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발 길이를 기준으로 신발 크기를 결정하는 현재의 체계가 잘못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같은 길이의 발이라도 발볼과 발둘레 차이가 커, 의도적으로 큰 사이즈의 신발을 구매해야 하는 소비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호주 멜버른 왕립공과대 연구팀은 최근 이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패션 디자인·기술·교육 저널》 온라인판에 게재했다.
”길이는 맞는데 폭이 안 맞아” 신발 고를 때마다 스트레스
신발 사이즈는 기본적으로 발 길이에 따라 나뉜다.
문제는 미국식·영국식·유럽식 등 국가마다 사이즈 기준 체계가 다르고, 같은 사이즈라도 브랜드별로 실제 길이나 폭이 일정하지 않다는 데 있다. 이에 한 사람이 특정 브랜드의 신발은 240mm를 구매하고, 다른 브랜드에서는 245mm나 250mm의 신발을 구매하는 사례도 흔하다.
더군다나 현재의 사이즈 분류 체계에선 사이즈당 신발 폭이 한 종류만 제공된다. 240mm의 신발이 너무 꽉 끼면, 길이가 더 긴 신발을 구매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
연구팀은 발 길이가 같다고 발 모양이나 발의 폭까지 같은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목했다. 어쩔 수 없이 잘 맞지 않는 신발을 신으면 발 통증을 느끼는 한편 전반적으로 발 건강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이다.
같은 사이즈 골랐는데 발 둘레는 최대 4cm 차이났다
이에 연구팀은 호주 멜버른에 거주하는 18~54세의 건강한 여성 107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여기에는 동남아시아·동아시아·북서유럽 등 다양한 인종이 포함됐다.
연구팀은 먼저 참가자에게 ‘평소 자신이 어떤 사이즈의 신발을 구매하는지’를 물은 뒤, 이들의 실제 발 길이와 발볼 너비, 발 둘레 등을 측정했다.
그 결과 참가자의 87%는 좌우 발 길이가 달랐고, 평소 신는다고 답한 사이즈와 실제 발 길이로 산출한 사이즈가 일치하지 않은 참가자도 전체의 72%로 집계됐다. 특히 대부분의 여성은 실제 자신의 발 길이보다 큰 사이즈를 선택하는 경향을 보였다.
같은 신발 사이즈를 구매한다고 답변한 여성들의 발 둘레는 최대 4cm까지 차이나는 등 그 편차도 심했다.
연구팀은 “미국식 분류표 기준으로, 사이즈를 한 단계 올리면 발 둘레는 약 6.35mm 늘어난다”며 “이론상 실제 발 형태를 포괄하려면 한 길이당 최소 6~7개의 폭 옵션이 필요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한계는 소비자들에게 부정적인 구매 경험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참가자들의 68%는 “신발이 잘 맞지 않는 경험을 했다”고 답변했다. 특히 아시아계 여성들에게서 “신발이 너무 좁다고 자주 느꼈다”고 응답한 비율이 높았다.
연구팀은 “현재 사이즈 체계는 발 길이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이는 사람들의 발 폭과 둘레 차이를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며 “한 사이즈 안에서도 폭 선택지를 늘리고, 정확한 사이즈 정보를 소비자에게 명확하게 제공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다만 연구팀은 이번 조사에서 운동화·구두·샌들 등 평소 신는 신발 종류를 구분하지 않았으며, 표본 수가 작아 명확한 일반화는 어렵다는 한계를 인정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