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갑자기 “멀리 있는 글씨가 잘 안 보인다”고 말하면 부모들은 흔히 근시부터 떠올린다. 병원까지 굳이 찾아가지 않고 안경원에 가서 안경을 맞추는 경우도 많다. 아이의 근시가 더 이상 심해지지 않길 바라는 부모들 중엔 안경원에서 근시 진행 억제 렌즈를 처방받기도 한다.
하지만 안과 전문의들은 “아이의 시력이 떨어졌을 땐 반드시 병원에서 정확한 진단부터 받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아이의 시력 저하 원인이 단순 근시가 아닌 가성 근시나 약시, 혹은 다른 안질환으로 인한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시력 저하를 그냥 넘겨선 안 되는 이유와 적절한 대처법에 대해 코메디닷컴이 안과 전문의 김찬윤 대한안과학회 이사장(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과 정혜욱 대한안과의사회장, 최미영 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장(충북대병원 안과 교수)에게 인터뷰한 내용을 질문과 답변 형태로 정리했다.
Q1. 아이의 눈이 나빠졌을 때 왜 안경원이 아닌 안과부터 찾아야 하나.
A1.아이의 시력이 떨어진 이유가 단순 근시가 아닌 다른 원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미영 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장은 “드물지만 소아 백내장, 망막 질환, 시신경 이상 등 눈 자체에 이상이 있는 경우도 있으며, 눈에 뚜렷한 이상이 없어도 시력이 제대로 발달하지 않는 약시를 놓치지도 한다”며 “이런 질환들은 근시와 원인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조기 발견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안경원에서 하는 검사는 시력 측정 중심으로, 위와 같은 안질환은 물론 ‘가성 근시’도 놓칠 수 있다.
Q2. ‘가성 근시’는 무엇인가.
A2. 쉽게 말해 ‘가짜 근시’라고 할 수 있다. 우리 눈에는 수정체의 두께를 조절해 초점을 맞추는 역할을 하는 모양체 근육이 있다. 스마트폰이나 책처럼 가까운 곳을 오래 보면 이 근육이 과도하게 수축되는데, 이 상태에서 시력 검사를 하면 근시가 없어도 근시로 측정되거나 근시의 정도가 더 심하게 잘못 측정될 수 있다. 최 회장은 “이 경우 안경을 바로 맞추면 안 되고 눈의 긴장을 풀어준 뒤 다시 검사해야 한다”며 “가성 근시는 안과에서 모양체 근육을 일시적으로 풀어주는 안약을 넣은 뒤, 실제 도수를 측정하는 ‘조절마비굴절검사’를 통해 구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참고로 안경사는 검안을 할 수 없으며, 가성 근시를 진단할 수 없다.
Q3. 그렇다면 가성 근시가 아닌 진짜 근시는 어떤 상태를 말하나.
A3. 근시 진행을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는 바로 ‘안축장의 길이’다. 안축장은 각막부터 망막까지의 길이를 일컫는다. 근시는 이 안축장의 길이가 비정상적으로 길어지는 질환이다. 김찬윤 대한안과학회 이사장은 “키가 크는 것처럼 안구도 성장하는데, 근시의 경우 이 안축장이 과도하게 길어진 상태인 것”이라며 “안축장이 길어지면 우리 눈 뒤편의 망막과 시신경도 얇아지고 약해져 성인이 됐을 때 망막박리, 녹내장, 황반변성 같은 실명 질환 위험이 적게는 3배, 많게는 수십 배까지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Q4. 근시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A4. 아이의 근시는 성장 과정에서 지속적인 관리가 필수다. 안과에서 6개월이나 1년에 한 번씩 안축장을 추적 관찰하면서 근시 진행 속도를 객관적인 데이터로 판단하고,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최근에는 아트로핀 약물 치료와 특수렌즈 치료법 등이 시행되고 있다. 이중 아트로핀 치료는 저농도 아트로핀 안약을 매일 밤 한 방울씩 점안하는 치료법으로, 여러 연구를 통해 안축장이 길어지는 것을 억제하는 효과가 입증된 바 있다.
Q5. 약물 치료 외에 특수 렌즈를 이용한 치료법은 무엇인가.
A5. 근시 진행을 억제하도록 디자인된 의료기기에 해당하는 렌즈로, ‘주변부 디포커스(defocus)’라는 원리를 이용해 근시 진행을 억제하도록 디자인된 의료기기다. 주변부 디포커스는 시야 중심은 선명하게 보이도록 하면서 주변부의 빛은 망막 앞쪽에 초점이 맺히도록 해, 안구가 길어지는 것을 억제하는 원리다. 마이사이트나 마이오스마트 같은 특수 렌즈는 아이의 눈 모양이나 각막의 상태, 난시 유무, 생활 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처방받아야 한다. 약시가 있다면 약시 치료가 선행돼야 한다. 정혜욱 대한안과의사회장은 “이처럼 근시 치료는 렌즈나 약 하나를 선택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확한 진단과 정기적인 추적관찰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