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명절에는 동태전과 동그랑땡, 꼬치전 등 기름을 사용하는 음식을 만드는 일이 많다. 여러 종류의 전을 한꺼번에 부치다 보면 프라이팬이나 냄비에 제법 많은 기름이 남기도 한다. 한 번 쓰고 버리자니 아깝다는 생각에 따로 모아뒀다가 다음 요리에 다시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렇게 한 번 사용한 기름을 언제까지 다시 써도 되는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겉보기에 깨끗해 보이면 몇 번이고 다시 사용해도 괜찮을까. 아니면 한 번 가열한 식용유는 무조건 버려야 할까.
전 부치면서 기름도 변한다…고온·공기·수분이 영향
식용유는 높은 온도에서 가열하는 동안 열과 공기, 수분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성질이 변할 수 있다. 특히 높은 온도에서 장시간 가열하거나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이런 변화가 누적되면서 기름의 품질이 떨어지게 된다.
실제로 고은미·서정희 연구진은 국내 6개 학교 급식에서 튀김에 사용한 콩기름 200개 시료를 분석해 ‘튀김 횟수와 음식 종류가 기름의 산화에 미치는 영향’을 살폈다. 이에 따르면 튀김 횟수가 늘어날수록 기름의 일부 산화 지표가 증가했으며, 튀긴 음식의 종류에 따라서도 산화 정도에 차이가 나타났다. 즉 기름의 품질 변화에는 반복 사용뿐 아니라 어떤 음식을 조리했는지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미다.
기름이 산화되는 과정에서는 알데하이드 등 다양한 산화 생성물도 만들어질 수 있다. 높은 온도에서 오래 가열하거나 반복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기름의 산화를 촉진할 수 있다. 따라서 고온에서 오랫동안 사용했거나 상태가 눈에 띄게 달라진 기름을 계속 반복해서 사용하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전을 부칠 때 떨어지는 밀가루나 달걀옷 같은 음식물 찌꺼기도 그대로 두지 않아야 한다. 음식에서 나온 수분이나 튀김 찌꺼기가 기름에 섞이면 산패가 빨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까지는 괜찮다?”…횟수보다 ‘이런 변화’ 살펴야
그렇다면 한 번 사용한 기름은 몇 번까지 다시 써도 될까. 사실 가정에서 사용한 식용유에 일률적으로 재사용 횟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 대신 몇 번 사용했는지 따지기보다 ‘기름의 상태’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제공한 식용유 안전정보에 따르면, 기름이 산패하면 점도가 높아질 수 있다. 또 튀김 조리를 할 때 생긴 기포가 쉽게 없어지지 않는다면 산패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이 밖에도 불쾌한 냄새가 나거나 색이 진하고 탁해진 경우, 낮은 온도에서도 연기가 나는 경우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보관도 중요하다. 고열과 고온은 식용유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주요 원인이므로 가스레인지처럼 열이 많이 발생하는 곳이나 직사광선이 드는 곳은 피하는 것이 좋다. 공기 중 산소와의 접촉을 줄이기 위해 사용 후에는 뚜껑을 제대로 닫아 보관해야 한다.
이미 사용한 기름을 다시 사용할 목적으로 보관한다면 거즈나 체로 찌꺼기를 거른 뒤 밀봉해 어두운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서로 다른 기름과 섞어 보관하는 것도 피해야 한다.
결국 전을 부치고 남은 기름은 ‘한 번 썼으니 괜찮다’거나 ‘두 번까지는 안전하다’는 식으로 횟수를 따지기보다 사용 과정과 현재 상태를 함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오래 가열한 데다 점도가 높아지고 가열했을 때 생긴 거품이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면 아깝더라도 다시 사용하지 않는 편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