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3일 (수)

"걷다가 자꾸 휘청"⋯다리 힘 빠지는데 허리는 멀쩡, 원인은 '등뼈'에도 있다

흉추 황색인대골화증, 척수 눌리면 다리 저림·보행장애까지⋯허리질환과 헷갈리기 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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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가 자꾸 휘청"⋯다리 힘 빠지는데 허리는 멀쩡, 원인은 '등뼈'에도 있다
어느 때부턴가 오래 걷기가 힘들어지고, 다리 힘이 빠지면서 걸음이 휘청거린다. 대개 허리 쪽 협착증이나 디스크 때문인가 하지만, 실은 등뼈 쪽 문제 때문일 수도 있다.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요약]

  • 다리 저림·보행장애는 허리 질환으로 오인하기 쉽지만, 원인이 '등뼈(흉추)'에 있는 경우도 있다.
  • 흉추 황색인대골화증(TOLF)은 척추 인대가 뼈처럼 변해 척수를 압박하는 질환으로, 허리질환과 증상이 비슷해 진단이 늦어지기 쉽다.
  • 부산 휴병원 박만규 병원장(국제척추내시경교육센터장)이 교신저자로 참여한 UBE(양방향 척추내시경) 감압술 연구가 지난 7월 European Spine Journal에 게재됐다.

다리가 저리고 힘이 빠진다. 오래 걷기가 힘들고 어느 순간부터 걸음이 휘청거린다. 이런 증상이 생기면 대개 허리부터 의심한다.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이 신경을 눌렀을 때 흔히 나타나는 증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허리 MRI를 찍었는데도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렵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문제의 출발점이 허리가 아니라 그 위쪽, 이른바 '등뼈'라 부르는 흉추에 있을 수도 있어서다.

그 대표적인 것이 '흉추 황색인대골화증'(Thoracic Ossification of the Ligamentum Flavum, TOLF). 척추 뒤쪽에서 뼈와 뼈를 연결해주는 황색인대(黃色靭帶)가 점차 두꺼워지고 딱딱한 뼈처럼 변하면서(骨化) 척추관 안쪽으로 자라 들어가는 질환이다. 흉추에는 뇌에서 내려온 척수가 지나가기 때문에 골화된 인대가 척수를 압박하기 시작하면 여러 가지 심각한 증상을 불러온다.

증상만으로는 왜 원인을 구별하기 어려울까?

증상만 놓고 보면 허리질환과 혼동하기 쉽다. 초기에는 다리가 저리거나 감각이 둔해지고 무거워지는 정도다.

하지만 흉추 황색인대골화증이 더 진행되면 다리에 힘이 떨어지고 뻣뻣해지며, 걷다가 균형을 잡기 어렵거나 휘청거리게 된다. 심한 경우 배뇨·배변 기능과 연결된 신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소변이 새거나, 배변을 통제할 수 없게 되는 것.

환자 스스로는 원인을 구별하기 어렵다. 특히 나이가 들면 목과 허리, 흉추에 퇴행성 변화가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흉추 황색인대골화증은 허리쪽 요추 척추관협착증이나 목쪽 경추질환 등과 헷갈린다.

그래서 부산 휴병원 박만규 병원장(국제척추내시경교육센터장)은 "척추질환에선 MRI 등 영상검사에 나타난 병변과 실제 환자 증상이 서로 일치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MRI에 여러 군데 협착이 보인다고 협착 병변을 모두 수술하는 것이 아닌 것처럼, 환자의 통증이나 보행장애를 실제로 일으키는 신경 압박 부위를 정밀하게 찾아낸 후 필요한 범위만 특정해 치료해야 한다는 것.

흉추 수술, 왜 더 까다로울까⋯중추신경 ‘척수’ 지나가서

영상검사에서 흉추 황색인대골화증이 발견됐다 해도 척수 압박이 크지 않다면 당장 수술할 필요는 없다. 경과부터 지켜보는 것이 일반적.

그러나 척수 압박 탓에 보행장애나 근력 저하 등 신경학적 증상까지 나타나면 감압수술을 바로 검토하게 된다. 여기서 흉추수술과 요추수술 사이에 중요한 차이가 생긴다.

허리에서는 척수에서 갈라져 나온 신경근을 주로 다루게 된다. 반면, 흉추 안에는 뇌에서 연결된 척수(spinal cord)가 직접 지나간다. 따라서 척수를 누르고 있는 골화된 인대를 충분히 제거하면서도 척수 자체에는 손상을 주지 않아야 한다. 특히 황색인대가 경막과 단단히 붙거나 함께 골화된 경우 수술 난이도는 더 올라간다.

전통적으로는 뒤쪽 척추 구조물을 넓게 열어 척수를 감압하는 수술이 시행돼 왔다. 최근에는 후방 구조물 손상을 최대한 줄이면서 압박 부위에 접근하는 최소침습 수술도 시도되고 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양방향 척추내시경수술'(UBE·Unilateral Biportal Endoscopy)이다. 두 개의 작은 통로를 통해 한쪽에는 내시경을 넣어 수술 부위를 보고, 다른 쪽에는 수술기구를 넣어 병변을 제거하는 방식.

고난도 흉추수술도 UBE로 가능해질까?

박만규 병원장은 최근 UBE의 적용 범위를 흉추에서 확장하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초점은 단순히 "내시경으로도 수술이 가능하다"는 데 있지 않다. 척수를 충분히 감압하면서도 척추 뒤쪽의 관절과 안정 구조물은 최대한 보존할 수 있는지다.

