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기 성분이 조금이라도 들어갔다는 이유로 중국 수출에 제약을 받았던 한국 라면의 수출 요건이 공식 문서로 확정됐다. 중국에 식품을 수출하려는 업체의 등록 기간도 기존 약 3개월에서 10일 수준으로 크게 줄어든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중국 다롄에서 열린 ‘2026 APEC 세관-기업 대화’를 계기로 중국 해관총서와 식품안전 분야 협력문서 3건을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 해관총서는 중국의 관세와 수출입 식품 안전, 검역 등을 맡는 정부기관이다.
이번에 체결한 문서에는 △중국 수출 식품 생산업체 등록 절차 개선 △고기 성분이 들어간 라면의 중국 수출 위생요건 △수출입 수산물 전자위생증명서 도입 등이 담겼다.
고기 성분 조금 들어가도 막혔던 라면…열처리 기준 갖추면 수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라면이다.
중국은 그동안 가축전염병 유입 우려 등을 이유로 고기 성분이 미량이라도 들어간 한국산 라면의 수입을 제한해왔다. 이 때문에 중국에 현지 생산시설이 없는 일부 업체는 고기 성분을 뺀 별도 제품을 만들어 수출해야 했다.
양국은 지난 5월 한중 식품안전협력위원회에서 고기 성분 함유 라면의 중국 수출 허용에 합의했다. 이번에 중국이 인정하는 국가의 원료육을 사용하고 합의된 열처리 기준 등을 충족하도록 하는 위생요건을 협력문서로 공식화했다.
이에 따라 해당 기준을 갖춘 제품은 고기 성분이 들어 있어도 중국으로 수출할 수 있게 된다.
식약처는 중국 수출용 제품을 따로 생산해야 했던 업체의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에서 판매하는 제품과 같은 제품을 중국에 공급할 수 있는 길도 넓어진다.
중국은 이미 K라면의 최대 수출시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 라면의 중국 수출액은 2억1760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4.9% 늘었다. 국가별 수출액으로도 중국이 1위였다.
한국 라면의 전체 수출 규모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15억2140만달러를 기록해 단일 농식품 품목으로는 처음 15억달러를 넘어섰다.
중국 수출업체 등록, 3개월 걸리던 절차 10일로
식품업체가 중국 수출을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대폭 단축된다.
현재 중국에 식품을 수출하려는 업체는 중국 정부에 직접 생산업체 등록을 신청해야 했다. 앞으로는 ‘식품안전나라’ 통합민원창구를 통해 식약처에 등록이나 변경을 신청할 수 있다. 식약처가 요건을 검토해 승인하면 중국 정부도 이를 인정한다.
이에 따라 축산물을 제외한 대부분의 식품은 등록에 걸리는 기간이 기존 약 3개월에서 약 10일로 단축될 것으로 식약처는 예상했다. 등록 지연 등에 따른 손실까지 합치면 연간 약 3700억원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식약처 추산이다.
이 같은 등록 간소화 역시 지난 5월 양국이 합의한 내용이다. 이번 협력문서 체결로 실제 시행을 위한 제도적 틀이 한층 구체화됐다.

종이로 보내던 수산물 증명서, 정부 시스템으로 전송
수산물 수출입 과정에서 주고받던 종이 위생증명서도 전자 방식으로 바뀐다.
그간 수산물 위생 상태를 확인하는 증명서를 종이로 발급해 국제우편 등으로 상대국에 보내야 했다. 향후에는 한국과 중국 정부 시스템을 연결해 증명 내용을 데이터 형태로 직접 주고받는다.
전자증명서를 쓰면 서류 위·변조 위험을 낮추고 통관에 걸리는 시간도 줄일 수 있다. 종이 증명서를 발급하고 국제우편으로 보내는 절차도 사라진다.
식약처는 이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를 연간 약 30억원으로 추산했다. 한국은 이미 필리핀·노르웨이 등과 수산물 전자위생증명 체계를 운영해왔다.
이번 합의는 지난 1월 한중 정상회담을 계기로 식약처와 중국 해관총서가 체결한 식품안전 협력 양해각서와 자연산 수산물 수출입 위생관리 약정의 후속 조치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이번 협력문서 체결은 우리 식품기업의 중국 수출 절차를 간소화하고 통관 편의를 높이는 것은 물론, 고기 성분 함유 라면의 중국 수출을 가능하게 하는 등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담고 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앞으로 식품업계 간담회 등을 열어 생산업체 등록 간소화와 고기 성분 함유 라면의 구체적인 수출 요건을 안내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