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서울의 밤 최저기온이 29도까지 올랐을 정도로 열대야가 이어지고 있다. 에어컨을 끄면 금세 땀이 나고, 밤새 켜두자니 몸이 서늘하다. 이불을 걷어찼다가 다시 덮기를 반복하고 겨우 잠들어도 더위에 몇 번씩 깨면서 밤잠을 설치게 된다.
더위는 실제로 수면에 영향을 준다. 잠들 무렵 우리 몸은 열을 방출해 중심체온이 자연스럽게 낮아지는데, 주변 온도가 높으면 몸이 열을 충분히 내보내기 어렵다. 열대야일수록 숙면하기 힘든 이유다. 이럴 때 잠이 오지 않는다고 술이나 기름진 배달 음식을 먹으면 오히려 역효과다. 고칼로리 야식 대신 수면과 관련한 영양소가 들어 있는 음식을 활용해 보면 어떨까.
세로토닌·항산화 성분 풍부한 키위…수면의 질 개선에 도움
키위가 숙면에 좋은 식품으로 꼽히는 것은 영양학적인 장점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 컬럼비아대 연구진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키위에는 수면과 각성 주기 조절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을 비롯해 비타민C, 엽산, 각종 항산화 성분이 들어 있다.
특히 키위에 풍부한 세로토닌과 항산화 성분이 수면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음식을 통해 섭취한 세로토닌이 그대로 뇌의 세로토닌으로 바뀐다는 의미는 아니지만, 일부 연구에서 키위 섭취에 따른 수면 지표가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노르웨이 베르겐대 연구팀이 진행한 ‘만성 불면 증상이 있는 학생의 키위 섭취 효과’ 무작위 대조시험에서도 키위가 수면의 질을 개선할 가능성이 보고됐다. 참가자들은 매일 잠들기 전 키위 130g 또는 같은 양의 배를 4주 동안 먹고 수면 일지를 작성했다. 그 결과 키위군은 배를 먹은 비교군보다 수면의 질과 낮 동안 일상을 수행하는 기능이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너무 늦은 시간에 많은 양의 키위를 먹는 것은 피하는 것이 좋다. 허기가 질 때 과자나 라면 등 야식 대신 키위 1~2개 정도를 활용하는 것이 적당하다. 속쓰림이나 위산 역류 증상이 있다면 더 주의해야 한다.

따뜻한 우유 한 잔, 단순한 속설 아니다?
잠들기 어려울 때 ‘따뜻한 우유를 마시면 잠이 잘 온다’라는 이야기를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우유를 데워 먹으면 따뜻한 온도 때문에 몸이 이완되고, 단백질·칼슘을 섭취할 수 있어 늦은 밤 허기를 달랠 간식으로 활용하기 좋다.
특히 우유에서 주목할 만한 성분은 필수아미노산인 트립토판이다. 트립토판은 체내에서 세로토닌을 만드는 원료로 사용되고, 세로토닌은 다시 수면과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멜라토닌을 합성하는 데 이용된다.
이런 영양학적 이점이 수면에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우유의 영양성분과 수면의 관계를 살펴본 연구도 있다. 튀르키예 KTO 카라타이대 연구팀은 불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우유·대조군 등으로 나눠 6주 동안 음식 섭취와 수면 지표 변화를 살펴봤다. 이 중 우유군은 매일 잠자리에 들 때 전지우유 200mL를 섭취했다.
그 결과 수면의 질을 평가하는 피츠버그 수면질지수(PSQI)가 대조군보다 낮았으며, 수면다원검사로 측정한 총 수면시간도 연구 전보다 유의하게 증가했다. 이는 잠들기 전 우유를 마시는 습관이 수면의 질과 수면시간 개선에 도움을 줄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우유 역시 많이 마신다고 잠이 더 잘 오는 것은 아니다. 늦은 밤 많은 양을 마시면 오히려 소화에 부담이 되고, 수분 섭취가 많아져 자다가 화장실에 가느라 잠이 깨기도 한다.
또 유당불내증이 있다면 복부 팽만이나 설사로 오히려 잠을 설칠 수 있다. 저녁을 충분히 먹었다면 숙면을 위해 일부러 우유를 더 먹을 필요는 없다. 출출할 때 한 컵 정도 마시는 편이 적절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