등쪽 흉추 수술은 난도가 높다. 박만규 병원장은 최근 UBE의 적용 범위를 흉추에서 확장하는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휴병원

이를 영상으로 정량 분석도 해봤다. 그 결과가 지난 7월, 유명 국제학술지(European Spine Journal)에 실렸다. 흉추 황색인대골화증으로 UBE 감압술을 받은 환자 45명의 55개 척추 분절을 평균 16개월간 추적한 것이다.

항목결과
대상환자 45명 · 55개 척추 분절
평균 추적 기간16개월
경막낭 단면적(DSCA) 변화70.4㎟ → 119.8㎟ (평균 75.0% 확장)
mJOA 회복률평균 71.2%

쉽게 설명하면, 척수를 누르고 있던 공간이 수술 후 눈에 띄게 넓어졌고, 그만큼 짓눌렸던 신경 기능도 상당 부분 되살아났다는 뜻이다. 특히 신경 기능을 평가하는 mJOA(modified Japanese Orthopaedic Association score) 기준, 평균 회복률이 71.2%였다는 것은 걸음걸이, 팔다리 움직임, 배뇨·배변 조절처럼 일상과 직결된 신경 기능이 수술 전보다 크게 개선됐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박 병원장은 여기서 한 발 더 나간다. 지난 18일 서울 용산에서 열린 'NSC 2026'(Neuro Spine Congress 2026,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학술대회)의 심포지엄 III('Advanced Cervicothoracic Techniques and Evolving Standards in UBE Surgery') 세션에선 '흉추 전방 퇴행성 병변의 내시경 치료: 술기의 개선과 수술 적응증 확대(Endoscopic Treatments of Ventral Thoracic Degenerative Pathologies: Technical Refinements and Expanding Surgical Indications)'를 강의했다.

대한척추신경외과학회 'NSC 2026' 현장. 박만규 병원장이 여기서 '흉추 전방 퇴행성 병변의 내시경 치료'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휴병원

흉추 뒤쪽의 황색인대골화증뿐 아니라 척수 앞쪽에서 발생한 퇴행성 병변까지 내시경수술의 적용 가능성과 기술적 과제를 다뤘다. UBE가 비교적 익숙한 요추 디스크·협착증 수술을 넘어 경추와 흉추 등 보다 까다로운 영역으로 수술 적용 범위를 넓혀가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

그는 다만, "더 중요한 것은 환자의 병변 위치와 척수 압박 정도, 인대와 경막의 골화 상태, 척추 안정성 등을 종합해 UBE 수술이 적합한 환자를 잘 선별해야 한다는 것"이라 했다. 고난도 수술일수록 술기보다 환자 선택과 수술 범위를 결정하는 판단이 먼저라는 얘기다.

다리가 이상한데 허리 치료만 계속하고 있다면?

물론, 다리가 저리고 걷기가 불편하다고 해서 모두 흉추 검사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실제 임상에서는 요추 질환이 훨씬 흔하다.

하지만 치료를 받아도 증상이 계속되거나, 단순한 통증보다 양쪽 다리의 힘이 함께 떨어지고 걸음이 뻣뻣해지는 변화가 나타난다면 다른 원인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허리 때문이라 생각했던 다리의 이상 신호가 때로는 그보다 훨씬 위쪽인 '등뼈'에서 시작됐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FAQ] 흉추 황색인대골화증, 이것이 궁금하다

황색인대가 골화돼 있으면 반드시 수술해야 하나요?

아닙니다. 영상검사에서 골화가 확인됐다는 사실만으로 수술을 결정하지 않습니다. 척수 압박 정도와 근력저하, 보행장애 등 신경학적 증상의 유무와 진행 정도를 함께 판단합니다.

허리 척추관협착증과는 어떻게 구별하나요?

둘 다 다리 저림과 보행 장애를 일으킬 수 있어 환자 증상만으로는 금방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한쪽 다리보다는 양쪽 다리 모두에서 뻣뻣함이나 근력 저하, 균형 장애 등 척수 압박을 의심할 만한 소견이 있는지 봅니다. 필요하면 흉추 MRI·CT도 확인합니다.

흉추 황색인대골화증은 약이나 주사로도 없앨 수 있는 건가요?

이미 뼈처럼 변한 인대를 약이나 주사로 다시 정상 상태로 되돌리기는 어렵습니다. 증상이 경미하면 경과를 보며 관찰할 수 있지만, 척수 압박에 따른 신경학적 장애가 진행하면 감압수술을 바로 검토해야 합니다.

흉추 황색인대골화증이란 진단이 나오면, UBE로 다 수술할 수 있는가요?

아닙니다. 골화의 크기와 형태, 척수 압박 위치, 경막골화 여부, 척추 안정성 등에 따라 수술법이 달라집니다. 최근 선별된 환자에서 UBE 감압술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연구가 나오고 있지만, 모든 환자에 다 적용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도움말=부산 휴병원 박만규 병원장(국제척추내시경교육센터장). 경북대 의대를 나와 경북대병원 신경외과에서 수련하고 임상강사를 거쳤다. 척추내시경, 특히 양방향척추내시경(UBE) 수술에 능해 여러 국제학회에 나가 강연하거나 수술 시연을 해왔다. 2025년, 세계적인 출판사 '스프링거'(Springer)가 출간한 교과서 <양방향척추내시경수술>(Unilateral Biportal Endoscopic Spine Surgery: Basic and Advanced Technique)에 챕터 저자로 참여하는 등 척추 교과서 6권에 걸쳐 총 12개 챕터를 집필했다. 세계신경외과학회 저널(World Neurosurgery)과 SCI급 국제학술지 <뉴로스파인>(Neurospine) 논문 심사위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박만규 병원장. 사진=휴병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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