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후보물질 오파칼림(Opakalim·BHV-7000)의 미국 임상 2·3상이 미국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부분 임상 보류(Partial Clinical Hold) 통보를 받았다고 10일 공시했다.
이번 조치의 당사자는 SK바이오팜이 아니라 오파칼림의 원개발사이자 라이선스 계약 파트너인 바이오헤이븐 바이오사이언스(Biohaven Bioscience Ireland Limited)다. FDA가 부분 임상 보류를 통보한 곳도 바이오헤이븐이며, SK바이오팜은 이를 공시로 전달받아 알렸다.
왜 갑자기 제동이 걸렸나
문제가 된 임상은 불응성 부분발작 뇌전증 환자를 대상으로 오파칼림의 유효성과 안전성, 내약성을 평가하는 다기관·무작위배정·이중눈가림·위약대조 방식의 2·3상 RISE2, RISE3다.
FDA는 오파칼림의 특정 대사체를 쥐에 투여한 비임상 독성시험에서 독성을 확인했고, 이 독성이 쥐에서만 나타나는 종특이적 현상인지 아니면 사람에게도 해당할 수 있는지를 가릴 추가 비임상 자료를 바이오헤이븐에 요청했다.
'부분' 보류라는 표현대로 임상 전체가 멈추는 것은 아니고, 신규 환자 등록만 추가 자료가 나올 때까지 일시 중단된다.
지금 임상은 어떻게 되나
이미 투약을 시작한 환자는 계속 약물을 투여받을 수 있다. 특히 RISE3는 환자 등록과 무작위 배정이 이미 끝난 상태라, 이번 조치로 인한 직접적 영향이 없다는 게 공시 내용이다. 2026년 하반기로 예정된 RISE3 톱라인(Top-line) 결과 발표 일정도 그대로 유지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SK바이오팜에 따르면 오파칼림은 지금까지 12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임상이 진행됐고 이번 비임상 독성 소견과 직접 연관된 이상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SK바이오팜은 계약 체결 전 실사 과정에서 이 독성 소견을 이미 검토했으며, 독성학과 FDA 약리·독성 심사 경력을 지닌 외부 전문가들의 의견도 함께 참고했다는 입장이다. 이를 근거로 이번 소견이 쥐에 국한된 종특이적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계약 맺은 지 2주 만에 나온 통보
오파칼림은 SK바이오팜이 8월 26일 바이오헤이븐과 최대 7억9500만 달러(약 1조1000억 원) 규모로 도입 계약을 맺은 물질이다. 이 중 선급금이 4억 달러(약 5500억 원), 나머지는 개발·허가 단계별 마일스톤으로 최대 3억9500만 달러다. 계약에는 오파칼림 외에 다른 칼륨채널(Kv7) 활성화제 화합물과 Kv7 디스커버리 플랫폼까지 포함됐다.
이 계약에 '베팅'이라는 평가가 뒤따랐던 이유는 숫자에 있다. 총 계약 규모가 SK바이오팜의 2025년 연결 매출액(7067억 원)의 156%에 이르는데, 정작 오파칼림의 핵심 임상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계약부터 체결됐기 때문이다.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도 8월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임상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4억 달러의 선급금을 부담하는 공격적 투자라고 이 계약의 성격을 직접 설명한 바 있다.
SK바이오팜이 이 물질에 공을 들인 이유는 자체 개발한 뇌전증 치료제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와 작용 기전이 다르기 때문이다. 세노바메이트가 나트륨 채널과 GABA 수용체에 작용하는 반면, 오파칼림은 신경세포막의 칼륨채널(Kv7)을 활성화하는 방식이다. 세노바메이트가 듣지 않는 환자층까지 포괄해 두 번째 뇌전증 치료 축을 만들겠다는 구상이었고, 임상과 허가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2029년 미국 출시가 목표였다.
문제는 이번 통보가 나온 시점이다. 계약 발표 후 채 2주가 지나지 않았고, 무엇보다 양사의 라이선스 계약은 아직 거래 종결(Deal Closing) 전 단계다. 계약금이 아직 지급되지 않은 상태에서 파트너사 임상에 규제 리스크가 불거진 셈이다.
SK바이오팜은 거래 종결 전 단계인 만큼 바이오헤이븐 경영진과 이 사안을 긴밀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제부터가 진짜 관건
바이오헤이븐은 FDA와 협의해 문제의 대사체에 대한 추가 비임상 평가 자료를 제출할 예정이다.
관건은 이 자료를 FDA가 어떻게 판단하느냐다. 부분 임상 보류 해제 여부와 시점 모두 이 결과에 달려 있다.
SK바이오팜은 변동 사항이 생기면 지체 없이 공시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11일 오전 8시30분 온라인 설명회를 열어 이번 조치의 배경과 임상 진행 상황, 향후 대응 계획을 추가로 설명하기로 했다.
공시 당일인 10일 SK바이오팜 주가는 8만3400 원으로 마감해 전일 대비 0.48% 내리는 데 그쳤다. 계약이 아직 딜클로징 전이라 재무적 손실로 바로 이어지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 이미 환자 모집이 끝난 RISE3 임상 일정에는 변화가 없다는 점이 급락을 막은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안심하기는 이르다. 이번 이슈 자체가 딜클로징 전 단계에서 불거졌다는 게 변수다. 바이오헤이븐의 추가 자료 제출과 FDA 재검토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임상 상황 못지않게 계약 진행 상황도 함께 지켜봐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