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복지부가 비만치료 자가주사제를 병·의원에서 직접 판매하는 불법 행위를 근절하겠다며 현장 조사에 나선다.
복지부는 일부 의료기관이 의약분업 원칙을 어기고 이 주사제를 원내에서 판매한다는 문제가 제기됐다며 22일 이런 계획을 밝혔다. 지난 8일 국정감사에서 비만치료제의 의료기관 공급 비중이 약국보다 높다는 지적이 나온 지 2주 만의 대응이다.
자가주사제는 환자가 스스로 놓도록 만든 전문의약품이다. 약사법에 따라 의사가 처방하면 약사가 조제해 환자에게 건네야 한다. 다만 환자에게 주사 방법을 가르치려고 의료기관에서 '주사제를 주사하는 경우'는 의약분업의 예외다.
복지부는 그동안 교육 목적 등으로 주사하는 경우에만 의료기관이 조제·판매할 수 있다고 안내해 왔다. 하지만 일부 의료기관이 환자에게 주사하지도 않은 채 상당량을 직접 파는 사례가 급증했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국정감사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위고비는 2024년 10월 출시 이후 올해 7월까지 전체 공급량의 62%가 약국이 아닌 의료기관으로 나갔다. 마운자로도 2025년 8월부터 올해 7월까지 의료기관 몫이 56%로 약국(44%)을 능가했다. 의료기관 공급량의 대부분은 의원급이었다. 위고비는 88.2%, 마운자로는 92.4%를 기록했다.
공급량 1위인 수도권의 한 의원은 마운자로를 약 22만 개 받았다. 상급종합병원 20곳과 종합병원 154곳의 전체 공급량(약 20만 8천 개)을 넘는 물량이다.
정은경 장관은 국정감사에서 주사 방법 교육 예외 조항이 남용·악용될 여지가 있다고 답변했다. 교육으로 인정할 범위를 정하는 세부 기준을 만들고, 처방이 많은 의료기관은 조사하겠다고 강조했다.
복지부는 16일 국회 서면답변에서 공급량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약사법 위반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면서도, 원칙을 지키지 않는 의료기관이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공급이 지나치게 몰린 의료기관 중심으로 지방자치단체와 현장 조사를 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복지부는 지난해 9월 지자체와 대한의사협회 등에 원외처방 원칙을 알리는 공문을 보냈다. 하지만 이후 약무정책과 차원의 실태조사나 점검은 없었다고 남 의원실에 보고했다.
이번 조사 대상은 원내 조제·판매가 의심되는 전국 공급량 상위 의료기관이다.
복지부와 지자체는 의약분업 원칙을 지켰는지 확인하고, 위반이 드러나면 관계 법령에 따라 조치한다. 약사법(제23조제4항)을 어기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천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의료법(제18조제1항)의 처방전 발급 의무를 어기면 1차 위반 때 자격정지 15일, 2년 안에 다시 어기면 30일의 처분을 받는다.
복지부는 조사가 끝난 뒤에도 의료기관 공급량을 계속 점검하고 위반 여부를 관리·감독해 나갈 방침이다.
곽순헌 보건의료정책관은 "비만치료 자가주사제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으나, 이러한 수요가 의약분업 원칙을 벗어난 불법적인 의약품 판매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라며 "국민 건강 보호와 의약품 오남용 방지를 위한 중요한 제도적 장치인 의약분업 원칙이 현장에서 충실히 지켜지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안전한 의약품 사용환경 조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