이다.
안전성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임상시험에서 울토미리스 투여 환자에게 흔하게 나타난 이상반응은 상기도 감염(11.3%), 코인두염(9.2%), 주입 관련 반응(8.4%)이었다.
이 약은 수막구균에 의한 중증 감염 위험을 높인다. 수막구균은 뇌수막염이나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는 세균이다. 원칙적으로 치료 시작 최소 2주 전에 필요한 수막구균 예방접종을 마쳐야 한다. 예방접종을 받더라도 감염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울토미리스는 2018년 FDA가 처음 승인한 약이다. 이후 발작성 야간 혈색소뇨증 등 여러 희귀질환 치료에 사용했다. 이번 승인으로 치료 대상 질환이 다섯 가지로 늘어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