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에 사는 회사원 김모(34)씨와 러닝크루 동료 이모(37)씨는 지난 5월 같은 주에 무릎 통증을 호소했다. 둘 다 퇴근 후 낙동강변을 달리다 생긴 통증이었다.
김씨는 정형외과에서 "근력을 더 키우면서 계속 뛰어도 된다"는 말을 들었다. 반면 이씨는 "지금부터는 달리기를 완전히 멈춰야 한다"는 말을 들었다.
같은 부위, 비슷한 통증인데 처방은 정반대였다. "아프면 쉬는 거 아니냐"는 이씨와 "아파도 움직이는 게 낫다는데 왜 나만 멈추라 하나"라는 김씨의 반응은 서로 달랐지만, 질문은 같았다. 도대체 뭐가 다르길래 처방이 180도로 갈릴까?
부산큰병원 정주선 병원장(정형외과)은 "무릎은 통증의 세기가 아니라 통증을 일으킨 원인부터 먼저 봐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근력 저하나 잘못된 움직임에서 비롯된 통증은 적절한 근력운동과 부하 조절로 좋아질 수 있지만, 연골이나 반월상연골판이 실제로 손상됐다면 같은 강도의 달리기가 손상 부위를 반복적으로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두 사람을 가르는 기준, 의사는 뭘 먼저 보았을까
정 병원장은 걷기와 달리기를 "사람에게 가장 기본적인 운동"이라고 전제하면서도 "무리는 절대 금물"이라고 했다. 통증이 있으면 우선 쉬어야 하고, 쉬어서 증상이 호전된다면 큰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는 "선수들도 아프면 쉰다"며 "증상이 없어지면 낮은 강도로 다시 시작해 점점 늘려가면 되지만, 쉬어도 통증이 지속된다면 그때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첫 번째 판단 기준은 '쉬었을 때 좋아지는가'다. 휴식으로 풀리는 통증은 근력 저하나 자세 문제일 가능성이 높고, 휴식에도 버티는 통증은 구조적 손상을 의심해야 한다.
두 번째 기준은 통증의 위치와 형태다. 정 병원장에 따르면 무릎 전체가 두루뭉술하게 아프고, 붓기나 압통이 없으며, 굽혔다 펴는 동작이 무리 없이 되는 경우는 큰 문제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
반대로 특정 지점만 콕 집어 아프거나, 붓기가 있거나, 압통이 뚜렷하거나, 무릎을 굽혔다 펴는 동작 자체가 힘들다면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전체가 아프면 괜찮을 때가 많고, 한 곳이 아프면 병원에 가야 할 때가 많다.
무릎 붓고 잠기고 힘 빠진다면…그냥 넘기면 안 되는 이유는
우리나라 러닝 인구는 2025년 기준 1000만 명(한국갤럽 조사)을 훌쩍 넘어섰다. 20, 30대 유입 속도가 특히 가파르다.
물론 무릎 통증으로 병원을 찾는 발걸음은 아직 중장년층 비중이 크다. 2023년 반월상연골판 파열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6만7197명(건강보험심사평가원) 이었고, 이 중 48.6%가 50, 60대였다. 다만 스포츠 손상으로 인한 젊은 층 환자가 늘고 있다는 것은 임상 현장에서 공통적으로 나오는 관찰이다.

정 병원장이 꼽는 즉시 중단 신호는 세 가지다.
첫째, 붓기가 반복된다면 무리한 운동으로 인한 것일 수 있어 쉬면서 얼음 찜질을 해야 한다.
둘째, 무릎이 갑자기 안 펴지거나 걸리는 '잠김' 증상은 연골이나 반월상연골판 손상으로 무릎의 가동 범위가 물리적으로 제한된 것이어서 반드시 병원 진료가 필요하다.
