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하루 평균 AI에게 몇 번의 도움을 받고, 몇 개의 거짓 정보에 속고 있을까? AI는 누구에게나 지식을 주는 도구가 됐지만, 동시에 누구나 거짓을 진실처럼 꾸며낼 수 있는 시대도 열었다. 건강 분야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의학 정보를 사실처럼 제시하거나 전문가를 사칭한 AI 콘텐츠가 퍼져나간다. 그런데 의료와 건강에 대한 잘못된 정보는 치료 지연과 민간요법 오남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코메디닷컴은 ‘AI 건강 안전벨트’ 프로젝트를 통해 AI를 가장 건강하게 사용하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피부과 시술 필요 없어요. 한 달만 먹어도 10년이 어려지거든요.”
흰 가운을 입은 한 ‘성형외과 의사’가 카메라를 바라보며 자신 있게 말한다. 어려운 용어까지 섞어가며 이야기하니 언뜻 보면 의사가 알려주는 건강정보 영상처럼 보인다. 하지만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노화 세포 자체를 없애주는 성분이 들었다는 ‘제품’이 등장한다.
소비자들이 ‘정말 10년 전 얼굴로 피부 탄력이 되살아날 수 있을까?’라고 의문을 갖는 사이, 직접 먹고 주름이 사라졌다는 중년 여성까지 등장한다. 하지만 양심선언을 하듯 시술이 필요 없다는 의사를 어느 병원에서도 찾을 수 없다. 화면 속 의사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지능(AI)으로 만들어진 가상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AI는 이제 ‘의사의 얼굴’로 제품까지 팔기 시작했다. 흰 가운과 의학 용어, 전문가처럼 들리는 설명을 조합해 건강정보와 광고의 경계를 흐린다. 소비자들은 효과도 없는 제품에 지갑을 열고, 검증되지 않은 정보를 믿는다. 가짜 의사는 어떻게 제품을 파는지, 클릭 몇 번으로 의사가 생성되는 시대에 진짜 건강정보는 어떻게 가려낼 수 있는지 짚어본다.
신뢰도를 악용한 광고…AI 의사 캐릭터 하나가 올린 매출 81억원
가짜 전문가가 등장하는 건강광고에서 눈여겨봐야 할 것은 제품을 파는 방식이다. 제품부터 내미는 대신 소비자가 관심을 가질 만한 건강 문제를 이야기한다. 노화나 비만, 만성병 등에 관한 정보를 설명하고 원인이나 신체 작용을 알려주는 것처럼 접근한다. 이어 특정 성분을 강조한 뒤 해당 성분이 들어 있는 제품을 해결책처럼 제시한다.
이런 방식의 광고 효과는 컸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위에서 언급한 가짜 성형외과 의사가 판매한 제품은 65만개, 매출액은 약 81억원에 이른다. 2025년 9월부터 올해 5월까지 약 9개월 이어진 사기 행각의 결과다. ‘신체나이 감소’를 내세운 제품은 비타민C와 효모를 섞은 일반식품에 불과했지만, 수많은 소비자가 가운을 입은 AI를 믿었다.
비슷한 행태는 더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올해 다이어트 효능을 표방한 일반식품을 조사한 결과 온라인 광고에서 ‘GLP-1 촉진’, ‘마시는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와 비슷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오인할 수 있는 표현이 발견됐다. 조사 대상 제품은 모두 일반식품이었고 체중 감소 기능성을 인정받은 원료도 포함돼 있지 않았다. AI 의사가 등장해 제품을 홍보한 사례도 있었다. 가운을 입은 한 여성 의사가 “포만감을 높여줘 다이어트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권위 있는 상까지 받은 우수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위고비’라고 내세울 만큼 포만감에 도움이 되는 원료는 없었다.
주목할 점은 업체가 단순히 일반식품의 효능을 과장했다는 것이 아니다. 이들은 제품을 팔기 위해 AI로 만들어낸 인물에게 ‘의사’라는 역할을 부여했다. 건강정보에서는 ‘무슨 말을 하는가’ 못지않게 ‘누가 말하는가’가 신뢰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흰 가운과 의료기관을 연상시키는 모습, 전문적인 설명은 화면 속 인물에게 의료전문가의 권위를 부여한다. 건강이나 질병처럼 일반인이 전문성을 판단하기 어려운 분야에서는 이런 외형적 단서가 정보의 신뢰성을 판단하는 데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얼굴만 가짜일까… 진짜와 가짜 섞은 교묘한 정보, 진위 확인해야
여기서 몇 가지 질문이 더 생긴다. 가짜인 것은 의사의 얼굴뿐일까. 그가 하는 의학적 설명은 진짜일까. 이는 AI 건강광고를 볼 때 특히 주의해야 하는 지점이다. 완전히 터무니없는 이야기보다 실제 의학정보 일부에 과장된 주장을 섞으면 소비자가 진위를 판단하기 더 어려워진다.
