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17일 (목)

돌연 피가 잘 멎지 않고, 멍이 잘 드는 60세女⋯혈우병도 없는데, 왜?

자신도 모르는 새 ‘후천성 혈우병’에 걸려/면역계 이상으로 응고인자 공격하는 자가항체 생성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나이 든 여성이 팔뚝에 생긴 멍을 들여다보고 있다. 특별히 다친 기억이 없는데도 몸에 멍이 자주 든다면 무의식적인 미세 접촉, 노화로 인한 피부 약화, 특정 약물 복용이나 영양 결핍, 혈소판 감소증이나 간염·간경화 등으로 인한 지혈 능력 저하, 후천성 혈우병 등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타구니 통증으로 병원 응급실을 찾은 60세 스위스 여성은 뜻밖에 혈우병 진단을 받았다. 이 환자는 한 달 전쯤 종아리 근육이 삔 증상(염좌)를 겪었고, 일주일 전에는 팔뚝에 느닷없이 큰 멍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이상 징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넘겼다. 그러다 걷기조차 힘들 정도로 사타구니 통증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

혈액 검사 결과, 피가 굳는 데 걸리는 시간이 이상하게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밀 촬영 결과에서는, 놀랍게도 사타구니 안쪽 특정 근육(장요근) 속에 큰 핏덩이(혈종)가 생겨 동맥 피가 계속 새어 나오고 있었다. 추가로 정밀 검사를 해보니 혈액 응고를 돕는 제8인자의 수치가 바닥 수준인 6%까지 떨어져 있었고, 이를 공격하는 항체까지 발견됐다.

의료진은 이 환자에게 ‘후천성 A형 혈우병’이라는 최종 진단을 내렸다. 이어 재조합 활성화 제7인자(rFVIIa)를 통한 응고 지혈 치료와 함께 고용량 스테로이드 및 에미시주맙 면역억제 치료를 병행했다. 출혈은 멈췄고 환자는 정상을 되찾았다. 다만 치료 후에도 재발 위험이 있어 계속 추적 관찰을 받고 있다.

스위스 샤프하우젠 주립병원의 이 사례 연구 결과(Acute Groin Pain Revealing Acquired Hemophilia A: A Case Report of Spontaneous Iliopsoas Hematoma)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선천성 혈우병은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 결함으로 응고 인자가 부족해지는 유전 병이다. 주로 어린 나이의 남성에게 나타나며 반복적인 관절 및 근육 출혈이 특징이다. 후천성 혈우병은 가족력 없이 면역계 이상으로 응고 인자를 공격하는 자가항체가 생겨 주로 60~80대 고령층에 남녀 구분 없이 발생한다. 피부나 근육 등 연조직의 자발적 출혈이 주로 나타난다.

통계적으로 선천성 혈우병은 전 세계 인구 10만 명당 10~15명 수준이고 국내는 남성 인구 10만 명당 약 6.0명의 유병률을 보인다. 반면 후천성 혈우병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인구 백만 명당 약 1~1.5명이 발생하며,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병 자체가 생소하고 환자 수가 적어 진단이 늦어지면 치명적인 출혈로 이어질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주요 증상으로는 피부 멍, 근육 및 연조직 출혈 등이 있다. 외상 없이 일상적인 움직임 중에도 발생할 수 있다.

평소 출혈 경향이 없던 고령자도 이유 없이 멍이나 근육 내 혈종이 생기고 특정 검사(aPTT 검사) 결과에 이상이 있다면 단순 타박상으로 넘기지 말아야 한다. 후천성 혈우병을 의심하고 신속하게 혈액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후천성 A형 혈우병은 선천성 혈우병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A1. 선천성 혈우병은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 결함으로 어린 나이의 남성에게 주로 발생하는 반면, 후천성 A형 혈우병은 가족력 없이 60~80대 고령층에 남녀 구분 없이 면역계 이상에 의해 후천적으로 생기는 희귀병입니다.

Q2. 특별히 다친 기억이 없는데 몸에 큰 멍이 생기면 어떤 검사를 해야 하나요?

A2. 원인 모를 멍이나 출혈이 지속되고 혈액 검사에서 활성화 부분 트롬보플라스틴 시간(aPTT)이 단독으로 연장돼 있다면, 혼합 검사 및 혈액 응고 제8인자 활성도, 억제제 수치를 확인하는 정밀 혈액 검사가 필요합니다.

Q3. 치료 후에도 재발할 수 있나요?

A3. 초기 치료로 출혈이 멈추고 수치가 정상화되는 단계(관해)에 이를 수 있으나, 추적 관찰 중 자가항체가 다시 활성화해 병이 재발하는 경우가 있으니 정기적인 혈액 검사와 세심한 모니터링이 필수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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