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리 때만 되면 배꼽이 아프고 피까지 나오는 이상한 증상으로 고통받던 40대 여성이 병원을 찾았다. 배꼽으로 내장이 돌출되는 탈장을 의심했지만 ‘배꼽 자궁내막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환자는 43세 여성으로 제왕절개 수술을 두 차례 받은 적이 있었고 약 1년 전부터 배꼽 주변에 통증을 자주 느꼈다. 통증은 생리 주기에 맞춰 심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특히 최근에는 통증 강도가 크게 높아졌으며, 배꼽 부위에서 피가 섞인 분비물이 흘러나오고 메스꺼움과 구토 증상까지 보였다.
병원 진찰 결과, 환자의 배꼽 아래에서 약 4×4cm 크기의 단단하고 움직이지 않는 멍울이 만져졌다. 멍울 위의 피부는 갈색을 띠며 부어 있었고, 두 개의 작은 구멍이 관찰됐다. 초음파 검사에서는 배꼽 부위의 복부 근막(근육막)이 약해지고 지방 조직이 툭 튀어나온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은 뱃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환원이 불가능한 배꼽 탈장(제대 탈장)이라는 잠정 진단을 내리고 수술을 하기로 했다.
수술 과정에서 뜻밖의 사실이 드러났다. 탈장 주머니(탈장낭)는 없었다. 피부 표면에서 만져지던 것보다 훨씬 깊숙이 복부 앞쪽 근막까지 침범한 갈색의 단단한 섬유성 종괴(크기 6.5×5×3.1cm)가 발견됐다. 의료진은 이 혹과 주변 근막을 완전히 잘라내고 복벽 재건술을 시행했다.
조직 검사 결과, 잘라낸 혹 안에서 자궁내막 조직인 기능성 자궁내막선과 기질세포가 뚜렷하게 확인됐다. 의료진은 배꼽에 생긴 혹이 탈장이 아니라 자궁내막증(이차성 제대 자궁내막증)이라는 진단을 최종적으로 내렸다. 수술 후 3개월간의 추적관찰 기간 동안, 환자의 배꼽 통증과 출혈은 감쪽같이 사라졌고 재발 없이 좋은 경과를 보였다.
이란 케르만샤 의대 연구팀의 이 사례 연구 결과(A Large Secondary Umbilical Endometriosis (Villar's Nodule): A Case Report)는 최근 국제 학술지 《임상사례보고(Clinical Case Reports)》에 실렸다.
배꼽(제대)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쪽에 있어야 할 자궁내막 조직이 엉뚱하게 배꼽 부위에 자리 잡아 자라는 ‘골반외 자궁내막증’이다. 자궁내막증은 가임기 여성의 약 10~15%에서 발생하는 비교적 흔한 병이다. 골반 밖의 배꼽에 생기는 배꼽 자궁내막증은 생식기 외 자궁내막증 가운데 약 1%에 그친다.
자궁내막증 환자는 한국 내에서도 매년 꾸준히 증가해 연간 15만~20만 명 이상이 진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배꼽에 발생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어 임상 현장에서 진단이 지연되거나 다른 병으로 오인되기 쉽다.
배꼽 자궁내막증은 수술 이력이 없는 상태에서 발생하는 ‘일차성’과, 제왕절개·복강경·개복술 등 수술 과정에서 자궁내막 세포가 배꼽 상처 부위로 옮겨붙어 생기는 ‘이차성’으로 나눌 수 있다.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사람은 수술 후 수개월에서 수년이 지난 뒤에도 배꼽 흉터 부위에 혹이 자라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배꼽에 자리를 잡은 자궁내막 조직은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변화에 반응하기 때문에 생리 때마다 부풀어 오르고 출혈을 일으킬 수 있다.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배꼽 부위의 주기적인 부종(부기), 찌르는 듯한 통증, 생리 기간에 맞춰 발생하는 피 섞인 분비물, 멍울 등을 꼽을 수 있다.
자궁내막증은 배꼽 탈장, 피지 낭종, 농양(고름집), 흉터 조직, 피부 종양 등 다른 배꼽 병과 겉모습이 매우 비슷하다. 특히 초음파 검사만으로는 근막 깊은 곳까지 침범한 자궁내막증 조직을 단순한 탈장 지방으로 오진하기 쉽다. 치료의 핵심은 수술을 통한 ‘완전 절제’다. 호르몬 치료제로 통증을 일시적으로 완화할 수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어렵다. 불완전하게 절제하면 재발률이 5~27%이나 된다. 배꼽 주변의 정상 조직과 침범된 근막을 포함해 종괴(혹)를 깨끗이 제거해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배꼽에서 피가 나면 무조건 배꼽 자궁내막증인가요?
A1. 그렇지는 않습니다. 배꼽의 출혈이나 분비물은 위생 불량으로 인한 배꼽염(제대염), 피지낭종 파열, 육아종, 탈장 합병증 등 각종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출혈이나 부종, 통증이 매달 생리 주기와 일치해 주기적으로 반복된다면 배꼽 자궁내막증을 강력하게 의심할 수 있습니다.
Q2.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여성은 모두 이 병에 걸릴 위험이 큰가요?
A2.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고 해서 무조건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배꼽 자궁내막증은 전체 복부 수술 환자 중에서도 극히 일부에서만 나타나는 합병증입니다. 수술 중 자궁내막 세포가 배꼽 조직에 우연히 이식되는 경우에 발생하며, 수술 후 수년이 지나 서서히 혹처럼 자라날 수 있습니다.
Q3. 수술 후 배꼽 모양이 변하거나 재발할 가능성은 없나요?
A3. 혹이 크고 근막 깊숙이 침범한 경우 배꼽을 포함해 광범위하게 절제한 뒤 복벽 성형술을 함께 시행하므로 미용적 만족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재발률은 약 5~27%로 보고되므로 병변을 완전히 절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수술 후에도 주기적인 산부인과 검진과 추적 관찰을 받는 것이 안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