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자레인지로 데워 먹는 냉장 배달식을 먹은 남성 2명이 리스테리아균에 감염돼 1명이 숨진 사건이 보고됐다.
영국 보건안보청(UKHSA)이 지난 20일 공개한 보고서에 따르면 두 환자는 2025년 2~3월 런던의 같은 업체가 만든 닭고기와 생선, 양고기 요리 등을 먹었다. 두 환자 모두 기저질환 탓에 면역기능이 약해진 상태였다.
조사 결과 업체에서 사용한 장식용 파슬리와 조리시설에서 환자에게서 검출된 것과 같은 리스테리아균이 확인됐다. 조리시설에는 고인 물과 결로, 손상된 바닥도 발견됐다. 업체는 관련 제품을 회수하고 시설을 청소한 뒤 영업을 재개했다.
리스테리아균은 토양과 물, 동물의 배설물 등에 존재하는 세균이다. 살균하지 않은 우유, 치즈, 햄, 훈제연어, 샐러드 등 오염된 음식을 통해 사람에게 들어올 수 있다. 다른 식중독균과 달리 냉장 온도인 5℃ 안팎에서도 자랄 수 있어 냉장 보관만으로는 증식을 완전히 막기 어렵다.
건강한 사람은 발열과 근육통, 메스꺼움, 설사 등 가벼운 증상에 그칠 수 있지만, 고령자와 임신부, 영아, 면역저하자는 균이 혈액이나 중추신경계로 퍼져 패혈증이나 뇌수막염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영국 식품기준청(FSA)과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중독 예방 6대 수칙’과 리스테리아균별 예방 지침을 토대로 가정에서 리스테리아균 막는 생활 규칙을 알아본다.
1. 냉장고 온도는 5℃ 이하로 유지한다 = 냉장고 온도를 5℃ 이하로 맞추면 리스테리아균의 증식 속도를 늦출 수 있다. 냉장 보관만으로 균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므로 식품을 오래 넣어두는 일은 피해야 한다. 냉장고에 식품을 지나치게 많이 채우면 찬 공기가 제대로 순환하지 않으므로 적당한 공간을 남겨두는 것이 좋다.
2. 구입한 식품은 가능한 한 빨리 냉장 보관한다 = 냉장 식품과 조리된 배달음식은 구입하거나 받은 뒤 실온에 오래 방치하지 말고 바로 냉장고에 넣는다. 샌드위치나 샐러드처럼 바로 먹는 식품은 냉장고에서 꺼낸 뒤 4시간 안에 먹는 것이 권고된다. 날씨가 매우 더울 때는 2시간 안에 먹고, 직사광선을 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
3. 소비기한이 지나기 전에 먹거나 조리·냉동한다 = 소비기한이 지난 식품은 겉보기나 냄새가 멀쩡해도 안전하다고 판단하기 어렵다. 리스테리아균을 비롯한 식중독균은 눈으로 보거나 냄새를 맡는 것만으로 확인할 수 없다. 냉동 보관할 계획이라면 소비기한이 지나기 전에 냉동해야 한다. 냉동은 세균의 증식을 멈추거나 늦추는 데 도움이 되지만, 이미 존재하는 균을 모두 없애지는 못한다.
4. 개봉한 식품은 보관 안내를 따르고, 표시가 없다면 이틀 안에 먹는다 = 포장지에 적힌 냉장 온도와 개봉 후 보관 기간을 먼저 확인한다. 햄이나 조리된 고기, 샐러드처럼 개봉한 식품은 밀폐해 보관하고 가능한 한 빨리 먹는 것이 좋다. 별도의 안내가 없다면 개봉 후 이틀 안에 섭취하는 것이 좋다.
5. 전자레인지로 데울 때는 음식의 가운데까지 뜨겁게 익힌다 = 전자레인지는 음식 전체를 균일하게 데우지 못할 수 있다. 포장지에 표시된 조리 시간과 출력, 가열 후 대기 시간을 지키고, 가열 도중 한 번 저어주거나 위치를 바꾸면 열이 골고루 전달된다. 겉부분만 따뜻한 상태에서 먹지 말고 음식의 중심부에서도 김이 날 정도로 충분히 데워야 한다.
고령자와 임신부, 면역저하자가 햄 등 조리된 육류를 먹을 때 중심 온도가 약 74℃에 이르도록 가열하거나 전체에서 김이 날 때까지 데우도록 한다. 한 번 조리한 음식을 반복해서 데우는 일도 피하는 것이 좋다.
6. 날음식과 바로 먹는 음식을 분리한다 = 생고기와 생선, 씻지 않은 채소에 묻은 세균이 샐러드나 조리된 음식으로 옮겨가지 않도록 따로 보관한다. 생고기를 손질한 칼과 도마를 씻지 않고 과일이나 샌드위치 재료에 사용하면 교차오염이 일어날 수 있다. 장바구니나 조리대에 묻은 고기즙도 다른 식품을 오염시킬 수 있으므로 바로 닦아내야 한다.
7. 생으로 먹는 과일과 채소는 흐르는 물에 충분히 씻는다 = 샐러드 채소와 과일, 허브처럼 가열하지 않고 먹는 식품은 흐르는 물에 꼼꼼하게 씻어 흙과 이물질을 제거한다. 미리 손질한 채소와 과일도 보관 온도와 소비기한을 확인해야 한다. 이번 영국 집단감염에서도 세척한 장식용 파슬리에서 환자와 같은 리스테리아균이 검출됐다.
8. 조리대와 냉장고, 도마를 깨끗하게 관리한다 = 조리대와 칼, 도마는 사용한 뒤 세척하고, 싱크대 주변에 물이 고이지 않도록 관리한다. 냉장고 선반에 음식물이나 육즙이 묻었다면 바로 닦아낸다. 리스테리아균은 냉장고 안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어 오염된 선반이나 용기를 통해 다른 식품으로 옮겨갈 수 있다.
9. 음식 준비 전후에 비누와 물로 손을 씻는다 = 음식을 만들기 전과 조리 중, 식사를 준비한 뒤에는 비누와 물로 손을 씻는다. 생고기나 생선을 만졌다면 다른 식재료를 만지기 전에 다시 씻어야 한다. 손에 묻은 세균이 조리된 음식으로 옮겨가는 것을 막는 가장 기본적인 방법이다.
고령자와 임신부, 영아, 암·당뇨병·간질환·신장질환 환자, 항암치료나 면역억제치료를 받는 사람은 리스테리아 감염에 더 취약하다. 임신부와 면역저하자는 차갑게 먹는 훈제연어나 비살균 유제품, 일부 연성 치즈와 파테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식품을 먹은 뒤 발열, 근육통, 오한, 구토, 설사가 나타나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