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과 뼈까지 암이 퍼진 전이성 흑색종 환자가 심장 수술을 받은 뒤 별도의 항암치료 없이 종양이 완전히 사라진 이례적인 사례가 보고됐다. 환자는 이후 6년 넘게 암이 발견되지 않는 완전관해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연구진은 심장 수술과 수술 후 발생한 감염이 면역체계에 큰 변화를 일으켜 암세포를 공격하도록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호주 애들레이드대와 로열 애들레이드병원 연구진은 최근 국제학술지 《BMJ 사례보고서(BMJ Case Reports)》에 ‘Complete regression of metastatic melanoma in a patient following open-heart surgery with an infective complication’이라는 제목으로 해당 사례를 보고했다.
환자는 60대 중반의 남성으로, 앞서 피부에 생긴 흑색종을 수술로 제거한 병력이 있었다. 이후 암이 재발하면서 여러 림프절을 비롯해 간과 뼈에까지 전이됐다. 흑색종은 피부의 색소를 만드는 멜라닌세포에서 발생하는 암으로,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 치료가 훨씬 어려워진다.
검사에서는 암세포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BRAF V600E 유전자 변이가 확인됐다. 의료진은 이 변이를 표적으로 하는 BRAF·MEK 억제제 치료에 나섰지만, 환자가 여러 부작용을 겪으면서 치료를 제대로 이어갈 수 없었다. 표적치료제를 투여받은 기간은 모두 합쳐 약 2개월에 불과했고, 치료를 중단한 동안 암은 계속 진행됐다.
암 진행 중 받은 심장 수술...이후 검사에서 종양 사라져
이 무렵 환자는 암과 별개로 심각한 심장질환도 치료해야 했다. 대동맥판막이 심하게 좁아지는 중증 대동맥판막 협착증이 있었기 때문이다. 환자는 좁아진 대동맥판막을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수술과 함께 관상동맥우회술을 받았다. 수술 뒤에는 감염 합병증까지 발생했다.
그런데 이후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나타났다. 심장 수술 후 암의 상태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영상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전까지 남아 있던 전이성 흑색종이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후 추가적인 항암치료를 받지 않았는데도 환자는 6년 넘게 완전관해 상태를 유지했다.
연구진은 이처럼 진행된 전이성 흑색종이 별도의 항암치료 없이 완전히 사라지는 현상은 매우 드물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도 흑색종이 자연적으로 퇴행한 사례가 보고됐지만, 여러 장기로 전이된 암이 완전히 사라지는 경우는 특히 드물다.
연구진은 심장 수술과 감염을 거치면서 전신적인 면역반응에 변화가 나타났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큰 수술을 받으면 우리 몸에서는 조직 손상에 대응하기 위해 염증과 면역반응이 크게 달라진다. 여기에 감염까지 발생하면 세균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면역체계가 강하게 활성화될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우연히 암을 공격하는 면역반응까지 자극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흑색종은 면역반응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암이다. 실제로 진행성 흑색종에서는 암세포가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지 못하도록 해 면역반응을 되살리는 면역항암제가 주요 치료법으로 사용된다.
수술이나 감염을 전후해 암이 퇴행한 사례 역시 과거에 보고된 바 있다. 그러나 어떤 환자에게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지, 수술이나 감염이 실제로 암 퇴행을 일으킨 것인지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심장 수술 후 2년 뒤 갑자기 생긴 ‘벌독 알레르기’...면역 변화 단서 가능성
연구진이 환자의 면역체계에 큰 변화가 있었을 가능성에 주목한 또 다른 이유는 심장 수술 약 2년 뒤 환자가 벌에 쏘여 아나필락시스를 일으켰다는 점이다.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물질에 대한 심각한 전신 알레르기 반응으로, 갑자기 혈압이 떨어지거나 기도가 좁아져 호흡곤란이 나타나는 등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환자는 과거 여러 차례 벌에 쏘인 적이 있었지만, 이전에는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경험한 적이 없었다. 연구진은 새롭게 나타난 벌독 알레르기가 수술 전후 환자의 면역반응에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단서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심장 수술과 감염을 전후해 면역체계가 크게 변화했고, 이러한 변화가 한편으로는 암에 대한 면역반응을 강화하는 한편 이전에는 없었던 벌독 과민반응과도 관련됐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두 현상이 같은 면역 변화에서 비롯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자주 묻는 질문]
Q1. 심장 수술을 받으면 흑색종이 사라질 수 있나요?
A. 아닙니다. 이번 사례에서는 심장 수술과 수술 후 감염을 겪은 뒤 전이성 흑색종이 완전히 사라졌지만, 두 사건의 인과관계가 입증된 것은 아닙니다. 연구진은 수술과 감염에 따른 면역반응 변화가 암 퇴행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했습니다.
Q2. 전이성 흑색종이 치료 없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나요?
A. 매우 드물지만 보고된 사례가 있습니다. 이를 종양의 ‘자연 퇴행’이라고 합니다. 다만 이번 환자는 앞서 표적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어 암이 사라진 원인을 하나의 요인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Q3. 갑자기 벌에 쏘여 아나필락시스가 생길 수도 있나요?
A. 그럴 수 있습니다. 이전에 벌에 쏘였을 때 별다른 문제가 없었더라도 이후 벌독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이번 사례에서 연구진은 새롭게 나타난 벌독 알레르기가 환자의 면역반응에 변화가 있었음을 보여주는 단서일 가능성에 주목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