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중 감량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먹는 양을 줄이는 것’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먹는 양 자체보다 무엇을 먹느냐가 체중 변화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미국 '책임 있는 의료를 위한 의사회(Physicians Committee for Responsible Medicine)' 연구진은 과체중 성인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임상시험을 분석한 결과, 저지방 비건 식단이 식단의 전반적인 에너지 밀도를 낮춰 체중 감량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과체중 성인 244명을 모집해 16주간 무작위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과일과 채소, 통곡물, 콩류를 중심으로 한 저지방 비건 식단 그룹과 기존 식습관을 유지한 대조군으로 나뉘었다. 두 그룹 모두 섭취 열량을 제한하라는 지침은 받지 않았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이 작성한 식단 기록을 바탕으로 음식의 총무게와 총열량의 비율을 분석해 에너지 밀도를 계산했다.
분석 결과, 참가자들이 섭취한 음식의 전체 무게에는 큰 변화가 없었지만, 저지방 비건 식단 그룹의 열량 섭취 감소 폭은 대조군보다 하루 평균 약 357kcal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식이 에너지 밀도 역시 대조군에서는 거의 변화가 없었지만, 비건 식단 그룹에서는 약 30% 감소했다. 연구진은 에너지 밀도가 크게 낮아질수록 체중 감소 폭도 커졌으며, 이러한 연관성은 총열량 섭취량 변화를 고려한 뒤에도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핵심은 ‘얼마나’가 아니라 ‘무엇을’ 먹느냐
연구진은 이러한 변화가 식단 구성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저지방 비건 식단에서는 육류와 유제품, 달걀 등 에너지 밀도가 높은 동물성 식품 섭취가 줄어든 반면 채소와 콩류처럼 수분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의 비중은 크게 높아졌다.
에너지 밀도는 음식 무게당 포함된 열량을 뜻한다. 일반적으로 채소나 과일처럼 수분 함량이 높은 음식은 에너지 밀도가 낮고 버터나 치즈, 가공육처럼 지방 함량이 높은 음식은 에너지 밀도가 높다.
연구를 이끈 하나 칼레오바 박사는 “식물성 식품은 수분과 식이섬유 함량이 높아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며 “칼로리를 의도적으로 제한하지 않아도 체중 감량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것은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음식 선택의 문제”라며 “양을 줄이는 방식만으로는 에너지 밀도를 30%나 낮춘 상태를 장기간 유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연구는 자발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식단 기록 역시 참가자가 직접 작성한 자료를 바탕으로 분석됐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진은 장기적인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JAMA 네트워크 오픈(JAMA Network Open)》에 ‘Vegan Diets and Dietary Energy Density; A Secondary Analysis of a Randomized Clinical Trial’이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자주 묻는 질문]
Q1. 비건 식단을 하면 칼로리를 제한하지 않아도 살이 빠질 수 있나요?
A. 이번 연구에서는 참가자들에게 별도로 칼로리 제한 지침을 내리지 않았지만, 저지방 비건 식단을 실천한 그룹에서 체중 감소 효과가 나타났습니다. 연구진은 채소와 과일, 콩류, 통곡물처럼 에너지 밀도가 낮은 식품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전체 열량 섭취량이 줄어든 결과로 분석했습니다.
Q2. 에너지 밀도가 낮은 음식이란 무엇인가요?
A. 에너지 밀도는 음식의 무게에 비해 얼마나 많은 열량이 들어 있는지를 뜻합니다. 일반적으로 채소와 과일, 콩류처럼 수분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식품은 에너지 밀도가 낮은 반면, 버터와 치즈, 가공육처럼 지방 함량이 높은 식품은 에너지 밀도가 높은 편입니다.
Q3. 체중 감량을 위해 반드시 완전한 비건 식단을 실천해야 하나요?
A. 반드시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전문가들은 채소와 과일, 통곡물, 콩류의 섭취량을 늘리고 가공식품과 고지방 식품의 섭취를 줄이는 것만으로도 비슷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비건 식단을 장기간 유지할 경우에는 단백질과 비타민 B12, 철분, 칼슘 등의 영양소를 충분히 보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