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2일 (월)

가래에 피, 폐에는 18mm 혹⋯폐암 의심했는데 ‘기생충 알’

삼성서울병원, 60세 남성 폐흡충증 사례 보고⋯민물 게·가재 생식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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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경으로 관찰한 폐흡충 사진=삼성서울병원

60세 남성이 수개월 동안 피 섞인 가래 때문에 병원을 찾았다. 의료진은 폐에서 작은 혹을 확인하고 폐암을 의심했지만, 수술로 채취한 조직에서 뜻밖에도 기생충 알을 발견했다. 민물 게나 가재를 날로 먹을 때 감염될 수 있는 ‘폐흡충증’ 사례다.

삼성서울병원은 심장혈관흉부외과 전영정 교수 등이 폐암이 의심된 환자에게서 폐흡충증을 진단한 사례를 《흉부외과학회지(Journal of Chest Surgery)》에 보고했다고 12일 밝혔다.

검사 결과 환자의 오른쪽 폐 아래쪽에서 지름 18mm의 작은 혹(폐 결절)이 나왔다. 폐 결절은 암뿐 아니라 염증이나 감염 때문에 생기기도 한다.

폐를 둘러싼 공간에 액체(흉수)가 약 1.5리터나 고인 사실도 확인됐다. 환자는 항생제 치료를 받았지만 폐에 생긴 혹은 사라지지 않았다. 의료진은 폐암을 의심했지만 정밀검사에서도 원인을 가려내지 못했다.

심장혈관흉부외과 전영정 교수 사진=삼성서울병원

전 교수는 가슴에 작은 구멍을 내고 카메라와 수술기구를 넣는 흉강경 수술을 시행했다. 수술 중 폐를 둘러싼 막이 두꺼워진 모습을 확인하고 조직을 채취했다.

조직을 검사하자 폐흡충의 알이 나왔다. 의료진은 두꺼워진 염증 막을 제거하고 기생충 치료제인 프라지콴텔을 투여했다. 환자는 별다른 합병증 없이 수술 6일 후 퇴원했다.

폐흡충증은 폐흡충이라는 기생충에 감염돼 생기는 질환이다. 주로 폐흡충에 감염된 민물 참게나 가재를 날로 먹거나 충분히 익히지 않았을 때 걸린다. 몸에 들어온 기생충 유충은 장벽을 뚫고 이동해 폐에 자리 잡을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감염 후 약 6주가 지나면 기침과 가슴 통증, 피 섞인 가래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폐결핵이나 폐암과 증상이 비슷해 진단이 늦어지기도 한다.

삼성서울병원 연구진이 2011년 발표한 연구에서도 폐흡충증 환자 47명 중 28명(약 60%)은 폐암이 의심돼 병원에 의뢰된 환자였다.

사진=삼성서울병원

한국에서는 과거 흔했던 감염병이지만 지금은 크게 줄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14년 이후 폐흡충증 표본감시 신고는 매년 0~3건 수준이다. 다만 이는 표본감시 신고 건수로, 전체 감염자 수를 뜻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모든 게장을 위험하게 볼 필요는 없다. 폐흡충은 주로 민물 게와 가재를 통해 감염된다. 흔히 먹는 바다 꽃게장은 민물 참게장과 달리 폐흡충의 주요 감염 경로에 해당하지 않는다. 다만 날음식으로 인한 식중독 등 다른 위험에는 주의해야 한다.

전 교수는 “폐 결절이 발견되었을 때 기생충 감염 역시 고려해야 할 가능성 중 하나”라며 “환자가 민물 게장이나 생고기를 섭취한 이력이 있다면 진료 시 의료진에게 해당 사실을 알려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삼성서울병원 영양팀은 민물 게와 가재를 가급적 익혀 먹고, 소의 생간이나 내장류처럼 기생충 감염 위험이 있는 식재료도 날로 먹지 않도록 권고했다. 특히 날음식을 먹은 뒤 원인 모를 기침이나 피 섞인 가래가 계속된다면 의료진에게 무엇을 먹었는지 알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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