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눈은 외부 환경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기관 중 하나다. 자연스레 공기 질의 영향을 받기 쉽다.
특히 미세먼지나 블랙카본(화석연료·매연의 연소로 발생하는 탄소성 물질)으로 대기오염 문제가 심각한 대도시에서 오염물질에 장기간 노출되면 안구 건강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와 관련, 대기 속 탄소입자와 유사한 물질에 장기간 노출되면 안구 건강은 물론 전신 면역반응까지 달라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세먼지, 염증 반응 일으켜 눈 표면 손상
미세먼지 입자나 블랙카본이 눈물 분비를 줄이고 각막에 손상을 일으킨다는 것은 이미 의학계에서 잘 알려진 사실이다. 다만 앞선 연구들은 대부분 단기적인 노출에 주목했다는 한계가 있다. 이에 고려대구로병원 안과 연구팀은 대기오염 물질에 반복적으로 장기 노출됐을 때 여러 조직과 세포가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폈다.
연구팀은 대기 중에 존재하는 블랙카본과 유사한 탄소성 입자를 실험용 흰쥐에게 노출시켰다. 쥐들은 노출 기간에 따라 1일·5일·4주 노출군으로 분류됐다.
이후 연구팀은 각 그룹별로 △안구표면 손상 정도 △눈물 분비량 △눈물 속 염증 및 세포 손상 지표 △각 부위의 염증 반응 △시르투인(세포의 손상을 복구하는 유전 단백질) 수치 변화 △눈물샘 세포 노화 정도 △혈액 내 면역반응 등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탄소성 입자에 노출된 기간이 길어질수록 안구표면 손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1일 노출군에 비해 5일 노출군에서는 눈물 속 염증 지표(기질금속단백분해효소)가 먼저 증가했다. 4주 노출군에서는 각막과 결막 손상, 눈물 분비 감소와 함께 세포 손상이 관찰됐다. 염증 관련 지표도 전반적으로 높아졌다.
연구팀은 이를 근거로 대기 중 탄소성 입자에 반복 노출되면 안구에 초기 염증 반응이 일어나며, 점차 안구표면 손상과 눈물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전신 면역체계도 과민반응…대응수칙 지켜야
대기오염 물질이 눈에만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다. 연구팀에 따르면 전신 면역반응이 함께 바뀔 가능성이 있다.
5일 노출군은 1일 노출군에 비해 면역글로불린 G(IgG) 수치가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IgG는 혈액 속 항체의 약 80%를 차지하는 핵심 항체다. 세균과 바이러스 등 유해 물질을 무력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 수치가 증가했다는 것은 몸의 면역 체계가 외부 자극에 활발하게 맞서 싸운다는 의미다. 흔히 감염이나 만성 염증·자가면역질환의 판단 근거가 된다.
4주 노출군은 이와 다르게 면역글로불린 E(IgE) 수치가 증가했다. 이 항체는 주로 알레르기성 면역반응과 연관이 있다. IgE 수치 증가는 몸이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과민하게 반응하고 있음을 뜻한다.
지속적으로 탄소성 입자에 노출되었을 때 안구 건강이 나빠지는 것은 물론 전신의 면역체계가 과민하게 반응한 것이다.
연구를 진행한 송종석 고려대구로병원 안과 교수는 “대기오염 입자가 안구표면과 눈물샘에 그치지 않고 전신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미세먼지 등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환경이라면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에는 가급적 바깥 활동을 줄이는 것이 좋다. 안구 보호를 위해 렌즈보다는 가급적 안경이나 선글라스를 써야 한다. 렌즈는 미세먼지를 흡착해 눈에 상처를 주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눈 비비지 않기, 인공눈물 쓰기 등이 미세먼지 대응 수칙으로 꼽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