예를 들어 특정 영양소가 우리 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존재하는 것과, 그 성분이 들어 있는 특정 제품을 먹으면 노화를 되돌리거나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특정 원료를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 역시 판매 중인 완제품의 효능을 입증한 연구와 동일하지 않다.
그렇다면 AI 광고가 내세운 ‘마시는 위고비’ 제품을 실제 전문가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한 내과 전문의는 “현재 판매되고 있는 먹는 위고비 A제품 성분표를 보면 알파-시클로덱스트린과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이 들어 있었다”며 “알파-시클로덱스트린은 지방을 붙잡아 배출하는 역할을 하고, 낙소화성말토덱스트린은 혈당 조절을 돕는 식이섬유이지만 모두 유의미한 체중 감량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적은 양이 들어 있었다”고 설명했다.

AI 가짜 의사 등장하자 바뀐 법… 처벌 수위도 높아
정부도 AI 가짜 전문가를 이용한 광고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식약처는 AI로 만든 전문가가 제품을 추천하는 광고에 대한 위법성 판단 기준을 명확화했다. 먼저 AI가 제품을 추천하는 광고의 경우 추천자가 ‘가상인간’임을 표시하지 않으면 ‘부당한 표시광고’에 해당한다.
또 AI가 생성한 의사 등 전문가가 식품과 의약품을 추천하는 광고 행위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광고’에 해당한다. AI를 통한 허위·과장 광고에 대해 신속한 제재조치를 하기 위해서다. 12월부터는 가짜 의사가 특정 의료기기를 추천하거나 보증하는 광고도 금지된다. 처벌 수위도 높다. 의료기기법은 이런 금지 광고를 한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아울러 식약처와 한국소비자원은 AI를 활용한 허위·과대광고를 대상으로 모니터링과 행정조사, 수사를 연계하고 단속을 지속한다는 방침이다. 김보경 한국소비자원 안전감시국 식의약안전팀장은 “제품을 구매할 때는 표시된 원료와 건강기능식품 인증 마크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식약처 관계자도 “기술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고, AI 시대에 걸맞은 시장 질서를 확립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AI 의사에 속지 않으려면?… 건강정보와 제품 광고 체크리스트 5
소비자는 어떻게 가짜 AI 의사를 진짜와 구분할 수 있을까. 흔히 AI 영상을 구별하는 방법으로 어색한 입 모양이나 손가락, 부자연스러운 표정 등을 살펴보라고 한다. 하지만 생성형 AI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어 이런 특징만으로 가짜 영상을 판별하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AI처럼 보이는가’를 판단하기보다 ‘실제로 존재하는 사람인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영상에 등장하는 의사의 이름과 소속 의료기관을 검색해야 한다. 특정 병원 소속이라고 밝힌다면 병원 공식 홈페이지의 의료진 정보와 일치하는지도 확인한다. 이름이나 소속은 밝히지 않은 채 ‘○○전문의’, ‘의학박사’라는 직함만 강조한다면 한 번 더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두 번째는 영상의 최종 목적지다. 건강정보를 알려주던 의사가 특정 제품을 유일한 해결책처럼 제시하고 구매 페이지로 연결한다면 광고라는 사실부터 인식해야 한다. 세 번째는 표현을 살펴야 한다. 일반식품이나 건강기능식품인데도 ‘치료’, ‘완치’, ‘예방’ 등 질병에 대한 의약품 수준의 효과를 주장하거나 ‘지방을 녹인다’, ‘노화세포를 없앤다’처럼 신체 변화를 단정한다면 경계해야 한다.
네 번째는 제품의 정체를 직접 확인하는 것이다. 식품안전나라 등을 이용하면 제품이 일반식품인지 건강기능식품인지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논문이나 연구 결과를 내세운다면 원문을 확인해야 한다. 해당 연구가 특정 성분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 실제 판매되는 완제품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인지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 콘텐츠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협찬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