셋째, 무릎에서 힘이 빠지거나 흔들리는 느낌은 십자인대나 측부인대 손상을 의심해야 하는 신호로, 이 역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연골 닳았다고 무조건 수술할까…지켜볼 때와 아닐 때
연골 손상은 몇 단계로 진행한다. 연골 손상은 I단계에서 시작해 손상 범위가 50% 이내인 II단계, 무리한 운동을 계속하면 50%를 넘는 III단계, 방치하면 말기인 IV단계로 넘어간다. 연골 손상은 결국 퇴행성 관절염으로 이어진다.
[국제연골재생학회(ICRS) 연골 손상 분류 기준]
| 단계 | 소견 | 임상적 의미 |
| I단계 | 연골 표면 연화·부종 | 초기 변화, 보존치료로 회복 가능한 단계 |
| II단계 | 연골 두께의 50% 미만 손상 | 부분층 손상, 경과 관찰 또는 보존치료 대상 |
| III단계 | 연골 두께의 50% 이상 손상 | 연골밑뼈 근처까지 진행, 수술적 치료 검토 시작 |
| IV단계 | 연골밑뼈(연골하골) 노출 | 말기, 퇴행성 관절염으로 진행 |
반월상연골판 손상 여부는 MRI로 확인한다. 경미한 손상은 경과를 지켜볼 수 있지만, 손상이 크면 연골판을 절제하거나 봉합하는 수술로 가게 된다. 이처럼 연골이나 연골판 손상이 확인된 경우라면 걷기·달리기·등산은 당분간 피하고, 체중 부하가 없는 자전거나 수영으로 근력을 유지하는 편이 낫다.
수술 후에도 걷기·등산·러닝머신은 물론 오래 걷거나 달리는 동작을 삼가야 한다. 쪼그려 앉기, 절하기, 무릎 꿇기, 양반다리처럼 무릎을 깊게 구부리는 동작도 피해야 한다.
다리 모양과 인대까지 봐야 하는 이유는
같은 무릎 통증이라도 의사 처방이 갈리는 데는 다리 정렬과 인대 상태도 영향을 준다. O다리(내반슬)인 경우 무릎 안쪽에 부하가 집중돼 안쪽 연골이 닳거나 연골판이 찢어질 수 있다. 반대로 X다리(외반슬)은 무릎 바깥쪽에 손상이 생길 수 있다.
십자인대나 측부인대 손상으로 무릎이 불안정해지면 연골이 닳고 연골판이 파열될 위험도 커진다. 근력이 부족하면 무릎이 받는 압력 자체가 커져 부담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의사는 손상 부위 하나만 보지 않는다. 다리 정렬, 인대 안정성, 근력까지 함께 살펴야 운동 처방과 수술 방법을 제대로 내릴 수 있다.
[FAQ] 무릎 통증 자주 묻는 질문
무릎이 아프면 무조건 쉬어야 하나요?
아닙니다. 쉬어서 통증이 좋아진다면 근력 저하나 자세 문제일 가능성이 크지만, 쉬어도 통증이 계속된다면 병원 진료가 필요합니다.
통증 없이 회복되면 다시 뛰어도 되나요?
증상이 없어졌다면 낮은 강도로 운동을 다시 시작해 점차 강도를 늘려가는 것이 안전합니다.
무릎이 부었는데 그냥 두면 되나요?
반복되는 붓기는 무리한 운동의 신호일 수 있어 휴식과 냉찜질이 먼저입니다. 붓기가 잦거나 오래가면 진료를 받아야 합니다.
반월상연골판이 손상됐다면 무조건 수술해야 하나요?
아닙니다. MRI로 확인한 손상이 경미하면 경과를 지켜볼 수 있고, 손상이 크면 절제 또는 봉합 수술을 검토합니다.
연골이 손상된 뒤에도 계속 운동해도 되나요?
걷기·달리기·등산 같은 체중 부하 운동은 피하고, 자전거나 수영처럼 체중 부하 없이 근력을 유지하는 운동이 좋습니다.
도움말=부산큰병원 정주선 병원장(정형외과). 삼성서울병원 전임의를 거쳐 부민병원 관절센터장, 가톨릭관동대 부교수를 거쳤다. 무릎과 발목, 인공관절 수술과 관절내시경 수술을 주로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