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타구니 통증으로 병원 응급실을 찾은 60세 스위스 여성은 뜻밖에 혈우병 진단을 받았다. 이 환자는 한 달 전쯤 종아리 근육이 삔 증상(염좌)를 겪었고, 일주일 전에는 팔뚝에 느닷없이 큰 멍이 들었다. 하지만 이런 이상 징후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넘겼다. 그러다 걷기조차 힘들 정도로 사타구니 통증이 심해져 병원을 찾았다.
혈액 검사 결과, 피가 굳는 데 걸리는 시간이 이상하게 길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정밀 촬영 결과에서는, 놀랍게도 사타구니 안쪽 특정 근육(장요근) 속에 큰 핏덩이(혈종)가 생겨 동맥 피가 계속 새어 나오고 있었다. 추가로 정밀 검사를 해보니 혈액 응고를 돕는 제8인자의 수치가 바닥 수준인 6%까지 떨어져 있었고, 이를 공격하는 항체까지 발견됐다.
의료진은 이 환자에게 ‘후천성 A형 혈우병’이라는 최종 진단을 내렸다. 이어 재조합 활성화 제7인자(rFVIIa)를 통한 응고 지혈 치료와 함께 고용량 스테로이드 및 에미시주맙 면역억제 치료를 병행했다. 출혈은 멈췄고 환자는 정상을 되찾았다. 다만 치료 후에도 재발 위험이 있어 계속 추적 관찰을 받고 있다.
스위스 샤프하우젠 주립병원의 이 사례 연구 결과(Acute Groin Pain Revealing Acquired Hemophilia A: A Case Report of Spontaneous Iliopsoas Hematoma)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선천성 혈우병은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 결함으로 응고 인자가 부족해지는 유전 병이다. 주로 어린 나이의 남성에게 나타나며 반복적인 관절 및 근육 출혈이 특징이다. 후천성 혈우병은 가족력 없이 면역계 이상으로 응고 인자를 공격하는 자가항체가 생겨 주로 60~80대 고령층에 남녀 구분 없이 발생한다. 피부나 근육 등 연조직의 자발적 출혈이 주로 나타난다.
통계적으로 선천성 혈우병은 전 세계 인구 10만 명당 10~15명 수준이고 국내는 남성 인구 10만 명당 약 6.0명의 유병률을 보인다. 반면 후천성 혈우병은 전 세계적으로 연간 인구 백만 명당 약 1~1.5명이 발생하며, 국내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병 자체가 생소하고 환자 수가 적어 진단이 늦어지면 치명적인 출혈로 이어질 수 있으니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주요 증상으로는 피부 멍, 근육 및 연조직 출혈 등이 있다. 외상 없이 일상적인 움직임 중에도 발생할 수 있다.
평소 출혈 경향이 없던 고령자도 이유 없이 멍이나 근육 내 혈종이 생기고 특정 검사(aPTT 검사) 결과에 이상이 있다면 단순 타박상으로 넘기지 말아야 한다. 후천성 혈우병을 의심하고 신속하게 혈액 정밀 검사를 받아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후천성 A형 혈우병은 선천성 혈우병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A1. 선천성 혈우병은 태어날 때부터 유전자 결함으로 어린 나이의 남성에게 주로 발생하는 반면, 후천성 A형 혈우병은 가족력 없이 60~80대 고령층에 남녀 구분 없이 면역계 이상에 의해 후천적으로 생기는 희귀병입니다.
Q2. 특별히 다친 기억이 없는데 몸에 큰 멍이 생기면 어떤 검사를 해야 하나요?
A2. 원인 모를 멍이나 출혈이 지속되고 혈액 검사에서 활성화 부분 트롬보플라스틴 시간(aPTT)이 단독으로 연장돼 있다면, 혼합 검사 및 혈액 응고 제8인자 활성도, 억제제 수치를 확인하는 정밀 혈액 검사가 필요합니다.
Q3. 치료 후에도 재발할 수 있나요?
A3. 초기 치료로 출혈이 멈추고 수치가 정상화되는 단계(관해)에 이를 수 있으나, 추적 관찰 중 자가항체가 다시 활성화해 병이 재발하는 경우가 있으니 정기적인 혈액 검사와 세심한 모니터링이 필수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