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공원이나 강변·천변 등에서 러닝을 하거나 피트니스(크로스핏) 등 생활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따라 운동 후 종아리 등 다리 저림·통증에 대한 관심도 부쩍 커지고 있다. 25세 미국 여성이 학창 시절부터 이어진 다리 통증 끝에 양다리 근막을 절개하는 수술을 받는 등 ‘만성 운동성 구획증후군’(CECS)에 시달린 사례가 학계에 보고됐다.
미국 버몬트대 의대, 샴플레인 밸리 병원 공동 연구팀에 의하면 이 20대 여성 환자는 고교 시절 운동 중 양쪽 종아리 통증을 처음 겪었으며 성인이 된 뒤 직장에서 서서 일하는 시간이 길어지자 통증이 심해졌다. 선 채 2시간만 지나도 앞쪽 종아리가 팽팽하게 조여오고 발가락 전체가 저렸으며, 이런 통증은 다음 날까지 이어졌다. 물리치료를 받고, 신발을 바꾸고, 기능성 깔창을 착용했지만 큰 효과가 없었다. 엑스레이와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도 피로골절·골막염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의료진은 다리 근육의 압력을 측정하는 검사를 했다. 안정 시 압력을 잰 뒤 러닝머신에서 10분간 뛰게 해 통증을 일으키자 환자의 구획 내 압력이 급격히 치솟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에 의하면 구획(compartment)이란 인체 해부학에서 두껍고 질긴 막으로 나뉘어 독립되고 밀폐된 방을 말한다. 그 안에는 근육과 신경·혈관 등이 들어 있다. 만성 운동성 구획증후군은 다리 근육을 감싸는 막(근막) 내부의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치솟아 혈관과 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일으키는 병이다. 평소에는 멀쩡하다가 운동만 하면 종아리가 터질 듯 아프며 단순 근육통이나 정강이 통증인 줄 알고 방치하다 수술까지 받아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종아리는 네 개의 밀폐된 방(전방, 측방, 표층 후방, 심층 후방)으로 나뉜다. 이 환자의 왼쪽 앞쪽 구획 압력은 운동 전에는 15mmHg였으나 운동 직후에는 70mmHg로 약 5배로 급증했다. 뒤쪽 깊은 구획도 14mmHg에서 62mmHg로 뛰었다. 정상적인 근육 내 압력 수준을 훨씬 웃도는 수치였다.
의료진은 양다리 네 개 구획의 근막을 째서 압력을 낮추는 ‘근막절개술’을 권했고, 환자는 수술을 받은 뒤 다리 통증이 사라져 일상으로 복귀했다. 그러나 수술 후 약 6년이 지나 종아리가 다시 단단하게 뭉치고 쥐가 심하게 나는 경우가 반복됐다. 과거와 달리 오른쪽 발목에 부종이 새로 발생했고, 오른쪽 다리 안쪽부터 복사뼈까지 감각이 무뎌졌으며 근력이 뚝 떨어졌다. 의료진은 환자에게 섣부른 재수술이나 추가적인 침습적 검사를 권하지 않기로 했다. 우선 물리치료를 하고, 신경근전도·혈관 초음파 검사 등으로 경과를 살피면서 신경근병증 등 다른 질병 여부를 단계적으로 감별하기로 했다.
이 사례 연구 결과(Bilateral Lower Extremity Chronic Exertional Compartment Syndrome With Recurrent Symptoms After Prior Fasciotomy: A Case Report)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만성 운동성 구획증후군은 휴식을 취하면 몇 분 안에 근막 내 압력이 떨어지며 증상이 개선돼 단순 피로로 오인하기 쉽다. 한국 등 전 세계적인 발병률 및 유병률 통계는 아직 정확히 집계되지 않고 있다. 다만 운동선수나 군인처럼 고강도 하체 훈련을 반복적으로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발병 사례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의 근막절개술 후 만성 운동성 구획증후군의 재발률은 연구 대상 집단에 따라 최소 0.7%에서 군인 집단의 최대 36~45%까지 매우 폭넓게 보고된다. 재발 원인은 불완전한 근막 절개, 수술 부위의 섬유성 흉터 형성, 하지 생체역학의 변화 등이다.
특히 이 사례 속 환자처럼 새로운 부종이나 특정 신경 부위의 감각 저하가 함께 나타난다면 다른 질병의 감별이 필수적이다. 이런 질병으로는 대표적으로 무릎 뒤쪽 오금동맥이 주위 근육에 눌려 혈류가 차단되는 슬와동맥 포획 증후군(PAES)을 꼽을 수 있다. 일반 인구의 0.2~3.5%에서 발생하는 이 병은 운동 때 종아리 통증이 생겼다가 좀 쉬면 나아져 구획 증후군과 혼동하기 쉽다. 허리 척추 신경이 눌려 다리가 저린 요추 신경근병증도 관심을 가져야 할 대상이다.
운동 중 다리가 터질 듯한 압박감과 저림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면 단순 피로골절이나 근육 뭉침으로 넘기지 말고 구획 내 압력 검사를 받아야 한다. 수술 후 증상이 다시 나타나면 흉터 조직이나 혈관·신경 질환 등 다양한 원인이 얽혀 있을 수 있으니 정밀 감별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
[자주 묻는 질문]
Q1. 운동을 할 때마다 종아리가 아픈데, 정강이 통증(신스플린트)과 구획 증후군은 어떻게 구분하나요?
A1. 정강이 통증은 뼈 안쪽 모서리를 손가락으로 꾹 눌렀을 때 찌르는 듯한 통증(압통)이 뚜렷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반면 만성 운동성 구획증후군은 뼈 자체보다는 종아리 근육 전체가 풍선처럼 터질 듯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고 쥐가 나며, 발가락 저림 같은 신경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Q2. 엑스레이나 MRI 검사로 구획증후군을 진단할 수 없나요?
A2. 엑스레이나 MRI 검사는 뼈의 피로골절이나 근육 파열, 인대 손상 등 다른 병이 없음을 확인하기 위해 주로 활용됩니다. 구획증후군을 확진하려면 운동 전후에 종아리 근육 구획 안으로 특수 측정 바늘을 직접 찔러 넣어 압력 수치를 확인하는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Q3. 수술(근막절개술)을 받고 난 뒤에 증상이 다시 나타날 수 있나요?
A3. 네, 드물지 않게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근막이 불완전하게 절개됐거나, 수술 부위에 단단한 흉터 조직이 생겨 근육을 다시 압박할 수 있습니다. 무릎 뒤 혈관이 눌리는 슬와동맥 포획증후군이나 허리 신경 이상 등 다른 원인이 새롭게 겹쳤을 수도 있습니다. 전문의를 통한 정밀 감별이 필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