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7월 30일 (목)

위로해주는 AI가 오히려 ‘독’ 된다?⋯정신건강 악화 위험 5가지 요인

전문 치료 지연·사회적 고립·과도한 의존...AI 챗봇이 키울 수 있는 5가지 정신건강 위험 제시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수억 명의 이용자가 AI 챗봇을 감정이나 인간관계, 정신건강 문제에 관한 조언을 구하는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이 일상 속 상담 창구로 자리 잡으면서 감정이나 인간관계, 정신건강 고민을 AI와 나누는 이용자가 늘고 있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상대방의 평가를 의식하지 않고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활용법이 일부 이용자에게는 오히려 정신건강 문제를 악화시키거나 적절한 치료를 늦출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신건강 상담 창구로 떠오른 AI 챗봇

미국심리학회(APA)가 발행하는 국제학술지 《정신병리학 및 임상과학 저널(Journal of Psychopathology and Clinical Science)》에 최근 게재된 논문은 AI 챗봇이 정신질환을 가진 이용자에게 의도치 않은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는 다섯 가지 경로를 제시했다.  

이번 논문은 기존 이론과 초기 실증 자료를 종합했다. 논문 저자인 이란 이스파한대 심리학과 자바드 아바시 존다니 연구원은 AI 챗봇이 적절히 통제된 환경에서는 정서적 지원과 정보 제공에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전문가의 지도 없이 사용하면 정신건강 문제를 지속시키는 사고와 행동 양식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챗GPT를 비롯해 메타 AI, 구글 제미나이(Gemini), 마이크로소프트 코파일럿(Copilot) 등 범용 AI 챗봇은 빠르게 일상적인 도구로 자리 잡았다. 논문에 따르면, 챗GPT의 주간 이용자는 2026년 7억 명을 넘어섰다.

AI 챗봇은 업무뿐 아니라 개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 익명화된 대화 자료를 분석한 기존 연구에서는 전체 대화의 약 70%가 업무와 무관한 개인적 용도였으며, 절반에 가까운 대화가 감정이나 인간관계, 정신건강 문제를 포함한 일상적 고민에 대한 조언을 구하는 내용인 것으로 나타났다.

정신질환을 진단받은 사람들의 이용도 적지 않다. 논문이 인용한 초기 조사와 임상 자료에 따르면 정신건강 질환이 있는 성인의 약 40~50%가 최근 1년 동안 심리적·정서적 지원을 받기 위해 범용 AI 챗봇을 사용한 경험이 있었으며, 상당수는 이를 담당 의료진에게 알리지 않았다.

정신건강 지원을 목적으로 별도 설계된 일부 AI 서비스는 임상시험에서 심리적 고통이나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가능성을 보였다. 그러나 챗GPT나 제미나이와 같은 범용 챗봇은 정신건강 치료용으로 개발된 도구가 아니다.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절차와 정신질환에 특화된 안전장치가 충분하지 않아 민감한 정신건강 문제를 다루는 데 한계가 있다.

치료 지연부터 과도한 의존까지...다섯 가지 위험 제시

저자는 범용 AI 챗봇의 특성이 취약한 이용자에게 다섯 가지 악순환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첫째, AI를 전문 치료를 대신할 저렴하고 편리한 수단으로 여기면서 실제로 필요한 진료나 치료를 미룰 수 있다. 챗봇과 대화하는 것만으로 충분한 도움을 받고 있다고 느끼면 전문가를 찾아야 할 시기를 놓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둘째, AI는 이용자의 말에 맞장구를 치는 성향이 강해 불안장애나 강박장애 환자가 안심을 구할 때마다 이를 받아주는 답변을 내놓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불안을 줄여주기보다 오히려 안심을 계속 확인받으려는 행동을 강화해 증상을 악화시키거나 장기화할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했다.

셋째, 외로움이나 사회불안을 겪는 사람에게 AI와의 대화는 실제 사람과 소통하는 것보다 편안하게 느껴질 수 있다. 거절당하거나 부정적으로 평가받을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AI와의 교류가 인간관계를 대신하기 시작하면 대인관계를 회피하는 행동이 강화되고 사회적 고립이 깊어질 수 있다.

넷째, AI가 이용자의 말에 지나치게 동조하면 왜곡된 생각이나 망상적 믿음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챗봇이 이용자의 주장을 비판적으로 점검하거나 현실 검증을 유도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면 잘못된 믿음이 더욱 굳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논문은 이와 관련해 최근 논의되는 ‘AI 정신증(AI psychosis)’ 개념을 언급했다. AI와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이 취약한 사람의 망상적 경험을 촉발하거나 강화할 가능성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되는 표현이다.

마지막으로 일상의 사소한 결정까지 AI에 맡기는 습관은 자신의 판단에 대한 신뢰를 약화시킬 수 있다. 이용자가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기보다 매번 챗봇의 조언을 구하면 자율성이 줄고 AI에 지나치게 의존할 가능성이 있다.

단정하기엔 일러...실증 연구와 안전장치 필요

다만 저자는 이번 논문에서 제시한 근거 대부분이 아직 초기 단계의 연구 결과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상당수는 상관관계 연구나 사례보고, 경험적 관찰 수준이어서 AI 챗봇이 정신건강 문제를 직접 악화시킨다고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다.

저자는 AI 챗봇이 정신건강에 미치는 실제 영향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에 걸친 체계적인 실증 연구가 필요하며, 특히 정신질환이 있거나 심리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이 범용 챗봇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임상적·윤리적으로 면밀히 살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AI 개발자는 위기 징후를 감지했을 때 전문가의 도움을 권하도록 안정장치를 마련하고, 의료진도 환자의 AI 챗봇 사용 여부와 이용 방식을 진료 과정에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저자는 “적절한 안전장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AI의 가장 큰 장점이 오히려 가장 큰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 논문은 국제학술지 《정신병리학 및 임상과학 저널(Journal of Psychopathology and Clinical Science)》에 ‘Understanding or undermining? When artificial intelligence chatbots quietly reinforce psychiatric symptoms’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자주 묻는 질문]

Q1. AI 챗봇이 정신건강 문제를 실제로 악화시킨다는 뜻인가요?
A. 아직 인과관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번 논문은 기존 연구와 사례를 토대로 AI 챗봇이 치료 지연, 반복적인 확인 행동, 사회적 위축, 왜곡된 사고, 과도한 의존을 강화할 가능성을 제시한 관점 논문이다.

Q2. 정신건강 상담용 AI와 챗GPT 같은 범용 AI는 어떻게 다른가요?
A. 정신건강 상담용 AI는 특정 치료 목적과 안전 기준에 맞춰 설계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범용 AI는 정신질환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도구가 아니어서 위기 상황에 대응하는 절차와 임상적 안전장치가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Q3. 정신건강 고민이 있을 때 AI 챗봇을 사용해도 괜찮을까요?
A. 정보를 얻거나 감정을 정리하는 보조 수단으로 활용할 수는 있지만, 전문적인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해서는 안 된다. 증상이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자해·자살과 관련된 생각이 든다면 AI에 의존하지 말고 의료진이나 전문 상담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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