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비만치료제 시장을 이끄는 약물은 단연 위고비와 마운자로이다.
두 약물은 GLP(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약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 약은 몸 안의 식욕 조절 호르몬에 작용해 포만감을 높이고 식욕을 억제하는 효과를 낸다.
GLP-1 약물을 투여하면 체중 감량과 혈당 조절 등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비만으로 발생하는 다양한 만성질환 합병증의 가능성이 줄어든다. 심혈관질환·신장 질환·치매·뇌졸중 등은 GLP-1 계열 약물 투여 후 발병 위험이 낮아질 가능성이 있는 대표적인 질환들이다.
또 약물 투여 후 살이 빠지고 체중이 줄면서 삶의 질이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도 여러 차례 나왔다. GLP-1 약물 등장 직후, 외모 자신감이 생긴 덕에 자존감이 올라가고 정신 건강 상태가 좋아졌다거나 취업이 더 쉬워졌다는 내용의 설문조사 결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이같은 부가적인 효과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치료제, 인생까지 바꿔주지는 않는다
미국 전미경제연구소·조지아 서던대 공동 연구팀은 실제로 GLP-1 약물이 사람들의 삶 전체를 바꾸는지 알아보기 위해 약물을 맞은 사람들을 10년간 추적했다. 분석 대상은 총 7956명(남성 3672명, 여성 4284명)이었고 모두 당뇨병 진단을 받은 사람들이었다.
연구팀은 이들을 먼저 약물을 맞지 않은 비슷한 수의 대조군과 단순 비교했다. 이 때는 GLP-1 약물을 맞은 집단에서 결혼 가능성이나 취업률이 늘었고, 일부 항목의 정신 건강 개선이 관찰됐다. 이것만 놓고 보면 약물의 효과가 삶 전반적인 요소에 걸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개인의 삶을 약물 사용 전후로 추적한 결과는 정반대였다. 약물 사용 이후 개인의 심리적 스트레스나 우울 지표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화가 전혀 없었다.
GLP-1 약물 사용을 통한 체중 감소가 노동시장에서 취업 가능성을 높인다는 근거 역시 발견되지 않았다. 결혼이나 이혼 여부에도 큰 차이가 없었다.
연구팀은 “기존에 알려진 GLP-1 약물의 효과는 원래 정신 건강이 더 좋거나 더 경제력이 좋은 사람들, 생활습관이 안정된 사람들이 이들 약물을 더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생긴 착시 현상일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여전히 오남용 문제 심각한 GLP-1
그렇다고 해서 이번 연구 결과가 ‘위고비나 마운자로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혈당조절·체중 감소·심혈관질환 예방 등 의학적으로 인정받은 용도로 약물을 사용하자는 것이 연구의 핵심 메시지다.
이들 비만치료제를 사용한다고 해서 결혼생활이나 직장생활이 자동으로 나아지거나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지는 않는다. 치료제는 본래의 목적에 맞게 이용하는 것이 맞다.
실제로 정부는 GLP-1 계열 약물을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들 약물은 비만이나 당뇨 환자가 처방받는 ‘전문의약품’임에도, 단순 살 빼는 약으로 알려지며 젊은 층에서의 사용량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지아 의원(국민의힘)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최근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마운자로 처방 건수는 출시 첫 달인 지난해 8월에 비해 올해 5월 약 14.7배 늘었다.
특히 10대를 중심으로 처방 증가세가 가파르다. 출시 당시 월 82건이던 10대 처방 건수는 지난 5월 2594건까지 증가했다.
한지아 의원은 “마운자로 처방이 출시 10개월 만에 150만 건을 넘어섰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오남용 우려’ 경고 문구를 붙이는 수준”이라며 “제대로 된 처방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