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8월 28일 (금)

건강검진 때 찍은 ‘눈 사진’에 치매 신호가?⋯AI, 위험까지 가려냈다

서울대병원, 3만6322명 안저사진 분석⋯'시신경유두' 주요 판단 근거 활용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AI가 안저 사진에서 판단 근거로 삼은 부위를 보여주는 히트맵. 붉은색이 진할수록 AI가 더 주목한 영역이다. 현재 치매 선별(A)과 향후 치매 발생 위험 예측(B) 모두 시신경유두와 그 주변에서 높은 주목도가 나타났다. 사진=서울대병원

건강검진 때 찍는 눈 사진으로 현재 치매 가능성을 가려내고, 앞으로 치매가 생길 위험까지 예측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대병원은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 자이메드㈜ 장주영 박사, 서울의대 의료빅데이터연구센터 한창호 연구조교수·의과학과 김재원 박사 공동 연구팀이 건강검진 수검자 3만6322명의 안저 사진 10만8008장을 분석해 치매 선별·위험예측 AI를 개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팀은 AI의 예측 성능뿐 아니라 어떤 부위를 근거로 판단했는지도 살펴봤다. 그 결과 AI는 현재 치매 여부와 향후 발생 위험을 판단할 때 모두 시신경이 모이는 부위와 그 주변을 중요하게 본 것으로 나타났다..

눈을 보면 왜 치매 위험 알 수 있을까

안저 사진은 동공을 통해 망막과 시신경, 눈 속 혈관을 촬영한 사진이다. 안과 진료뿐 아니라 건강검진에서도 흔히 찍는다.

연구진이 눈에 주목한 이유는 망막이 뇌와 밀접하게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망막과 시신경은 중추신경계와 이어져 있다. 뇌에서 나타나는 신경이나 미세혈관 변화가 눈에도 일부 반영될 수 있다는 연구도 이어져 왔다.

연구팀은 이런 변화가 안저 사진에 남는다면 AI가 치매 위험 신호를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봤다.

2004년부터 2016년까지 서울대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사람들의 자료를 활용했다. 이 가운데 안저 촬영 전후 2년 안에 치매를 진단받고 관련 약을 처방받은 1001명의 사진 2868장을 치매군으로 분류했다. 이후 치매가 없는 사람들과 비교해 AI를 학습시켰다.

여러 AI 모델을 비교한 결과, 많은 안저 사진을 미리 학습한 모델이 가장 좋은 성능을 보였다.

현재 치매도, 앞으로 생길 위험도 가려냈다

AI가 현재 치매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가려내는 성능은 0.750이었다. 이 수치는 0.5에 가까우면 우연히 맞히는 수준이고, 1에 가까울수록 두 집단을 잘 구분한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AI 성능을 기존 치매 위험평가 도구인 ‘CAIDE’와도 비교했다. CAIDE는 나이와 성별, 교육수준, 혈압, 비만 정도, 콜레스테롤, 신체활동 등을 점수로 매겨 장기적인 치매 위험을 추정하는 평가도구다. MRI나 PET처럼 별도의 뇌영상 검사를 받는 것은 아니다.

이번 분석에서 현재 치매를 가려내는 성능은 CAIDE가 0.624, 안저 사진을 이용한 AI가 0.750이었다. 1에 가까울수록 치매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을 잘 구분한다는 뜻이다.

앞으로 치매가 생길 위험을 예측하는 성능에서도 차이가 났다. AI는 0.812, CAIDE는 0.689였다.

나이와 성별 등 기존 치매 위험요인을 따로 고려한 뒤에도 같은 경향이 나타났다. AI 점수가 높을수록 현재 치매가 있거나 앞으로 치매가 생길 가능성이 더 높았다.

안저 사진에 나이나 혈압, 비만 같은 기존 위험요인만으로는 잡아내기 어려운 치매 관련 정보가 더 담겨 있을 수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AI가 가장 주목한 곳은 ‘시신경유두’

이번 연구에서 흥미로운 대목은 AI가 무엇을 근거로 판단했는지까지 들여다봤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AI가 안저 사진에서 중요하게 본 부위를 색으로 표시했다. 가장 높은 주목도를 보인 곳은 ‘시신경유두’였다.

시신경유두는 망막에서 나온 신경섬유가 한데 모여 시신경으로 이어지는 부위다. 쉽게 말하면 눈에서 받아들인 정보를 뇌로 보내는 신경이 모이는 출구다.

AI가 시신경유두에 주목한 정도는 일반적인 주변 부위보다 5.72배 높았다. 시신경유두 주변과 이곳에서 황반으로 이어지는 신경섬유 부위에서도 높은 주목도가 나타났다.

이 부위들은 앞선 연구에서도 치매와 관련된 망막 변화가 보고된 곳이다. AI가 사진 속 우연한 특징이 아니라 치매와 관련된 신경 변화를 포착했을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왼쪽부터)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 자이메드㈜ 장주영 박사, 서울의대 의료빅데이터연구센터 한창호 연구조교수, 의과학과 김재원 박사. 사진=서울대병원

건강검진 사진, 치매 선별에도 쓸 수 있을까

이번 연구가 주목받는 이유는 새로운 검사를 추가하지 않고 이미 건강검진에서 촬영한 안저 사진을 활용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앞으로 충분한 검증을 거친다면 건강검진 단계에서 치매 위험이 높은 사람을 먼저 골라내 인지기능검사나 전문 진료로 연결하는 보조 수단으로 쓸 수 있다.

다만 ‘눈 사진 한 장으로 치매를 진단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제 치매 진단에는 환자의 증상과 인지기능 평가 등이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 뇌 MRI나 혈액·뇌척수액 검사 등을 추가한다.

이번 연구도 한 병원의 건강검진 수검자를 중심으로 이뤄졌다. 다른 병원과 연령대, 인종·민족이 다른 집단에서도 비슷한 성능을 보이는지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박상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추가적인 고비용 검사 없이 일상 검진 데이터를 활용하는 이번 AI 기술이 치매 예방과 조기 개입 전략에서 유용한 보조 도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주영 자이메드 박사는 “이번 연구는 AI의 예측 성능뿐 아니라 설명가능성과 임상적 유용성을 함께 평가했다는 점에서 안저 영상 기반 AI 생체표지자 개발의 중요한 방향을 제시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npj 디지털 메디슨(npj Digital Medicine)》에 7월 4일 온라인 공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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