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31일 (월)

발목 ‘삐끗’했는데 다리 절단?⋯40대 여성에게 무슨 일이

‘살 파먹는 세균’ B군연쇄상구균 공격 받아 연조직 괴사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걷다가 발목이 삐끗할 수 있다. 발목 삠(염좌)으로 염증과 부종이 심해진 40대 여성이 '살 파먹는 세균' 감염으로 정강이뼈(경골)를 잘라내야 했던 사례가 보고됐다. 이 환자는 평소 혈당 관리를 소홀히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40대 여성이 며칠 전 길을 걷다가 오른쪽 발목을 가볍게 삐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걸음을 걷지 못할 정도로 통증과 부종이 점차 심해져 응급실로 옮겨졌다. 처음엔 발목 삠을 단순 염좌로 여겨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오른쪽 발이 후끈거리고 악취가 풍기고 발목 위까지 붉은 반점이 번졌다. 발목 피부는 검붉은 색으로 변했고, 발등을 누르면 눈 밟는 듯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 엄지발가락 아래 발바닥에는 깊은 궤양 상처가 생겼다.

미국 플로리다주립대 의대, 로마린다대 의료센터 공동 연구팀에 따르면 이 44세 여성은 평소 혈당 관리를 제대로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사 결과 당화혈색소(HbA1c)가 13.2%로 정상 범위(4.7~5.6%)를 크게 벗어나 있었다. 체온은 36.7도로 열이 없었으나 맥박은 분당 106회로 빨랐다. 특히 백혈구 수치가 3만 3400/µL(정상 범위 4000~1만/µL)까지 치솟아 있었다.

환자는 당뇨 조절이 매우 불량했고, 혈당 급상승에 의해 급성 합병증인 당뇨병성 케톤산증과 패혈증을 보이고 있었다. 컴퓨터 단층촬영(CT) 결과, 가스를 생성하는 세균 감염이 발바닥 앞쪽에서 시작해 발목을 거쳐 무릎 바로 아래 다리 근육 부위까지 폭넓게 퍼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은 입원 첫날 즉시 응급 수술에 들어가 괴사 조직을 없앴다. 하지만 근육과 힘줄, 근막 전반에 걸친 조직 괴사로 패혈성 쇼크를 일으켰다. 결국 입원 2일째에 환자는 정강이뼈(경골) 절단 수술을 받아야 했다. 수술 후 급성 콩팥 손상으로 혈액투석을 일시적으로 받았고, 장기간의 집중 치료와 휠체어 보행 등 재활 훈련을 거친 뒤 퇴원했다.

환자의 상처에서는 신생아나 산모를 주로 감염시키고 ‘살 파먹는 세균’으로 알려진 ‘B군연쇄상구균’이 많이 검출됐다. 수술 부위에서는 화농성 병변(상처·염증·종양 등 비정상적인 상태의 부위)을 일으키는 세균과 혐기성 세균이 발견됐다.

이 사례 연구 결과(Group B Streptococcus-Associated Necrotizing Soft Tissue Infection Following Minor Ankle Trauma: A Case Report)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이 환자가 ‘살 파먹는 세균’(B군연쇄상구균)의 공격을 받아 발생한 ‘괴사성 연조직 감염’은 피부 깊숙한 피하 조직, 근막, 근육 등을 빠르게 썩게 하는 급성 감염병이다. 미국 내 연간 발생률은 인구 10만 명당 3.8~10.3건 수준이며 병원 내 사망률은 10~20%다. 한국 내 발병률도 미국과 비슷하다. 조기 치료를 놓치면 패혈증, 다기관 부전, 사지 절단 및 사망 위험이 높다.

괴사성 연조직 감염은 여러 균이 동시에 침범하는 ‘제1형(다균성)’과 특정 단일 균이 침범하는 ‘제2형(단균성)’으로 나뉜다. 전체 환자의 약 45%가 당뇨병을 앓고 있을 정도로 만성 대사질환 환자에 대한 공격성이 강하다. 특히 이 사례처럼 성인에게서 흔치 않은 B군연쇄상구균이 다른 세균들과 복합 작용해 조직 괴사를 폭넓게 일으키는 경우는 썩 많지 않다.

이 사례는 당뇨병 환자가 가벼운 외상을 입었을 때 나타나는 미세한 신체 변화를 결코 가볍게 넘겨선 안 된다는 점을 특히 시사한다. 발열이 없거나 단순 근골격계 통증처럼 보이더라도 통증이 비정상적으로 심해지거나, 체중을 싣기 어렵거나, 발이나 다리의 피부색이 검붉게 변하거나, 악취와 누를 때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나면 서둘러 응급실을 찾아야 한다. 의료진에게 증상을 자세히 설명하고 피부와 발바닥 상태를 면밀히 점검받아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가벼운 발목 삠만으로도 당뇨병 환자에게는 치명적인 감염이 생길 수 있나요?

A1. 발목을 삔 것 자체가 감염을 직접 일으킨다기보다는, 당뇨로 인해 감각이 무뎌진 상태에서 발바닥에 이미 생긴 미세 상처나 궤양이 세균의 침입 통로가 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높은 혈당이 지속되면 면역 기능을 떨어뜨려 세균이 빠른 속도로 근육과 근막 깊숙이 침투하게 만듭니다.

Q2. 몸에서 열이 나지 않아도 괴사성 감염과 같은 심각한 상태일 수 있나요?

A2. 그렇습니다. 면역 반응이 떨어진 노인이나 혈당 조절이 불량한 당뇨병 환자는 중증 세균 감염이 발생해도 전형적인 고열 증상을 보이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열 유무보다는 특정 부위의 심한 통증, 부종의 빠른 확산, 피부 변색, 악취 등을 더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Q3. 괴사성 연조직 감염이 의심될 때 가장 먼저 취해야 할 조치는 무엇인가요?

A3. 발견 즉시 환자를 응급실로 옮겨 광범위 항생제를 투여받고 외과적 수술을 진행해야 합니다. 괴사성 연조직 감염은 몇 시간 단위로 조직 파괴가 진행됩니다. 영상 검사 결과만을 기다리기보다 신속하게 괴사된 부위를 절제하고 고름을 빼내는 처치(배액 처치)를 해야 합니다. 이런 조치가 생명과 사지를 보존하는 데 매우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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